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허리’ 40대가 흔들린다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7 10:00
  • 호수 157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용 한파 직격탄…40대 20만 명은 일자리조차 알아보지 않아

“40대 고용에 대한 특별대책이 절실하다. 정부는 40대의 경제사회적 처지를 충분히 살피고 다각도에서 맞춤형 고용지원정책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월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 지표가 뚜렷이 개선됐지만 우리 경제의 주력인 40대의 고용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매우 아프다”면서 “정부가 20~30대 청년층과 50대 신중년층, 60대 이상의 노인층의 일자리 정책에 심혈을 기울여온 것에 비해 40대에 대해서는 얼마나 노력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말처럼 40대의 고용 사정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40대의 고용 지표만 ‘나 홀로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40대는 전 연령대 중 고용률이 유일하게 하락(79.5%→78.4%)했다. 22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1997년 5월~1999년 5월(25개월) 이후 최장 기간이다. 더 큰 문제는 가파른 하락세다. 40대 고용률은 11월 기준 2017년 79.8%에서 2018년 79.5%, 2019년 78.4%로 하락세가 커지고 있다. 다른 통계들도 다르지 않다. 40대 취업자 수는 2015년 10월 696만6000명을 정점으로 지난해 11월까지 49개월 연속 감소했다. 통계청은 “40대의 경우 인구 증감을 고려하더라도 취업자 감소세가 더 빠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도대체 40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40대가 마주한 고용 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제조업 부진과 산업구조 변화가 주원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40대의 일자리 문제는 제조업 부진이 주원인이지만 그렇다고 제조업의 회복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될 경우 산업구조의 스마트화와 자동화가 40대의 일자리에 더욱 격변을 가져올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40대 고용률, IMF 이후 최장 기간인 22개월째 하락

40대 일자리 대책 마련을 위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는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최근 첫 대책회의에서 “40대 고용 부진은 인구 요인, 제조업·건설업 등 주요 업종 둔화, 기술 변화, 산업구조 전환 등 복합요인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요 산업 경기가 회복되면 개선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제조업 여건, 4차 산업혁명 등을 고려할 때 40대 고용 부진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인식과 맥이 닿아 있다. 정부는 올해 3월까지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김 차관은 “3월까지 청년 대책에 준하는 근원적이고 과감한 40대 맞춤형 종합대책을 마련해 내놓겠다”고 밝혔다.

어느 세대건 고용 사정이 어려우면 안 되겠지만, 40대의 고용 한파가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이들이 한국 경제의 중추이자 허리이기 때문이다. 그저 ‘수사(修辭)’가 아니다.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 통계 분석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연령은 42.1세(남 40.9세, 여 43.2세)다. 40대가 한국의 허리란 얘기다. 허리 근육이 튼튼해야 신체가 건강하듯 40대가 튼튼해야 한국 경제가 건강할 수 있는데, 우리는 ‘심각한 요통’에 시달리고 있다.

40대는 높은 숙련도와 생산성을 갖고 있는 일터의 주역이다. 높아진 임금소득 아래 높은 소비 성향을 가진 경우가 상당수다. 자녀와 부모 등 가정을 책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이들의 고용 악화는 한 가구의 생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생계부양자 역할을 하는 40대가 실직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나라 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게 된다. 과장이 아니다. ‘가계소득 악화→민간 소비 감소→내수경기 침체→기업 위축→고용 감소’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는 시기도 평균 43.3세다. 이들의 실직은 곧바로 ‘하우스 푸어’를 낳게 된다.

정부 일각에서는 40대 고용 불안에 대해 “인구 변화에서 오는 진통”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인구 감소 탓만 할 수는 없다. 4년간 40대 인구는 4.7% 감소했지만 취업자 감소율은 6.3%로 훨씬 더 컸다. 60대 이상과 20대는 인구가 늘었는데, 그 증가 속도보다 취업자 증가 속도가 더 빨랐다. 정부가 상대적으로 20대 청년층과 60대 이상 고령층에 일자리 대책의 초점을 맞추는 사이 40대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었던 셈이다.

일자리를 잃은 40대가 갈 곳은 많지 않다. 이들은 가족 부양의 부담감이 커 실직을 하더라도 저임금 일자리를 꺼린다. 직종 전환에도 소극적이다. 재취업 문을 두드리고 싶어도 도움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기도 하다. 그렇게 밀려난 40대 상당수는 ‘레드오션’인 줄 알면서도 자영업을 기웃거린다.

