[2019 올해의 인물] 윤석열, 격렬한 논쟁 촉발한 이슈의 중심
  • 감명국 기자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19.12.20 14:00
  • 호수 1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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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선정 2019 올해의 인물 - 윤석열 검찰총장
‘개혁’과 ‘공정’, ‘적폐 청산’과 ‘조국 사태’, ‘검찰 개혁’과 ‘권력형 수사’를 관통하는 인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력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에 유난히 집착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한 골프장에 마치 자신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것처럼 꾸민 2009년 12월자 타임의 가짜 표지를 걸어놓았을 정도다. 매년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기를 학수고대하던 그의 소원은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 이뤄졌다. 트럼프는 “대단한 영광이며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며 감격해했다. 올해도 내심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를 기대했던 탓일까. 12월10일 타임이 16세 스웨덴 환경운동가 툰베리를 올해의 인물로 발표하자 “웃기는 일”이라고 조롱했다가 오히려 자신이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

시사저널은 1989년 창간 때부터 해마다 12월 마지막 주 송년호를 통해 ‘올해의 인물’을 선정, 발표해 왔다. 올해로 31번째다. 올해의 인물이 갖는 의미는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아니 다양해졌다는 게 좀 더 정확한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간절히 바라는 것처럼 올해의 인물이 반드시 ‘영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론 ‘최선(最善)’의 인물도 아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우선 평가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때로는 어떤 시대적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상징적 존재가 선정되기도 한다. 시사저널의 선정 기준 또한 마찬가지다. 

2019년 한 해 대한민국 사회를 관통한 키워드는 ‘개혁’과 ‘공정’이었다. ‘적폐 청산’과 ‘조국 사태’가 이를 촉발했다. 그리고 지금, ‘검찰 개혁’과 ‘권력형 비리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의 중심에서 핵심적으로 영향력을 미쳐온 인물은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그에 대한 호불호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그가 2019년 최고의 이슈 인물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시사저널이 2019년 올해의 인물로 ‘윤석열’을 선정한 이유다.

ⓒ 뉴스1
ⓒ 뉴스1

“조국 사태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 확인시켜준 계기” 

7월25일 검찰총장에 취임한 윤 총장과 8월9일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조국 전 장관의 운명적 만남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사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심지어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조차도 그렇다. 윤 총장의 임명장 수여식에서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라”는 문 대통령의 수사적 표현이 불과 3개월도 채 못 돼 현실이 돼 부메랑으로 날아올 줄은 그 자리에 참석했던 청와대 관계자 그 누구도 상상키 어려웠다. 

더 당혹하게 했던 것은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끊임없는 의혹 줄기였다. 단순히 윤석열 검찰의 ‘조국 수사’가 검찰 개혁에 대한 반발 차원이라고만 치부하기 힘들 정도로 “공정·정의의 가치가 훼손됐다”는 울분의 목소리는 우리 사회 전역에 퍼져 나갔다. 개혁의 상징적 존재로 기대됐던 조 전 장관이었기에 여권 등 지지층의 실망도 컸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조국 사태는 한마디로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확인시켜준 계기였다. 국민들에게 좀 더 현실적인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줬다고 할까. 이미지 정치에 매몰된 우리 정치의 마지막 부분에 나타난 해프닝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결국 리더는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져야 한다는 게 우리 사회의 교훈으로 등장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대학생 등 20대 청년들이 우리에게 등을 돌리는 게 너무 뼈아팠다”는 더불어민주당 한 초선 의원의 낙담처럼 조국 사태는 정치권을 벗어나 사회 곳곳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갔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공공사회학)는 “입시 공정성뿐 아니라 계층 불평등이 큰 이슈가 되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공교육 개혁과 교육의 균등한 기회 강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여러 문제점을 노출시켰다”고 지적했다.

 

‘조국 사태’가 낳은 ‘윤석열 현상’

‘조국 사태’는 ‘윤석열 현상’을 낳았다. 청와대 등 현 정권에 집중되고 있는 지금의 수사가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남용하는 표적 수사인지, 살아 있는 권력에도 두려움 없이 칼을 대는 용기 있는 수사인지에 대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검찰 개혁이란 시대적 화두와 맞물려 있다. 이 논란에서 윤 총장은 마치 베일에 가려진 ‘조직의 보스’처럼 숨어 있다. 이런 답답한 현실은 정치권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빌미를 제공한 게 정치권이기 때문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적폐 청산을 하려면 본인부터 살펴야 하고 소신이 편협되지 않으려면 치우쳐서는 곤란하다”며 “불공정한 사회를 바로잡고 검찰 개혁을 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인사부터 필요하다는 게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정치학)는 “자유한국당의 자유는 ‘가진 자’들의 자유였고, 더불어민주당의 민주는 ‘배운 자’들의 민주였다. 이는 ‘공화(共和)’라는 가치의 빈곤 때문이었다”며 “이번 조국-윤석열 사태는 공화라는 가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사저널이 만난 정치·사회 평론가들은 조국 사태와 윤석열 현상을 연결해서,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값진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언행이 불일치하고 곡학아세하는 우리 사회 지도자들의 추한 민낯과 사람에게는 충성하지 않지만 조직에 충성하는 권력의 두 얼굴을 똑똑히 보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의 진영 간 대결을 한층 격화시켰다”며 “극심한 혼돈의 과정에서 국가권력의 리더십은 실종되었고, 사태는 오랜 시간 방치되어 표류했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가 진영 논리에 갇혀 지지자들만의 대표가 되어 버리는 광경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검찰과 언론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윤성옥 경기대 교수(미디어영상학)는 “검찰은 흘리고 언론은 받아쓰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검찰이고 누구를 위한 언론인가 되묻게 만들었다”며 “검찰 개혁, 언론 개혁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준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2019 올해의 인물’ 어떻게 선정했나

시사저널이 매년 12월 마지막 주 발행되는 송년호를 통해 발표하는 ‘올해의 인물’은 크게 세 번의 과정을 통해 선정된다. 1차적으로 본지 편집국 기자들이 한 해 동안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되는 인물(단체·사물·사건)들을 각자 추천한다. 기자들에 의해 추천된 인물들을 후보자로 해서 2차로 디지털 시사저널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 온라인 투표를 실시한다. 올해는 12월2일부터 11일까지 열흘간 진행됐다. 기자들의 추천 의견과 독자 온라인 투표 결과를 종합한 내용을 갖고 최종적으로 편집국 회의를 통해 올해의 인물과 나머지 8개 부문별 인물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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