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유산슬’은 의도치 않게 생긴 감사한 캐릭터”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4 10:00
  • 호수 1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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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슬' 캐릭터로 ‘왕의 귀환’…국민MC에서 트로트 가수로 파격 변신한 유재석

결혼 발표 이후 첫 단독 기자회견이었다. 그러니까, 본인도 모르는 깜짝 기자회견.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연출 김태호) 속 프로젝트 ‘뽕포유’가 배출한 트로트 가수 ‘유산슬’의 1집 굿바이 콘서트 개최 기념 자리가 지난해 12월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열렸다. 유산슬의 행보는 처음부터 끝까지 파격적이었다. 차이나타운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열고, 작년 12월 발표한 데뷔 앨범 ‘뽕포유’의 타이틀곡 《합정역 5번 출구》로 음원차트 멜론 100위권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KBS 《아침마당》, SBS 《영재발굴단》 등에 출연하며 지상파 3사를 통합시킨 신종 캐릭터다. 더불어 유재석에게는 13년을 함께한 《무한도전》 종영 이후 처음 겪는 ‘위기’를 이겨내게 해 준 의미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유산슬은 2019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거머쥐었고, 유재석은 2019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야말로 ‘왕의 귀환’을 공식화한 연말이었다.

유재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속내와 소신, 계획을 가감 없이 밝혔다. “(김태호 PD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어리둥절하다” “김태호도 한 번 당해 봐야 한다”는 유재석의 애정 어린 말처럼, 《무한도전》 종영 이후 김태호 PD와 함께 머리를 맞댄 1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자축의 시간이기도 했다. 2019년 지상파 예능에 새바람을 몰고 온 ‘유김 콤비’에게 더욱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 뉴시스
ⓒ 뉴시스

깜짝 기자회견이다.

“정말 모르고 왔어요. 하하. 많이 놀랐지만 이런 게 한두 번도 아니고 현실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먼저 추운 날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결혼 발표 이후에, 특히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건 처음이에요. 중식당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도 처음이고, 기자회견 일정 자체를 모르고 한 것도 처음이고요. 하하. 이게 또 《놀면 뭐하니?》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무한도전》 종영 이후 ‘유재석 위기설’에 대한 보도가 많았다.

“갑작스럽고 아쉽게 끝났죠. 하지만 모든 프로그램이 제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상황에서 그런 결정을 내린 건 충분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갑작스러운 결정이라 이후 계획이 전혀 없던 상태였어요. 그때 ‘위기’라고 많이 보도됐지만, 사실 저는 방송을 시작한 이후 매주, 매해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 ‘기사회생’이라고 많이 기사를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웃음).”

그래서 2019년은 의미 있는 해가 아닐까 싶다.

“내년(2020년)이면 연예계에 몸담은 지 30년이 됩니다. 2019년은 '언젠가는 진심이 통할 날이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많은 분들에게 전달된 해가 아닐까 싶어요. 사실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프로그램을 할 때도 ‘이게 될까’라는 생각과 함께 ‘이런 것도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누군가는 이런 일도 해야 또 다른 장르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이런 내 생각의 한계를 깨준 제작진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그런 면에서 의미 있는 한 해가 아니었나 싶어요.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저는 트렌드를 만들 능력도 안 되지만, 따라갈 생각은 더욱 없습니다.”

‘유산슬’로 데뷔한 지 99일이 됐다.

“벌써요? 하하. 사실 시키는 대로 움직이다 보니 정신없이 지나갔어요. 유산슬은 데뷔도 활동도 마무리도 모두 갑작스러운 것투성이기에(웃음). 어쩌다 보니 제가 트로트계에 발을 들이게 됐는데, 덕분에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활동하고 있어요.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죠.”

유산슬의 인기가 ‘펭수’의 인기에 버금간다. 기분이 어떤가.