 

밀려난 40대, ‘레드오션’인 줄 알면서도 자영업 ‘기웃’

통계청이 발표한 ‘기업생멸 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경제활동을 시작한 신생기업은 92만 개로 전년 대비 0.7% 증가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들 중 상당수가 구조조정 등으로 ‘밀려난 40대’로 추정된다.

문제는 한국에는 자영업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창업 후 1년 이상 생존한 기업은 100곳 중 65곳, 5년 이상 살아남은 경우는 30곳에 불과했다. 특히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숙박·음식점업은 창업 5년 생존율이 20%에도 못 미쳤다. 경기 불황 속 충분한 준비 없이 생계형 창업이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생계형 창업은 ‘나 홀로 사장님’식 소규모 영세창업으로 이뤄진다는 문제도 있다. 2018년 신생기업의 89.3%는 종사자가 한 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같은 1인 기업은 전체 소멸기업의 92.2%를 차지하는 등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일자리에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바로 ‘중년 니트(NEET)족’의 폭발적인 증가세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노동패널학술조사에서 발표한 ‘청년 니트와 중년 니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40대 니트는 19만5000명에 달한다. 니트란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이다. 원래 니트는 15~34세 취업인구 가운데 미혼이면서 학교에 다니지도 않고, 가사일도 하지 않는 무직자를 일컫는 개념이다. 남 연구위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와 한국노동패널조사 18년 치 자료를 분석해 니트의 개념을 40대 중년층까지 넓혀 연구했다.

니트의 절대적 숫자는 20대가 월등히 높았지만, 증가세는 30대와 40대로 갈수록 가팔랐다. 20대 니트는 2000년 31만8000명에서 2018년 77만7000명으로 144.3%(+45만9000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 니트는 6만8000명에서 30만5000명으로 348.5%(+23만7000명) 늘었다. 반면 40대 니트는 3만3000명에서 19만5000명으로 490.9%(+16만2000명)나 늘어났다. 남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20대와 30대 니트는 2010년 무렵부터 7년가량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40대 중년 니트는 이 기간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남 연구위원은 “가장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있어야 할 20만 명에 육박하는 40대 인구가 일자리조차 알아보지 않는 니트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며 “이러한 중년 니트는 강한 지속성을 가지고 있어 향후 이들의 규모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40대의 니트화(化) 문제는 20대나 30대의 경우와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40대 니트가 급격히 증가한 이유

40대 니트는 왜 이렇게 급격히 증가했을까. 30대의 경우 니트가 증가한 이유는 20대에 니트가 아니었던 사람이 새로 진입한 영향이 컸다. 20대에 취업해 일하거나 구직활동을 하다가 30대에 실직하거나 구직활동이 잘 안 돼 니트로 주저앉은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반면 40대 니트의 경우 진입 경로가 중첩적이었다. 남 연구위원은 “중년 니트의 증가는 청년 니트의 경험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30대에 니트를 경험한 사람들이 10년 후에 그러한 니트를 벗어날 가능성이 하락하고 있어 40대 니트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30대엔 니트가 아니었지만 40대에 니트로 내려앉은 경우도 중년 니트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40대 니트 문제가 앞선 세대보다 더 복합적이라는 뜻이다.

현재 40대 니트는 40대 전체 인구의 2.3%를 차지한다. 아직은 큰 비중이 아니다. 그러나 안심할 처지도 아니다. 남 연구위원은 “40대 중년 인구가 이미 감소하기 시작했다. 중년 니트의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중년 니트 비율의 증가도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통계가 청년 시절의 니트 경험이 인생에 있어 항구적 상처로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실직과 구직활동의 실패가 한 개인에게 큰 아픔으로 다가오고, 우리 사회는 그런 아픔이 좌절이 되지 않게 충분한 안전망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운의 IMF 세대, 20대엔 IMF·30대엔 금융위기·40대엔 구조조정

“PC통신으로 사랑을 찾고, 삐삐로 마음을 전하며, 음성 메시지로 이별을 통보하던 우린 역사상 가장 젊은 인류였다.”(드라마 《응답하라 1994》 중) 1994년에 대학에 입학한 94학번은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 변곡점에 서 있었다. 삐삐와 공중전화, 휴대전화 그리고 이메일까지. 이들은 민주화와 IT 혁명이라는 시대의 진보를 가장 먼저 맞이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후퇴와 좌절도 가장 먼저 맞이했다. 이들은 가장 앞선 세대였다.

