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개의부터 필리버스터 돌입까지…긴박했던 ‘2시간’의 재구성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9.12.2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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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의장, 임시회기 안건에 필리버스터 거부로 패스트트랙 열차 재가동
예산부수법안 무더기 수정안 전술에 의사일정 변경으로 맞불
선거법 개정안 전격 상정 후 한국당 필리버스터 진행중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이 12월23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그간 중단됐던 패스트트랙 열차가 다시 달리기 시작한 셈이다. 멈춘 열차에 다시 시동을 걸기까지 국회 본회의는 고성과 막말로 얼룩졌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7시57분께 개의를 선언했다. 이날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 법안에 최종 합의하면서 본회의 개의를 예고했었다.

이날 본회의는 당초 오후 6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4+1 협의체'의 합의문 작성이 늦어지면서 지연됐다. 예정 시간을 2시간 가까이 지나 문 의장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자유한국당 측에선 "민생법안을 상정하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한국당은 오후 6시50분쯤 예산부수법안에 무더기 수정안을 제출하고 회기결정 안건과 패스트트랙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본회의 지연 전술을 시도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2월2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2월2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1차전…초반 승기 잡은 '4+1 협의체'

첫 안건은 임시국회 회기 안건이었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패스트트랙 안건을 막으려는 한국당과 임시국회 조기 종료를 통해 필리버스터 무력화를 시도한 '4+1 협의체'가 정면 충돌했다. 회기가 종료하고 다음 회기에 바로 투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패스트트랙 정국의 승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첫 시험대였다. 

문 의장은 본회의 개의 직후 "회기 결정의 건을 상정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심재철 등 108인으로부터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요구가 제출됐지만, 무제한 토론이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주호영 한국당 의원이 토론에 나서 "국회법상 규정이 명백함에도, 의장이 임의로 거부하면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반발했지만 발언 도중 마이크가 꺼졌다.

곧바로 의장석은 한국당 의원 수십 명에게 둘러 싸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아빠찬스 OUT'이라는 피켓을 들었다. 문 의장 아들 공천 논란을 비난하는 것이었다. 이어 "의장 사퇴" "아들 공천" "무제한 토론"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세게 항의했다. 한국당 소속인 이주영 국회 부의장도 의장석에 올라 마이크를 다시 켜 달라며 문 의장과 입씨름을 벌였다. 

다음 토론 순서였던 윤후덕 민주당 의원이 단상에 오르려 하자 한국당 박대출·권성동·김태흠·민경욱 의원 등이 막아서며 몸싸움마저 벌어졌다. 상황을 지켜보던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의장석에 다가가 토론 종결 요청을 했고, 문 의장은 "토론을 종결한다"고 선언해 표결에 돌입했다. 표결 결과, 찬성 150인, 반대 4인, 기권 3인으로 임시회기 안건이 처리됐다. 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26일부터 가능해지는 순간이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2월2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의장석을 둘러싼 채 항의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2월2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의장석을 둘러싼 채 항의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2차전…한국당 전술에 속수무책인 듯 하다 허 찔러

이날 본회의에선 선거법 개정안에 앞서 예산부수법안 22건이 처리될 예정이었다. 한국당은 예산부수법안 22건에 대해 1건당 최대 32개의 수정안을 제출해 시간 끌기 전략으로 임했다. 총 300건이 넘는 수정안을 내 반대 토론을 하려는 계획이었다.

문 의장은 상정 순서대로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 법안에는 31명의 한국당 의원이 내용은 똑같고 발의자만 다른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수정안과 제안설명이 단말기에 입력된 후 토론절차를 거쳐 30여분 만에 표결에 부쳐졌다. 이후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마찬가지였다. 남은 예산 부수법안 20개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려면 10시간이나 소요되는 상황이었다.

문 의장은 허를 찔렀다. 의사일정을 바꿔 선거법 개정안을 먼저 상정하는 것이었다. 문 의장은 두 예산부수법안이 통과된 직후인 21시38분쯤 "의사일정 제4항을 처리할 예정이지만 윤후덕 민주당 의원 외 158인의 요구로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먼저 투표하겠다"고 선언한 뒤 의결했다.

한국당 임이자·장제원 의원 등 약 20여 명의 의원들이 의장석 앞으로 달려갔다. 의장석을 손으로 내려치기도 하고, 문 의장을 향해 서류 뭉치를 집어던지기도 했다. 아수라장 국회가 정점에 치닫는 순간이었다. 

 

힘빠진 3차전…한시적 필리버스터 돌입

문 의장은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이 처리되자 곧바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전격 상정했다. 이후 문 의장은 "심재철 (한국당) 의원 등 108인으로부터 무제한토론 요구서가 제출됐다"며 "무제한토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10여분 간 격렬한 소란이 이어졌다. 한국당 의원들은 "날강도" "문희상 내려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전희경 한국당 의원은 "국회를 이렇게 만드나"라며 "역사의 죄인"이라고 비난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니들이 날강도"라고 맞받아쳤다.

한국당은 주호영 의원을 첫 타자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무제한 토론이라는 표현이 무색할만큼 25일까지 진행되는 '시한부 필리버스터'였다. 9시49분부터 단상에 오른 주 의원은 불법 사보임, 상임위 숙의 기간 미달 등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저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의 불법성을 강조하면서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시작됐다. 주호영 한국당 의원이 무제한 토론에 나서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시작됐다. 주호영 한국당 의원이 무제한 토론에 나서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첫 패스트트랙 골인 앞둔 선거법, 26일 표결 전망

한국당이 회기 종료일인 12월25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간 뒤에는 '4+1 협의체'는 26일부터 새로운 임시국회를 소집해 선거법 개정안 표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처음으로 패스트트랙 열차를 타고 종착지에 도착하는 법안이 된다.

검찰 개혁 법안도 선거법 개정안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임시국회 회기를 결정한 뒤 검찰 개혁 법안을 상정한다. 한국당은 또 다시 필리버스터로 지연 전술을 펴지만, 다음 임시국회에서 또다시 표결을 통해 처리되는 과정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려면 선거제·검찰 개혁 법안을 모두 표결에 부치기까지 4번의 임시회 개회가 필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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