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영입2호 원종건이 말하는 ‘김치 그리고 정치’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12.3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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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영입 인재 2호'로 정치권에 데뷔한 원종건씨, 2주 전 기자와 사석에서 "새로운 길" 귀띔
2005년 각막기증 프로그램에 어머니와 출연해 화제…“청년·소외계층 위한 정치를 하겠다”

“어디를 갈 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연봉이나 직책, 이런 건 제 관심사가 아니에요.”

지난 12월11일 서울 용산구의 한 식당. 기자와 마주앉은 한 청년이 돌연 ‘퇴사 계획’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어떤 기준으로 진로를 정해요? 안 막막하겠어요?” 기자가 걱정 반, 기대 반 ‘꼰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어느새 돈까스 하나를 뚝딱 해치운 원씨가 말했다. “이른 나이에 회사를 다니면서 제 몸통에 비해 너무 큰 날개가 생긴 기분이었어요. 무엇이 됐든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찾지 않을까요?”

2주 뒤 ‘새로운 날개’를 말했던 그 청년이 향한 곳은 언론을 통해 이내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어린 시절부터 소외계층을 위해 봉사하며 성장한 한 20대 청년을 내년 총선에 나설 인재 2호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주인공은 돈까스집에서 물음표를 던지고 떠난 ‘느낌표’ 청년 원종건씨(26)였다. 앞서 민주당은 만 40세 여성으로 장애를 딛고 일어선 무용수 출신의 최혜영 강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40)를 인재영입 1호로 발표한 바 있다.

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해찬 대표는 29일 오후 국회에서 이베이코리아 기업홍보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원씨의 영입식을 개최했다. 원씨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 2005년 MBC 예능프로그램 《느낌표》의 '눈을 떠요' 코너에 각막기증으로 눈을 뜬 어머니와 함께 소개되며 이름을 알렸다. 당시 방송에서 어머니가 각막 이식 수술을 한 뒤 시력을 되찾자, 원씨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대중에게 오래도록 회자되기도 했다.

원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이후 ‘프로 리시피언트(recipient·수혜자)’가 됐다. ‘도움’의 방법에 대한 고민도 같이 늘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7월11일 시사저널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겨울이면 복지관에서 패딩을 줬고 교회에서는 김치가 왔다.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그런데 옷은 사이즈가 맞지 않았고, 배추김치는 2인 가족이 먹기 버거울 만큼 쌓여갔다”고 했다. 이어 “‘줬는데 왜 버리냐’는 얘기가 나올까봐 열심히 먹었지만 결국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되더라. 누굴 돕는다면 주고 싶은 게 아니라 받고 싶은 걸 드려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호'인 원종건 씨가 29일 국회에서 하트를 만들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호'인 원종건 씨가 29일 국회에서 하트를 만들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씨는 민주당 영입 기자회견에서도 “지금까지 우리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우리 이웃들에게 돌려드리기 위해 정치를 해보려고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원씨는 “어머니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했더니 빙긋 웃으시며 ‘종건아, 넌 엄마가 널 키운 줄 알지? 세상이 널 키웠어. 이제 네가 세상에 효도해라’라고 말씀하셨다”며 “양지보다는 그늘, 편한 사람보다는 힘든 사람들, 여유있는 사람들보다는 어려운 사람들, 한참 앞서가는 사람들보다는 뒤처진 사람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일이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의 발을 들이기 전부터 원씨의 삶은 누군가를 돕는 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대학 재학 시절에는 ‘엄지장갑’이라는 말을 전파하기 위한 ‘벙어리장갑 호칭 개선 캠페인’을 벌였다. 2015년에는 삼성행복대상 청소년상을 수상했고 2016년에는 서울시 청년상과 정부에서 수여하는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엔 이베이코리아의 사회공헌팀에 입사해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일을 해왔다. 원씨는 여가시간이면 2016년 10월 대학 친구들과 결성한 ‘설리번’이라는 봉사 모임에서 활동한다. 이곳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사 호출 앱(APP)을 개발한다.

원씨는 기자회견에서 청년과 소외계층을 위해 일하겠다고 밝혔다. 원씨는 “수많은 아이들과 청년들이 가난 때문에, 학벌 때문에, 차별 때문에 꿈 꿀 권리마저 포기당하고 있다”며 “‘정치덕분에 가난에서 벗어났다, 정치 덕분에 학벌을 이겨냈다, 정치 덕분에 차별없는 세상이 가까워졌다’처럼 ‘때문에’가 아닌 ‘덕분에’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원씨는 이어 “청년과 함께 아파하는 공감의 정치를 통해, 나이로 따지는 세대교체가 아니라 세심한 관심과 사랑으로 바꾸는 진정한 세대교체를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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