지금의 40대가 사회에 첫발을 디딜 때는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한국 사회를 휩쓸고 간 뒤였다. 취업 취소 발표가 속출하던 시기였다. 갖은 고생 끝에 취업을 했지만 곧 카드 사태가 터졌다. 앞서 취직한 선배들이 ‘정리’되는 살벌한 상황을 지켜봤다. 힘든 기간을 버티고 살아남았다. 짝을 찾아 결혼을 하고 내 집을 마련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수억원의 대출을 받아 샀던 집값은 폭락했다. ‘하우스 푸어’라는 말이 나왔고, 이들에겐 ‘죽을 사(死)자 94학번’이란 타이틀이 붙여졌다.

이중·삼중 파고를 넘어 40대 중후반에 들어섰는데 고뇌는 더 커졌다. 본격적으로 자녀 교육비 부담이 커졌는데, 회사에선 점점 동기들이 사라진다. 깊어지는 불황 속 구조조정은 일상이 됐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하지만 재취업도, 창업도 자신이 없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드라마 속 대사는 현실에선 더 잔인하다. 그렇게 비운의 40대는 전쟁터 혹은 지옥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2020년 고용 전망은? 불확실성 크지만 소폭 개선 전망

전년 대비 취업자 20.7만 명 증가…고용률은 0.1%p↑ 실업률은 0.1%p↓

올해 고용시장 전망은 어떨까. 시사저널은 통계청과 한국은행, 한국노동연구원 등의 자료를 종합해 정부가 바라보는 올해 고용 전망을 정리했다.

결론부터 보자. 국책연구기관인 노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9년 노동시장 평가와 2020년 고용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취업자는 전년 대비 20만7000명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률은 연간 0.1%포인트 늘고, 실업률은 0.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근거는 뭘까. 일단 올해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 전망이다. 한국은행(2.3%), 한국개발연구원(2.3%), 경제협력개발기구(2.3%), 국제통화기금(2.2%) 등 국내외 여러 전망 기관들이 올해는 경기가 부진했던 작년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보는 점이 반영됐다. 한국은행은 재정정책이 확장적으로 운용되는 가운데 설비투자와 수출이 개선되고 민간 소비도 올해 하반기 이후로는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올해도 정부 재정이 고용시장에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전망이다. 노동연구원은 정부의 일자리 예산 확대가 노동시장의 회복을 도울 중요한 요소로 여전히 자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분야가 청년 일자리다. 노동연구원은 “좋은 일자리의 신규채용이 활발해질 만한 산업적 호재나 노동시장 이중구조에서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한 청년층 노동시장 진입의 시기나 규모가 크게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청년내일채움공제 같은 정부의 대규모 재정사업이 중요한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노인 일자리 역시 정부 재정이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용 둔화가 이어지는 40대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노동연구원은 “주 52시간 근무 상한제로 인해 감축된 근로시간을 활용해 기술교육 및 훈련을 장려하고 실업급여, 실업부조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등 노동시장의 허리를 담당하는 세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고용시장에는 작년부터 회복세인 서비스업이 힘이 될 전망이다. 고용탄력성(경제성장에 따른 고용흡수 능력)이 높은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여전히 인구구조 변화에 기인한 수요 증가가 있고, 일자리사업 확대 시행이 이 산업 생산과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동연구원은 “전체적인 측면에서 올해에도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어느 정도 고용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고용시장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 왔던 제조업은 올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선업 경기가 서서히 회복 흐름에 있으나 이를 제외한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 등 주요 산업은 예상보다 더딘 회복세를 보이거나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스플레이 등 전자부품 및 전기장비제조업은 중국과의 경쟁에 밀려 구조조정에 들어가거나, 생산 둔화, 해외투자 증가 등의 영향으로 고용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마찰에 따른 중국의 성장세 향방, 일본의 무역제재,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성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도 존재하는 만큼 제조업 고용은 작년의 기저 영향으로 일부 수치상 개선이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회복세 실현에는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