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AL 징크스’ 극복할 수 있을까
  •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3 16:00
  • 호수 1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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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리그 소속팀 막강 타선 대처할 상대 연구가 관건

지난 2019년은 류현진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메이저리그 진출 7년 만에 최고의 성적을 거둔 것이다. 14승은 커리어 하이 동률이다. 2.32의 평균자책점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내셔널리그 올스타전 선발투수, 사이영상 투표 2위 등 리그 최고 성적을 거둔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성적에 힘입어 2년에 가까운 어깨 수술 재활을 거쳐 ‘퀄리파잉 오퍼’라는 FA 재수까지 감수하며 아메리칸리그 팀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에 80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1992년과 1993년 월드시리즈를 2연패했던 토론토는 그 이후 26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단 2번만 성공하며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야 했다. 하지만 작년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보 비셋, 카바 비지오 등 메이저리거 2세들이 성공적인 데뷔를 하며 과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한 작업의 첫 단추가 잘 꿰어진 팀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2020 시즌에도 당장의 성적보다는 2~3년 뒤를 내다보며 에이스감으로 류현진을 영입하는 등 차근차근 리빌딩을 하는 팀이다.

역대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에서 연평균 최고액을 기록하며 기대를 모으는 류현진은 새로운 리그, 새로운 팀에서 새 출발을 한다. 지난 시즌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류현진은 과연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을까.

ⓒ AP 연합
ⓒ AP 연합

전통의 막강 타선 뉴욕 양키스·보스턴 레드삭스와 상대해야

류현진은 리그가 내셔널리그(NL)에서 아메리칸리그(AL)로 바뀌며 주로 상대할 팀들이 바뀌었다. 작년 NL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4.78점이고, AL은 4.88점으로 아무래도 지명타자가 존재하는 AL이 더 높다. 경기당 홈런 역시 AL이 1.43개로 NL보다 0.07개 많다. OPS도 AL이 0.762로 NL의 0.753보다 높다. 즉 전 소속팀 LA 다저스가 속했던 NL보다 AL 팀들이 전반적으로 공격력이 강한 셈이다. 특히 토론토가 속한 동부지구는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와 같은 전통의 강호에 저예산 고효율의 전형인 탬파베이 레이스가 속해 있어 혹독한 리빌딩에 돌입한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제외하면 모두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팀들이다.

실제로 작년 AL 동부지구 상위 3개 팀의 평균 승수는 94.3승이었고, 다저스가 속했던 NL 서부지구는 89.3승으로 5승이나 차이가 났다. 특히 뉴욕 양키스는 작년 경기당 득점 전체 1위, 보스턴은 4위에 오른 막강 타선의 소유자다. 같은 지구 팀들과 각각 시즌 19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과거 인터리그를 통해 가끔씩 상대하는 모양새와는 확연히 다르다. 수치상 류현진이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다면 같은 지구 팀들을 15경기 남짓 상대해야 한다.

또 다른 요소는 ‘구장 팩터’다. 토론토의 홈구장 ‘로저스센터’는 전통적으로 투수들에게 불리한 구장이다. 홈경기와 원정경기의 비교치로 얻어낸 결과로 1 이상이면 타자들에게, 1 이하면 투수에게 유리한 수치가 있다. 먼저 득점 면에서 봤을 때 로저스센터는 1.031로 전체 12위에 올라 있다. 반면 다저스타디움은 0.905(24위)로 로저스센터가 확연히 투수들에겐 불리하다. 홈런 쪽은 더 심각하다. 로저스센터는 1.317로 홈런 생산 전체 1위 구장이었고, 다저스타디움은 1.128로 9위였다. 즉 로저스센터가 최소한 작년에는 원정 대비 가장 많은 홈런이 나온 구장이었던 것이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개폐식 돔구장이라 날씨의 영향을 받진 않지만, 장타에 대한 경계는 늦출 수 없다.

류현진에게 부담을 주는 또 다른 이유는 빈약한 팀내 불펜 상황이다. 작년 다저스의 불펜은 마무리 켄리 젠슨이 다소 흔들리긴 했지만, 불펜 평균자첵점은 3.78로 전체 4위를 차지할 정도로 나름 뒷문 단속이 됐던 팀이다. 하지만 토론토는 4.35로 정확히 중간 수준인 15위에 그쳤다. 마무리 투수로 1.87의 평균자책점과 23세이브를 기록한 켄 자일스를 제외하면 믿을 만한 선수를 현재로선 찾기 어렵다.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불펜 투수 중에 윌머 폰트, 샘 가비글리오, 앤소니 배스 그리고 이번에 계약한 야마구치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어 조금 더 보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젊은 옌시 디아즈, 토머스 팬논 같은 선수들이 성장해 줘야 한다. 아무래도 불펜이 불안하면 선발투수 입장에서는 특히 적은 점수차에서 최대한 오랜 이닝을 끌고 가야 한다는 부담이 작용하게 된다. 5, 6회까지만 버티면 된다는 공식이 통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결정적 수비 능력에서도 다저스가 토론토보다 뛰어나

리그 평균보다 낮은 탈삼진율을 보이는 류현진에게는 수비의 뒷받침도 은근히 신경 쓰인다. 작년 다저스는 무려 106개의 실책을 범하며 0.982의 수비율을 기록했고, 토론토는 96개 실책에 0.984 수비율로 언뜻 토론토가 더 나아 보인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실점을 막아주는 ‘디펜시브 런 세이브’ 수치에서는 심각한 차이를 보인다. 쉽게 말해 수비 잘못으로 허용한 점수도 없고 막아준 점수도 없는 0을 기준으로 작년 다저스는 무려 88점을 수비가 막아준 것으로 나타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토론토는 -21점으로 21위에 그쳤다. 아무래도 경험이 짧은 선수들이 많은 토론토 수비진인 탓에 평범한 상황에선 잘 막아내다 결정적 순간에 흔들리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마운드에 있는 투수 입장에서는 위기 상황에서 수비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게 되면 타자를 상대하는 패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작년 시즌 가장 안 좋았던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 결과가 영향을 미쳤는지 류현진이 인터리그에 약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난 7년간 류현진은 총 15번의 인터리그 경기에 등판하며 통산 4승4패 3.84로 본인의 통산 성적에 비해 약간 떨어지긴 하지만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을 보였다. 또 새로운 타자를 상대한다는 부담도 지적했지만 거꾸로 타자들 역시 류현진 공이 익숙하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류현진의 성공에는 뛰어난 컨트롤, 과거에 구사하지 않았던 커터와 투심 두 가지 종류의 커브 등 신구종 장착, 철저한 상대 연구에 의한 약점 파악 등 피나는 노력이 수반됐다. 이번 오프시즌에 류현진이 할 일은 과거의 노력을 바탕으로 또 한 번의 도전을 이겨내는 것이란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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