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국회가 증명하는 ‘한국당 의원직 총사퇴’의 비현실성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3 10:00
  • 호수 1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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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역대 총사퇴 결의 6차례…사퇴서 수리는 1965년 단 한 번뿐

의원직 총사퇴 결의는 수세에 몰린 야당이 여당을 압박하기 위해 사용해 온 단골 수단이다. 자유한국당 역시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국회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이미 여러 번 의원직 총사퇴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이 제출한 사퇴서가 수리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는 역대 국회에서 벌어진 의원직 총사퇴의 역사만 되짚어봐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1948년 제헌국회 이후 의원직 총사퇴가 거론된 경우는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의원들이 사퇴를 결의하거나 직접 사퇴서를 제출하는 등 실제 행동을 보인 경우는 6번으로 확인된다. 이 가운데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 당시 민중당 소속 의원 8명이 집단 사퇴한 게 유일하게 총사퇴가 실현된 사례로 전해진다. 당시엔 지역구 의원도 탈당만 하면 의원직이 자동으로 상실돼 지금보다 사퇴가 쉬웠다.

공수처법이 처리된 2019년 12월30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수처법이 처리된 2019년 12월30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6차례 중 5차례 사퇴서 반려됐거나 당내서 무산

그 밖에 다섯 차례는 모두 반려됐거나 당내에서 뜻을 접어 무산됐다. 1979년에는 신민당 의원 66명이 당시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의원직 제명에 항의해 사퇴서를 제출했지만, 이후 부마항쟁 등 분위기가 반전돼 실현되지 않았다. 이후 1990년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총재로 있던 평민당 의원과 민주당 의원 79명이 사퇴 결의에 함께했지만 이 또한 반려됐다.

이후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사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을 때도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사퇴를 결의했지만 내부 이견으로 제출되진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시끄럽던 2004년에도 어김없이 의원직 총사퇴 결의는 등장했다. 이번엔 여당으로부터 나왔다.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은 노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총사퇴를 발표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불리해질 것을 우려해 열흘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오늘날 가장 강하게 기억되는 의원직 총사퇴 결의로는 10여 년 전인 2009년 7월, 미디어법 처리 당시가 꼽힌다. 당시 제1야당인 민주당이 사퇴서를 제출하자, 보수진영에선 “민주당이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라며 비꼬는 반응이 쏟아졌다. 오늘날 한국당 의원 총사퇴에 관해 일각에서 나오는 얘기와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사퇴해도 국회 해산할 법적 근거 부족

이 같은 전례 때문에 이번 한국당 의원들의 총사퇴 결의도 그저 외침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혹여 한국당 의원들이 사퇴 의지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한들, 현행 규정상 당사자들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일도 아니다. 국회 회기 중 본회의 재적의원의 과반 찬성이 필요하고, 회기가 아닐 땐 국회의장의 허가가 별도로 필요하다. 이 또한 실현 가능성을 더욱 낮추는 부분이다.

총사퇴가 이뤄진다 해도 한국당이 원하는 대로 국회 해산과 조기 총선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선 국회의원 수를 200명 이상으로 규정한 헌법 제42조 1항을 근거로 들며, 총사퇴할 경우 의원 수가 200명을 밑돌기 때문에 국회 해산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에는 국회 해산과 조기 총선에 대한 규정이 없어 자의적 해석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때문에 한국당 내에서도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이번 결단에 대해 “불필요한 대응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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