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고래 이야기와 대한민국
  • 김경원 세종대 경영대학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1 18:00
  • 호수 1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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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851년 발표된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은 우리나라에서는 《백경(白鯨)》이란 제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소설의 첫 소절은 유명한 “나를 이스마엘이라 불러주오”이다. 이 청년은 포경선 피쿼드호를 타게 되었는데 그 배의 선장인 에이허브는 자기 다리 하나를 잘라 간 모비딕이라는 거대한 흰 향유고래를 복수심에 불타 쫓고 있었다. 결국 에이허브가 직접 이 고래에게 작살을 꽂았으나 그도 그 작살 줄에 온몸이 감겨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이 소설은 발표 당시에는 별로 인기를 얻지 못했고 1891년 작가가 사망하자 절판되었다. 이 소설이 쓰일 당시는 포경업이 절정을 구가하던 시기였다.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서 윤활유용 등 고래기름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2: 구약성경에 요나는 앗시리아의 최대 도시 니느웨로 가서 회개시키라는 말씀을 받고도 배를 타고 다르싯으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바다에 큰 폭풍이 일어 배가 침몰 위기에 처하자 요나를 원인으로 지목한 선원들은 그를 바다로 내던졌다. 하느님은 ‘큰 물고기’를 시켜 요나를 삼키게 해, 그는 사흘 낮과 밤을 그 물고기 배 속에 있었다. 요나를 삼킨 ‘큰 물고기’는 후세에 고래로 추정되었다. 지구상에 사람을 통째로 삼킬 만한 크기의 ‘어류’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고래를 큰 물고기로 알아왔다. 고래 ‘경(鯨)’자를 보면 ‘물고기(魚)’에 ‘서울(京)’이 붙어 있다. ‘물고기 대장’이란 뜻이리라. 고래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웨일(whale)’의 어원도 ‘큰 물고기’를 뜻하는 단어다. 2007년 고래 한 마리가 길을 잃고 런던의 템스강을 40마일가량 거슬러 올라와 죽었다. 그 사체를 해부한 결과 심한 ‘관절염’이 사인임이 발견되었다. ‘포유류’란 증거다.

#3. 일본의 포경업은 1930년대 증기기관 포경선이 출현하면서 크게 발전하며 ‘사냥’ 장소는 남극으로 확대되었다. 이후 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인들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은 고래고기가 되었으며, 전후 1940년대 후반에 큰 기근으로 기아 위기에 빠진 이들을 구출한 것은 남극에서 잡아온 고래고기였다. 하지만 남획으로 고래가 멸종 위기에 처하자 1946년 출범한 국제포경위원회(IWC)가 1986년부터 고래잡이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면서 이들의 식탁에서도 고래고기가 사라졌다. 그러나 ‘고래고기의 추억’이 너무 짙은 탓인지 일본은 얼마 전 IWC를 탈퇴하고 상업적 포경을 재개한다고 선언했다.

12월4일 오후 청와대에서 고민정 대변인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의혹 제보 경위 및 문건 이첩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월4일 오후 청와대에서 고민정 대변인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의혹 제보 경위 및 문건 이첩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고래’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지난 울산시장 선거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당시 울산에 내려간 직원들은 ‘고래고기’ 때문에 그랬다는 청와대의 항변이 나왔다. 불법 포획이 의심되는 고래고기를 현지 검찰이 업자에게 돌려주며 생긴 문제를 조사하러 갔다는 것이다. 또 얼마 전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본 한 은퇴 교수가 이 정부는 ‘세금 하마’를 넘어 ‘세금 고래’라 불러야 마땅하다고 흥분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40여 년 전 강남 변두리의 한 아파트를 분양받아 지금까지 죽 살아왔다고 한다. 실제로 올해 종부세 세수는 이 정부 출범 즈음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났다. 앞으로도 매년 이 징벌적 세금이 크게 오를 예정이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아도 이 세금의 집값 안정 효과는 회의적이며 경기만 더 나빠지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고래’는 또 나온다. 한 장관 후보자에 대한 증인 신청을 여당이 모두 거부하자 제1야당의 간사는 여당의 태도가 “고래 힘줄보다 더” 완강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고집’도 고래 힘줄보다 더하지 싶다. 지난 2년 반 동안의 실망스러운 성적표에도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정책의 기조는 바뀔 것 같지 않아서다. 만약 이대로 더 경제가 나빠진다면 국민들만 ‘등 터진 새우’꼴이 날까봐 걱정스럽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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