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초고령 사회를 탈바꿈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 임수택 자유기고가 (jongseop1@naver.com)
  • 승인 2019.12.31 17:00
  • 호수 1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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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장비 줄이고 민간기업 지원하며 인구 유지에 안간힘 쓰는 중

일본은 초고령 사회다. 고령자 수는 358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8.4%다. 4~5년 내로 3명당 1명이 고령자가 된다. 2026년이 되면 고령자 5명 중 1명이 치매환자로 예상되고 있다. 730만 명이다. 2030년이 되면 지방의 백화점이나 은행이 없어지고 2040년이 되면 지방자치단체 절반이 없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령화는 지금까지 그 어느 국가도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이라서 문제가 심각하다. 국가 재난이 따로 없다. 고령화는 쓰나미나 다름없다.

일본의 경우 생산연령인구가 고령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노인부양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 하더라도 늦게 하는 만혼,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무자녀 가정, 낳더라도 겨우 1인 이하의 소자녀 가정으로 생산연령인구의 기초가 무너지고 있다. 생산연령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1947~49년에 태어난 단카이(베이비붐) 세대로 불리는 고령인구는 늘고 있다. 일본 국민의 개인재산은 1830조 엔(약 2경130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60% 이상을 고령자들이 가지고 있다. 이 세대들이 좀처럼 소비를 하지 않는다. 신체적 제약으로 인해 소비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고령자들이 늘고 있다. ‘편의점 환자’라는 말이 있다. 몸이 불편해서 집 근처의 편의점도 가지 못하는 고령자를 말한다.

일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고령화 대책을 적극 내놓고 있다. 사진은 2016년 9월 도쿄에서 열린 ‘경로의 날’ 행사 ⓒ EPA 연합
일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고령화 대책을 적극 내놓고 있다. 사진은 2016년 9월 도쿄에서 열린 ‘경로의 날’ 행사 ⓒ EPA 연합

고령화 시대 대책, 일본에서 배우자

고령자들을 위한 국가 지원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19년도 일본의 일반회계예산은 101조 엔(약 1100조원)이다. 이 중 사회보장 관련 예산이 34조 엔(약 370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33.6%를 차지한다. 사회보장 예산의 구성은 연금 12조 엔 외에 대부분이 의료, 요양, 생활보조 지원비 등 고령자 지원 관련 예산이다. 사회보장 예산의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지만 해법이 쉽지 않다. 아베 정부는 현재 75세 이상 고령자의 자기 부담 의료비 10%를 2022년부터 20%로 인상할 예정이다. 고용 의무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GDP의 2.3배에 달하는 재정적자 상태에서 사회복지 예산의 지출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는 재정을 개선할 수 없다는 고육책이다. 하지만 의료비의 자기 부담률을 올리는 정책이 재정적자 및 사회보장 예산 개선에 다소 기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그런 와중에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로봇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활력 없는 초고령 사회를 경쟁력 있는 사회로 탈바꿈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전략적 방안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사회보장비를 줄이는 것이다. 지금까지 고령자의 의료비 및 요양비 지원이라는 일방적인 정책에서 탈피해 고령자들의 사회 참여와 민간 중심의 지원을 유도하는 것이다. 고령자의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적 장애자, 정신장애자, 신체장애자가 2018년에 936만 명에 이른다. 연금 지급도 늘고 있다. 특히 암보다 더 무섭다는 치매환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65세 이상 치매 고령자 수는 2012년 462만 명으로 65세 이상 고령자 약 7명당 1명의 비율이다. 2025년이 되면 5명당 1명이 치매환자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치매를 미연에 방지하고 관리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치매환자와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간병 로봇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치매환자, 지적 장애자, 독거 고령인 등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 생활단체, 후견인 단체, 병원, 지역 금융기관들을 연계하는 지원 프로그램을 민간 중심의 단체나 협회가 주도적으로 실시하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정부는 지원하고 활동은 민간 중심으로

두 번째는 정부가 민간기업에 실버케어 분야에 정보통신기술과 IOT, AI, 로봇 기술을 적용하도록 독려하는 정책 지원이다. 민간기업은 실버케어 산업에 참여해 시장을 창출하고, 고령자들은 일정의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받고, 정부는 사회보장 예산을 줄일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내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국가 재정을 튼튼히 하고 IoT, 빅데이터와 AI, 헬스케어와 바이오 분야의 산업구조를 고도화해 궁극적으로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인의 건강 정보를 민간 분야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활용하게 해서 건강진단, 예방, 치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하고 있다. 민간에서도 건강 정보를 활용한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 예로 0.065cc의 소량을 채혈해 각종 질병을 검사하는 레저 주식회사는 100만 명 이상의 환자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며 매년 10만 명 이상의 환자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진단과 진단시약 판매 및 서비스가 주된 수익원이었지만 최근 그간 축적된 방대한 환자 정보를 바탕으로 의료 빅데이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요양보호 대상인 환자의 걸음걸이나 움직임을 AI가 추적해 환자의 질병 상태 및 대책을 강구하거나, 천장에 달린 센서로 병상에 있는 환자의 움직임, 낙상 위험 여부 등을 수시로 체크·관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고베시에 있는 토털 브레인 케어 주식회사는 기억력, 암기력, 공간 식별력, 시간관리, 분석력 5가지를 진단해 그 결과에 맞게 60가지의 두뇌 활성화 프로그램을 가지고 치매를 방지하고 초기 치매를 치유하는 주목받는 벤처기업이다. 

세 번째는 인구 유지 정책이다. 아베 정부는 2015년 10월에 ‘1억총활약국민회의’라는, 대표가 장관급인 총리 자문기구를 만들었다. 50년 후에도 1억 명의 인구를 유지하겠다는 목표다. 일본의 현재 인구는 1억2700만 명이다. 20년 후에는 1억1000만 명, 2060년이 되면 8670만 명으로 보고 있다.

 고령화, 도시화, AI와 바이오를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메가 트렌드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의 고령화 진전 속도는 일본보다 훨씬 빠르다. 갈수록 지방 인구는 줄고 대도시로 향하는 도시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개인이나 회사 차원뿐만이 아니고 지역사회, 국가 차원의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저성장 시대의 마지막 기회를 살려 고령자와 관련한 실버케어 분야에서 IoT, 빅데이터, AI, 바이오 산업을 융합해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고령자 세대를 흔히 실버 세대라 한다. 하지만 고령 사회는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골드 세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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