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통제, ‘도깨비 방망이’ 되어 줄까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2.31 15:00
  • 호수 157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도시 인구 집중에 ‘임대료 상승’ 골머리 앓는 세계 주요 도시들

대도시로의 인구 집중. 200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수도를 중심으로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과거 제조업 위주의 경제구조에서 탈피해 인터넷 등 정보통신에 기반한 각종 산업들이 발전하면서 대도시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내는 주요 원천이 되고 있다. 이에 더 많은 인구들이 대도시로 몰려들고 있다.

인구 증가는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과 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긍정적 요소도 있지만 주택 가격과 임대료 상승이라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신규 주택공급이 근본적 해결책이지만 어느 나라건 대도시의 경우 만성적인 토지 부족 현상을 겪고 있어 신규 공급은 쉽지 않다. 이에 대응하고자 유럽·미국 도시들은 주택 임대료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독일은 2015년부터 베를린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에서 임대료 제한 조치들을 시행 중이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 AP 연합
독일은 2015년부터 베를린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에서 임대료 제한 조치들을 시행 중이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 AP 연합

임대료 규제 도입하는 국가 계속 늘어나

독일은 2015년 6월부터 베를린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에서 임대료 제한 조치들이 시행됐다. 각 지역별로 설정된 기준 임대료의 110% 이하로만 임대료를 정할 수 있는 조치였다. 독일 전체 주택의 약 30%가 대상이 됐다. 당시 진행되던 임대료 급등을 제어하기 위해 도입된 임대료 제한 조치는 여러 가지 예외조항으로 인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이 제기됐다. 기존주택만을 대상으로 해 임대료 상승을 노리고 철거 후 신축하는 주택에는 이 조치가 적용되지 않았으며, 제도 시행 이전에 체결된 임대료에 대해서도 확인할 방법이 마련되지 않는 등의 허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베를린 임대료가 계속 급등하자 정부는 지난 10월 새로운 임대료 상한 설정 제도를 도입할 예정임을 밝혔다. 새로 도입되는 제도는 모든 임대주택의 임대료를 5년간 동결하는 동시에 별도의 임대료 상한을 설정하는 것이었다. 가장 높은 임대료를 납부해야 하는 주택의 경우 ㎡당 9.8유로(1만3000원)로 임대료가 설정됐다. 동결된 임대료는 2022년부터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1년에 최대 1.3%까지 인상할 수 있도록 했다. 임대주택 개·보수에 따른 비용의 경우 ㎡당 최대 1유로(1300원)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제한 조치들을 위반했을 경우 최대 50만 유로(6억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지만 2014년 이후 신축된 주택의 경우 임대료 상한 조치에서 제외되도록 했다.

베를린시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임대료 제한의 실제 시행 여부는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개인재산 보호에 관한 헌법을 위반한다는 연방정부 차원의 반대의견과 더불어 임대료 상한으로 설정한 5년의 기한이 지난 이후에는 임대료가 폭발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우 파리시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임대료 제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파리시는 인구 증가와 더불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단기 임대료가 증가하면서 전체적인 임대주택 규모가 축소되는 것이 임대료 상승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임대료를 0.5% 이상 인상하지 못하도록 규제했으나 효과에 대한 논란으로 2017년 말 폐지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임대료 상승에 따른 불만이 고조되면서 2019년 7월 파리시 지역에서 새로 체결되는 임대계약에 대해 임대료 제한 조치가 다시 도입됐다. 건축연도와 방 개수 등을 고려해 설정된 임대료 표준 금액의 120% 이내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며, 이를 위반했을 경우 개인의 경우 5000유로(650만원), 임대업체의 경우 최대 1만5000유로(1950만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많은 이들의 생각과 달리 미국도 뉴욕시를 비롯한 다수의 대도시 및 주 차원에서 임대료 제한 조치가 시행 중이다. 뉴욕시의 경우 오래전부터 주택 임대료에 대한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데 임대료 자체에 제한을 설정하거나 임대료 상승비율을 제한하는 조치를 전체 주택의 약 3분의 2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실제 효과 놓고는 의견 엇갈려

뉴욕시 외에도 여러 주에서 임대료 제한 조치들이 도입되거나 논의되고 있다. 2017년 이후 워싱턴과 콜로라도, 네바다 등 10개 주에서 임대료 상승제한 및 세입자 보호 조치들이 도입됐다. 매사추세츠주와 플로리다주의 경우 보스턴, 마이애미, 올랜도 등 적정 가격 주택이 부족해진 주요 대도시들을 대상으로 임대료 제한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다. 2019년 들어서는 오리건주가 지난 2월 미국 최초로 주 전체를 대상으로 임대료 인상 7% 상한 설정과 더불어 임차인 퇴거에 대한 제한 조치들을 도입했다. 캘리포니아주는 9월 연간 임대료를 물가상승률을 포함한 5% 이내로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임대료 상한제는 향후 10년 동안 적용되며, 완공된 지 15년 미만 주택은 임대료 제한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했다.

이런 임대료 제한 조치들은 급등하는 임대료를 제한함으로써 임차인의 거주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환영을 받고 있지만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임대료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임대인들이 주택의 개·보수를 소홀히 해 주거의 질이 저하된다는 주장과 함께 신규 임대공급 자체가 줄어들어 임차인으로서는 주택 자체를 구하기 힘들어질 가능성도 지적된다. 또 대부분의 경우 신규 주택이 임대료 제한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임대료 상승을 노린 신축으로 인해 임차인의 안정적 거주가 더 힘들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런 조치를 통해서라도 급등하는 주거비용을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임대료 제한 조치들은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지만 월수입의 40% 이상이 주거비용으로 지출되는 현실은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가져온다는 것이 임대료 제한 조치를 옹호하는 측의 주장이다.

임대료 상승은 주택 소유주의 탐욕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공급보다 많은 수요에 의해 촉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은 전세 위주의 임대시장이며, 공적 보증을 통한 전세자금 대출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지속적인 전세가격 상승은 세입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임대료 통제는 단기적으로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뉴욕을 비롯한 여러 해외 사례를 볼 때 결국 공급 감소로 연결돼 더 큰 문제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아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볼 수 없다.

임대료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요에 맞는 주택들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체계적 관리와 합리적 규정의 적용을 위해 개인이 아닌 공공 및 사업자에 의한 공급이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많은 경우 더 큰 문제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는 그간의 경험을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