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총선 불출마 릴레이···김도읍 이어 한선교, 여상규도
  • 김재태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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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부터 다 내려놓으라” 책임론도 거론···비대위 구성 필요성 제기

새해 벽두부터 자유한국당의 중진인 한선교·여상규 의원이 잇달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당 쇄신이나 자기희생이 아니라 '황교안 체제'에 대한 불신임 여론이라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지도부가 보인 무기력한 모습에 대한 책임론이 함께 확산하는 형국이다.

한국당 4선 한선교 의원과 3선 여상규 의원은 1월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재선의 김도읍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지 이틀 만이다.

(왼쪽부터)자유한국당 여상규 의원과 한선교 의원이 1월2일 국회 정론관에서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왼쪽부터)자유한국당 여상규 의원과 한선교 의원이 1월2일 국회 정론관에서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선교 의원은 "저의 이 작은 결심이 국민 여러분들의 변화 요구에 조금이나마 답을 하는 모습이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황 대표 취임 후) 첫 번째 사무총장으로서 황 대표 체제에 힘을 더해주기 위해서라도 오늘 불출마를 결심했다"며 “황교안이라는 정치인이 10개월 동안 죽음을 각오한 단식과 투쟁으로 정치판에서 유일하게 진정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롭게 창당한다는 각오로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공천 쇄신이야말로 진정한 보수통합이라고 강조했다. 또 “탄핵되고 감옥에 가신 박근혜 대통령께 정말 죄송하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상규 의원은 "당 지도부가 가진 것을 모두 내려놔야 한다"며 "황 대표든, 심재철 원내대표든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사 출신인 여 의원은 “악법들이 날치기 통과되는 현장에서 우리 자유한국당은 매우 무기력했다. 걱정 말라, 내가 책임지겠다는 지도부는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라 강행 처리되는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여 의원은 국익 대신 당파적 이익만 좇는 정치 현실과 극심한 편 가르기에 환멸을 느꼈다고도 말했다. 

특히 지도부를 매섭게 질타했는데, 여권의 폭거에 너무 무기력했다면서, 대표 책임론을 넘어 비대위 구성과 자유 진영 빅텐트까지 거론했다.

현 지도부가 물러나게 되면 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와 관련해 여 의원은 "당연히 비대위 체제가 상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 전환 요구는 패스트트랙 정국을 지나면서 거세지는 양상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12월3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에 실패한 것을 두고 "지도부 총사퇴하고, 통합 비대위나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당 내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황 대표는 정당과 국회, 나아가 정치 전반에 대한 무지와 무능을 드러냈다. 여기에서 비롯된 독선과 극단주의 쏠림으로 제1야당 회생에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렸다"며 "책임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 체제의 한국당이 '극우'와 대여 강경 투쟁으로 일관한다는 목소리는 지난 12월 '태극기 부대'의 국회 난입 사건을 계기로 한층 커졌다. "한국당이 전광훈 목사의 2중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황 대표가 현재로선 야권의 대선주자 중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10∼20%를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 당 지지율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황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경우 수도권은 궤멸에 가깝고, 충청권과 PK(부산·울산·경남)에서도 '정권 심판론'이 먹히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PK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통합할 수 있는 비대위를 만들어서 빨리 새집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투톱'인 심재철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패스트트랙 법안들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는 점에서다. 취임한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데다 한국당의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것과 별개로, 원내 협상 구도에서 고립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주장에는 황 대표만 물러날 경우 심 원내대표가 대표권한대행으로서 비대위원장을 영입해야 하는 점에 대한 의구심도 깔렸다.

한국당은 새누리당 시절 정진석·정우택 원내대표가 각각 김희옥·인명진 비대위를 꾸렸으며, 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나선 김성태 원내대표가 김병준 비대위를 구성한 바 있다.

황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신을 향한 책임론과 비대위 구성 요구에 대해 "그런 부분에 관해서도 큰 틀에서 검토들이 필요하다. 뭐가 나라 살리는 길인가에 대해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로써 선거법·공수처법 강행 처리 이후 불출마를 선언한 한국당 의원은 김도읍·여상규·한선교 의원 등 지금까지 세 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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