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기 수첩의 비밀, 검찰만이 알고 있다 이준석“지금 나온 해명 하루살이일 것”
  • 최인철 PD (iniron@sisajournal.com)
  • 승인 2019.12.2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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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끝짱]靑 하명수사 의혹 송병기 수첩, 스모킹건 되나

[시사끝짱]

■ 진행: 소종섭 시사저널 편집국장
■ 대담: 이준석 새로운보수당 창당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 제작: 시사저널 한동희 PD, 최인철 PD, 조문희 기자, 양선영 디자이너
■ 녹화 : 12월24일(화)


소종섭: 청와대의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얼마 전에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검찰이 압수한 수첩, 업무가 아니라 개인적인 소회와 일정을 다룬 일종의 메모라고 얘기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수첩이 박근혜 국정농단 당시 안종범 경제수석의 수첩과 같은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새로운보수당 이준석 수석부위원장과 얘기 나누겠습니다. 이 부위원장, 송병기 수첩이 아킬레스건이냐, 아니면 메모냐, 이런저런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봐야 됩니까? 

 

“송병기 수첩, 안종범 수첩과 같은 사례”

이준석: 송병기 수첩에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에 비견될 만한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고 봅니다. 송 부시장이 본인의 수첩에 담겨 있는 내용이 별게 아니라는 투로 증언했는데, 아무리 개인적인 메모라고 해도 VIP 혹은 BH에 대한 내용이라고 적힌 것들은 최소 전언을 들었거나 본인이 직접 들었던 내용들일 거예요.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도 그때 증거로 인정된 이유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한 것을 본인이 받아 적은 것이었기 때문이었고 박근혜 대통령이 재벌에게서 전해 들었다고 얘기한 것은 재벌에게 다시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해서 그건 인정이 안 됐거든요. 미묘한 지점 사이에서 송 부시장이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인데, 송병기 부시장은 도청, 감청 가능성까지 주장하거든요? 

ⓒ시사끝짱

 

그런데 메시지가 계속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다. (송병기 부시장은) 2년, 3년 전 김기현 시장 쪽에서 일하던 공무원이에요. 작년 선거를 앞두고 입장이 바뀐는 케이스인데, 그렇다면 양쪽으로 뭔가 걸려 있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추측입니다. 왜 그런 생각이냐 하면 송병기 부시장이 어떤 분양건설업자가 하는 단지 옆에 자기 땅도 샀다는 의혹도 있거든요? 그런데 개인 비위로까지 갈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한 정보를 누가 알려줬겠습니까? 송병기 부시장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아마 알려주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송병기 부시장이 그런(개인 비위 관련) 수사를 받을 수 있는 상황 속에서 검찰 눈치도 보일 겁니다. 내가 만약에 여기에서 검찰에 협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검찰이 내 개인 비위까지 파고 들어가서 나는 공직 생활 끝이다. 이런 생각을 할 테고. 한편 검찰 반대쪽에는 청와대가 있습니다. 자신의 증언에 따라 청와대의 선거 개입이 확정될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러면 이건 정권과 척을 지게 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송병기 수첩부터 차명폰까지…하명수사 의혹 아킬레스건”

송병기 부시장의 녹취가 유출된 것의 경로를 본인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밖에 나와서 도청 당했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본인이 이미 차명폰도 압수당한 상황에서 본인이 녹취했던 것들이 유출될 수도 있기 때문에. 왜냐하면 도청을 통해서 정보를 획득하려고 하면, 유선 전화 같은 경우엔 도청 기계로 찍으면 돼요. 그런데 휴대전화는 5~6명이 동시에 통화하면 그 내역이 코드화돼서 날아다닙니다. 그게 CDMA라는 것이에요. 코드로 암호화되어서 날아다니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공개한다는 것은 어렵고, 검찰이 바보가 아닌 이상 본인들이 불법적으로 취득한 녹취나 도청 자료를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도구로 썼다면 재판에서 100% 검찰이 불리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송병기 부시장 본인도 어디에서 유출됐는지 알고 있겠지만 대외적으로는 도감청 당한 것 같다고 얘기한 것 같습니다. 

소종섭: 송 부시장이 수첩과 관련해서 이게 개인적인 메모장이라고 강조하면서 예를 들었던 게, 2018년 3월31일 청와대 비서관 등과 만나서 협의를 했다고 적혀 있는데 확인해봤더니 나는 골프를 치러 갔다고 했어요. 자신이 적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스스로 말하는 장면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 부분이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수첩과 딱 맞아떨어집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 약간 무리가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은 회의 내용을 기록했던 것이고, 송 부시장은 캠프에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다르지 않느냐는 거죠. 하지만 앞서 말한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은 비슷한 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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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기 수첩 “개인 메모장” 주장, 증거능력 상실 전략?

이준석: 2018년 3월31일 회의했다는 건 당연히 기억했어야 되는 사안이고 그것이 골프장과 치환될 수 있는 성격의 행사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그리고 왜 하필 골프장이라 해명했을까. 일반적으로 관료들이나 아니면 사회적 지위 있는 분들이 골프 칠 때, 실명으로 칩니까? 김철수 이름으로 치고 현금으로 결제하고 나오지. 나중에 확인 안 될 거 알고 말한 것일 텐데, 하루살이 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송병기 부시장 입장에서도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에 사실 관계와 다르거나 입증하기 어려울 경우에 송 부시장이 한 진술 전체가 신빙성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소종섭: 현재로서는 송 부시장의 주장인 겁니다. 그날 사실은 청와대 비서관을 만난 게 아니고 내가 토요일이었고 서울 안 가고 골프 쳤다는 것도 송부시장의 주장이기 때문에 정말 서울 안 가고 골프를 친 건지, 이런 부분들은 이제 추가로 검찰에서 확인을 하겠죠. 그런데 여기서 송 부시장이 자꾸 업무 수첩을 그냥 개인적인 메모장이라고 얘기를 하는 것은 아까 언뜻 얘기했던 대로 증거 능력상의 효력을 염두에 둔 대응이라고 봐야 되지 않을까요? 