“저는 훨씬 못 미치죠.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캐릭터라 꼭 한 번 만나고 싶어요. 아, 중식당에서 유산슬은 잊힌 음식이었는데 요즘 들어 찾는 분이 계시다고들 해요. 감사드립니다. ”

그 인기에 힘입어 급기야 굿바이 콘서트까지 열게 됐다.

“꿈도 못 꾸는 단독 콘서트이기도 하고, 사실 꿈도 안 꿨던 단독 콘서트이기도 합니다(웃음). 사실 노래 두 곡 가지고 단독 콘서트를 한다는 게 저로서는 상당히 죄송합니다만 이미 공연 스케줄이 잡혔고 많은 분들이 함께해 줄 것이기에 열심히 꾸며보겠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사람은, 유산슬인가 유재석인가(웃음).

“사실 저도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있어요, 사인을 해 줄 때 ‘유산슬로 사인해 달라’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한데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다는 게 중요하죠. 캐릭터는 내가 만들고 싶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제 입장에서는 의도치 않게 생긴 감사한 캐릭터죠. 그에 맞게 제가 노력을 더 해야죠.”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

“드러내놓고 유산슬의 존재에 대해 제 앞에서 말하진 않지만 가끔 어디선가 제 노래가 흘러나오고 뮤직비디오도 보는 것 같아요. 아들 지호도 초등학생이기 때문에 가끔 흥얼대는 것으로 봐서 학교에서 부르지 않나 싶어요. 딸 나은이도 좋아해요. 음악을 틀어주면 몸을 흔드는 정도지만 흥이 넘쳐요.”

2집 계획도 있나.

“사실 저도 아는 게 없답니다. 하하. 다만 ‘1집 굿바이’라고 하니 2집이 있지 않을까 추측을 할 수 있을 뿐이에요. 만약 2집을 하게 된다면, 노래 실력은 물론 전반적으로 더 가다듬어야 될 게 많아요.”

평소 트로트를 좋아했나.

“평소에 음악을 즐겨 듣고 좋아합니다. 일명 ‘박토벤’ 선생님께서 《합정역 5번 출구》를 15분 만에 작곡해 주셨는데 이렇게 멋진 노래로 탄생할 줄 몰랐어요. 정 선생님, 이 교수님 등 트로트계 레전드들을 만나니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이 멋진 분들을 왜 이제 알았을까 싶어요. 방송을 통해 트로트가 얼마나 신나고 즐거운 음악인지 알려져서 실력 있는 신인들의 무대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무한도전》에서도 가요제나 공연을 한 적이 있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생생함이 있어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계속 트로트가 활성화되길 바랍니다.”

데뷔 이후 쉼 없이 달려왔다. 인간 유재석으로서 지칠 때는 없나.

“저는 늘 과거에 일이 없었을 때의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물론 저도 쉬고 싶을 때가 있지요. 저도 내년이면 마흔아홉입니다. 50세를 목전에 두고 있다 보니 일도 너무 좋지만 때로는 집에 있는 가족들을 더 생각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둘째가 돌이 지난 지 얼마 안 됐고, 큰아이는 초등학생이 됐어요. 올해(2019년)도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들과 여행 한 번 못 갔네요. 늘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안 그래도 오늘 아내와 그런 얘기를 했어요. 6월까지는 시간을 내서 휴가를 꼭 가자고요. 늘 빠르게 달려만 오다 보니 요즘 좀 생각이 많아지긴 했어요.”

2020년 계획도 궁금하다.

“늘 그렇듯 특별한 것 없이 맡겨진 일을 최선을 다해 해 나갈 생각이에요. 새해에 어떤 도전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도전의 방향이 잘못됐다면 지적해 주고 위기면 위기, 잘못된 방향이면 잘못된 방향이라고 해 주세요. 때로는 그런 말이 속상할 때도 있지만, 그런 말을 해 주셔야 발전하는 것 같아요. 더불어 2020년에는 주변, 가족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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