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허웅.허훈 삼부자 전성시대
  • 기영노 스포츠평론가 (jongseop1@naver.com)
  • 승인 2019.12.29 10:00
  • 호수 1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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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대통령 아들' 명성 이어 맹활약--- 허재는 예능 인기몰이

부자, 모녀, 부녀 또는 모자 등 가족 스포츠맨이 많다. 하지만 ‘농구 대통령’ 허재, 큰아들 허웅, 작은아들 허훈처럼 삼부자 농구선수는 흔하지 않다. 이들 허재 삼부자가 요즘 맹활약하고 있다.

국가대표 농구대표팀 감독이었던 허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를 뽑을 때 ‘혈연농구 논란’을 무시하고 허웅·허훈 형제 선수를 모두 뽑았다. 당시 허웅, 허훈 두 선수 모두 기량에는 문제가 없지만 높이(허웅 186cm, 허훈 180cm)에서 문제가 있어 상대팀들의 슈팅가드(190cm 안팎) 또는 스윙맨(2m 안팎)을 막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 농구대표팀이 예선에서 인도네시아·몽골·태국 등 약팀들과 경기를 할 때는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다. 필리핀과의 8강전에서도 91대82로 이기면서 순조로웠다. 그러나 2m18cm 장신 센터 하마드 등을 보유한 아시아 최장신 팀인 이란과의 준결승전에서는 높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68대80으로 대패를 당하며 동메달에 그쳤다. 허재 3부자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허재는 끝내 국가대표 감독에서 물러났고 두 아들도 대표팀에서 빠졌다.

그 후 1년여가 지나 허재 등 삼부자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뭉치면 찬다》 등 예능 프로에 출연하고 있는 허재는 스포츠맨 출신 출연섭외 또는 ‘CF 노출’ 1위에 오를 정도로 잘나가고 있다. 허웅과 허훈은 각각 소속팀인 원주 DB와 부산 KT에서 핵심선수로 자리 잡을 정도로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이제는 아버지가 아니라 누가 국가대표팀 감독이 돼도 뽑아야 할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지난 12월14일 허훈이 이끄는 부산 KT는 창원체육관에서 벌어진 창원 LG와의 원정경기에서 혼자 18득점 8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부산 KT는 창원 LG를 74대73, 1점 차이로 이겨 LG 상대 4연승을 기록하면서 2010년 10월 이후 9년2개월 만에 7연승 행진을 했다.

허훈은 3점 슛에 크게 의존하는 ‘KT 양궁 농구’의 선봉장이다. 지난 11월20일 원주 DB전에서는 3점 슛 9개를 연속으로 성공시켰다. 아버지 허재의 3점 슛 연속 성공 기록 7개를 넘어섰다. 지난 11월에는 두 경기 연속으로 30점 이상을 넣기도 했다. 또한 12월3일 삼성전에서는 한 경기에서 어시스트를 13개나 기록했다.

현역 시절의 허재(가운데), 원주 DB에서 뛰는 허웅(왼쪽), 부산 KT에서 활약 중인 허훈 ⓒ 연합뉴스
현역 시절의 허재(가운데), 원주 DB에서 뛰는 허웅(왼쪽), 부산 KT에서 활약 중인 허훈 ⓒ 연합뉴스

지금 국가대표 뽑으면 둘 다 선정될 가능성

팀이 7연승을 올릴 때까지 허훈은 시즌 평균 득점 16.5점으로 국내 선수 중 1위를 달렸다. 외국인 선수를 합쳐도 6위에 해당되는 높은 득점력이다. 어시스트는 경기당 7.36개로,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 전체 1위였다. 허훈은 올 시즌 22경기에서 평균 16.5득점, 3리바운드, 7.4어시스트, 1.3스틸로 맹활약했다. 득점은 국내 선수 가운데 1위, 어시스트는 전체 1위였다. 허훈은 이런 활약에 힘입어 1라운드 MVP로 선정됐고,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도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허훈이 팀 훈련 도중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이탈하자 KT가 연패를 당하기 시작했다. 부산 KT는 안양 KGC인삼공사에 70대84(12월17일)로 완패를 당해 8연승을 저지당했다. 허훈이 빠지자 전반적으로 팀플레이가 되지 않으면서 턴오버를 무려 19개나 범하면서 무너졌다. 이어서 12월20일 전주 KCC에 78대79, 1점차로 패했고 12월22일 원주 DB에는 91대73, 무려 18점 차이로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그리고 인천삼산실내체육관에서 12월25일 크리스마스날 벌어진 인천 전자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도 81대87로 져 4연속 패배했다.

12월22일 원주 DB와 부산 KT전은 원래 허웅, 허훈 형제의 올 시즌 두 번째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허훈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허웅의 ‘원맨쇼’ 무대가 됐다. 허웅은 혼자 25득점(4리바운드 1어시스트)을 기록하면서 두 팀(외국 선수 포함 28명)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2019년 두 형제의 첫 번째 맞대결은 형, 허웅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2월13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5라운드 두 형제의 첫 번째 맞대결에서 홈팀 동부가 KT에 80대53으로 완승을 거뒀다. 개인 기록도 허웅이 24득점에 리바운드 5개와 어시스트 6개, 스틸 2개를 곁들이며 팀 승리를 이끈 반면 동생 허훈은 5득점(1어시스트 3스틸)에 그쳤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의 논란과 달리 지금 만약 남자 국가대표 농구팀을 구성하면 누가 감독이 되더라도 두 선수 모두 뽑거나, 최소한 한 명은 선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허웅, 허훈 두 선수 모두 높이에서는 부담이 있지만, 1번(포인트가드) 대체 선수 또는 팀 분위기를 바꾸고 싶거나, 득점이 필요할 때 2번(슈팅가드)으로 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국내 선수 가운데 현재 외곽에서 가장 정확한 슛을 던지는 선수들이 허웅 또는 허훈 선수이기 때문이다. 불과 1년 사이에 두 선수가 프로 경력을 쌓으면서 코트 안에서 시야도 넓어지고, 패스와 슈팅 타이밍 정확도 등이 많이 세련돼졌다.

이제는 ‘허웅, 허훈의 아버지’로  불리기 시작한 허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그거슨 아니지’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예능 대세로 활약하고 있다. 허재는 예능방송에 출연해 억울할 때마다 “그거슨(그것은) 아니지”라고 버럭 하며 자연스럽게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사실 농구인으로서의 허재는 카리스마 있는 상남자로 알려져 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는 한국팀 주장으로 연패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배 선수의 생일 술을 사 주다가 ‘온 국민의 적’이 된 적도 있었다.

《뭉치면 찬다》 등 예능 프로에 출연하고 있는 허재 ⓒ 연합뉴스
《뭉치면 찬다》 등 예능 프로에 출연하고 있는 허재 ⓒ 연합뉴스

‘그거슨 아니지’ 유행어 히트시킨 허재

허재는 스포츠 전설들의 조기축구 도전기를 표방한 JTBC 《뭉쳐야 찬다》에 고정 출연하면서 예능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뒤 《집사부 일체》 《미운 우리새끼》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냉장고를 부탁해》 《라디오스타》 《옥탑방의 문제아들》 《일로 만난 사이》 그리고 젊은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주로 나오는 《정글의 법칙》까지 최근 수개월간 10여 개 예능 프로에 출연했다. 여러 편의 CF도 찍는 등 기존의 간판 ‘스포테이너’ 서장훈, 현주엽은 물론 안정환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연출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즐거움을 던져주는 ‘예능인 허재’ 돌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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