이준석: 업무라는 것이 여러 가지 있어요. 안종범 수석도 그렇고 청와대 비서진들이 국정농단 때 녹취가 다 핸드폰에 남아 있어서 그게 수사의 스모킹건이 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명확하게 수행하기 위해서 녹취 또는 메모를 한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지시 사항을 그렇게 했다고 했을 때는 증거 능력이 있는 것이고,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가서 치킨 사오세요, 그랬으면 그거는 지시 사항입니다, 그런데 전언에 해당하는 것들, 예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이 나중에 안종범 수석에 전달하기를 어디, 어디 그룹 회장이 치킨을 좋아한다더라. 이것은 치킨을 좋아하는지 확정할 수 없는 겁니다.

소종섭: 그렇죠. 그 회장한테 물어봐야 되죠.

이준석: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법정 다툼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송병기 부시장이 초기에는 법률적 조언을 뭐 이런 부분을 못 들었던 걸 수도 있고, 본인의 기억이 흐트러졌다고 본인이 주장하고 있으니까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말이 이제 일관성이 다소 떨어져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소종섭: 송 부시장은 업무 수첩이 아니라고 하지만 검찰로서는 이 수첩이 수사에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송 부시장 입장에서는 착잡한 나날을 보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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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송병기 부시장이 캠프 측 인사로서 만약에 누군가를 만나고 다녔다면, 선거때는 아 다르고 어 다르고 나중에 결과가 크게 차이 납니다. 제 지인들 중에서도 선거법 때문에 고생한 분들 보면 뭐 해 주기로 약속 받았다는 내용을 잘못 얘기했다고 하는 거예요. 무슨 사업 확정이라고 현수막 걸었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확정이 아니었다. 이러면 바로 공직선거법에서 당선 취소해달라는 형이 나오기 때문에 송병기 부시장도 관료 출신이고 꼼꼼할 것이기 때문에 본인의 캠프를 지휘한 송철호 시장에게도 보고할 때 정확한 워딩으로 보고하기 위해 메모했을 것이다. 만약에 어떤 공약 사항이라든지 법적 분쟁이 벌어지거나 했을 때도 특정인의 얘기를 명확하게 남겨놓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굉장히 꼼꼼하게 이런 업무 처리를 하기 위해서 적어놓은 것이지, 소회를 남기는 정도의 메모장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렇게 봅니다. 

소종섭: 하명 수사 의혹이 이 정권에 상당히 민감합니다. 송 부시장의 수첩 문제도 있고 또 여권에서 송철호 현 시장을 단일 후보로 만들기 위해 배후 움직임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수사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향후 문재인 정부에 상당히 부담될 수 있는 소지가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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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청문회서 적절성 논란 불거질 듯”

이준석: 추미애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추미애 후보자가) 송철호 시장을 공천했다는 의혹에서 저도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보통 정당에서 선거 공천을 앞두고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할 때, 가장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잣대 중의 하나가 탈당을 하고 다른 정당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느냐를 많이 보거든요? 공천 못 받아서 무소속 갔다 돌아오고 이런 거 말고 적극적으로 다른 당에 갔다 온 경우들이나 이런 거를 많이 보는데 송철호 후보 같은 경우는 무소속 출마 이력도 있지만 민주노동당 출마 이력도 있어요. 사실 울산이라는 곳에서 민주당 당원들 입장에서는 송철호 시장이 얼마나 가까운 인사인가 관계없이 지금 국회의원 공천 기준만 봐도 탈당은 경선에서 감소율이 -25%예요. -25% 정도 되면 상당한 감점입니다. 그 정도로 다룰 사안인데 그런 이력을 반복했던 송철호 시장에게 경선도 아닌 단수 공천을 준다? 이건 어려운 판단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추미애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에서 많이 얘기가 나올 것이다. 왜냐하면 임동호 최고위원 같은 경우에는 그 당시에 다른 후보 한 분과 더불어서 경선을 하자, 대신 결선 투표까지 하자, 이런 얘기를 할 정도로 그 안에서 경선이 원칙인 것처럼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그걸 단숨에 뒤집는 거에 과연 추미애 당시 당 대표가 공천권자로서 정무적 판단이라고 또 해명을 할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의 요청이나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거 하다가 또 법적인 판단을 받아가지고 이렇게 고생하는 거거든요. 예를 들어 이런 게 있어요. 경선에서 질 것 같으니까 그 사람 자르고 다른 사람 넣었을 때 가장 싸움이 크게 납니다. 그게 이제 새누리당이 2012년에 유승민 떨어트리기 어려워 보이니까, 유승민 공천 자르고 다른 사람 넣으려다가 김무성 대표가 도장 들고 날고 이래서 문제 된 거거든요? 만약에 거기서 경선을 유승민 대표와 붙였으면 아무 일 없었겠죠, 이기든, 지든지 간에. 그런데 울산도 비슷한 일이 민주당에서 있었는데 청와대가 개입됐다고 하면 저는 그것도 굉장히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봅니다.

소종섭: 이른바 송병기 수첩의 비밀, 현재로서는 검찰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만이 알고 있겠죠. 만약에 울산시장 선거 과정에서 어떤 권력의 개입이 막후에 있었다는 부분이 드러나게 된다면 이것은 정국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검찰 수사 계속해서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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