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 “추다르크 오기 전 대형 수사 속전속결”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12.27 14:00
  • 호수 1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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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새 수장 취임 후 검찰 인사에 촉각…윤 총장 친위부대 교체하나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향하고 있는 검찰의 수사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공식 임명되기 전에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추 후보자가 법무장관에 임명되면 검찰 인사권을 행사해 수사팀을 전면 교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관련된 수사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조국 전 법무장관 가족 비리 의혹 등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추미애 법무장관 후보자 ⓒ 시사저널 박은숙
윤석열 검찰총장, 추미애 법무장관 후보자 ⓒ 시사저널 박은숙

“인사권은 법무장관의 가장 큰 권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늦어도 오는 1월초에는 송철호 울산시장을 소환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의 최대 수혜자인 송 시장은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 공천·공약 논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미 검찰은 지난 12월24일, 울산지방경찰청과 송 시장의 경쟁자였던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에 따라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의 소환조사 역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서는 조 전 장관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이 이미 청구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조 전 장관에 그치지 않고 ‘외부 청탁’에 의해 감찰이 무마됐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친문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청와대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김경수 경남지사 등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8월부터 시작된 조 전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역시 마무리 수순에 돌입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조 전 장관을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이 청와대 관련 수사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는 것은 신임 법무장관으로 내정된 추미애 후보자 때문이라는 것이 검찰 안팎의 평가다. 법무장관의 가장 큰 힘은 인사권이다.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에 따르면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쓴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책에서 인용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말에서도 정확히 드러난다.

“(법무부) 장관은 인사를 통해 권력을 보여줄 때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제가 법무부에 가서 자리를 잡은 것은 인사를 통해 힘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언제 이 조직이 장악되는구나 하고 느꼈느냐면, 제가 2004년 5월에 인사를 하고 난 다음이었습니다. (중략) 인사권을 행사하고 검찰총장보다 장관이 힘이 세다는 것을 보여주니 검찰이 완전히 충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추 후보자도 이미 인사권을 활용할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추 후보자는 지난 12월9일 “법무 분야 공백을 메우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며 취임 후 구상을 밝혔다. 이는 현재 공석으로 남아 있는 대전·대구·광주고검장과 부산·수원고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을 언급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검 관계자는 “현재 공석인 6자리를 채운다는 명분으로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검사장을 고검장으로 승진시킨다는 명분을 앞세울 것”이라면서 “청와대 관련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그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속 참모와 수사 지휘라인을 흔들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즉 윤석열 총장의 손발을 자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文 정부 원칙 스스로 훼손”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수사팀 실무진까지 인사 범위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검사장과 차장검사 승진 가능성이 있는 사법연수원 28·29·30기를 대상으로 인사 검증 동의와 관련한 자료를 요구하며, 34기까지 부장 승진 대상자로 삼았다. 이와 관련해 검찰 출신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가 만든 검찰 인사규정에 따르면 부장검사의 필수 보직 기간은 1년이다. 인사가 난 지 6개월여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자리를 바꾼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원칙을 스스로 어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또한) 청와대와 관련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수사부서의 부부장검사들이 대부분 34기들이다. 이들을 인사조치한다면, 이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하지 말라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에서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겨눴다가 옷을 벗은 선례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하며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비서관을 재판에 넘긴 동부지검 지휘부들은 2019년 하반기 인사에서 모두 옷을 벗었다.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 권순철 동부지검 차장, 주진우 형사 6부장이 바로 그들이다. 권순철 전 차장은 검찰을 떠나며 “인사는 메시지”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추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된 후 인사권을 행사했을 때 검찰의 반발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기본적인 생각은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고위 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한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내용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 나오고 있는 발언들은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면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검찰이 도감청을 했다거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불법으로 계좌를 들여다봤다는 주장은 상식 밖의 주장이다. 이는 검찰을 (박근혜 정부 때 해양경찰처럼) 해체하자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앉힌 것은 문재인 정부다. 검찰 수사에 외압이 작용한다면 결연히 대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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