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안철수가 남긴 세 번의 실망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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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복귀 선언한 안철수 전 대표...스스로의 청산과 혁신이 필요하다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전 대표가 2020년 시작과 함께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지난 1년간 해외에서 자신의 삶과 6년의 정치 활동에 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담담한 소회와 함께 출사표를 던진 후 소위 안철수 테마주는 급등세를 나타내며 그의 복귀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안 전 대표가 복귀하면 전권을 주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언급했으며 유승민계가 주도하는 변혁 신당은 합리적 보수의 길을 함께 걷자며 영입 공세를 그에게 펼치고 있다. 과연 2020년 국내 귀환을 알린 안철수의 정계 복귀는 성공할 수 있을까?

안 전 대표는 그 동안 세 번의 기대를 국민에게 받았으나 스스로 표현한대로 기대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했다. 2012년 그는 국민들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으며 자칭 타칭 국민후보로 추대 받으며 대선에 뛰어들었다. 박근혜 당시 후보를 유일하게 꺾을 수 있는 강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단일화 과정의 실패 그리고 선거 당일 보인 미국 출국은 그에게 ‘선거 후 출국’이라는 꼬리표만 붙게 만들었다. 후회 없이 도전하고 깨끗하게 승복해서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길 바란 대다수 국민 정서와 그의 행보는 엇갈렸고 그렇게 그는 첫 번째 실망을 주었다.

그 후, 안 전 대표는 독자 신당 창당을 통해 진영 논리에 얽매이지 않는 제3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민주당에 곧바로 자신이 창당한 새정치연합을 흡수통합, 제3신당을 열망했던 당시 지지자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주었다. 2014년 3월 26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을 공동 대표로 한 통합 야당은 자유주의와 중도주의를 표방했으나 통합 때부터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지 않은 안 전 대표와 측근 간의 갈등과 잡음으로 통합 과정은 불과 2년을 가지 못한 채 종결되었다. 국민에게 그가 준 두 번째 실망이다.

국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전 대표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정치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봉사’라는 안 전 대표의 다짐을 믿는 유권자의 지지는 2016년 총선에서도 이어졌다. 2016년 1월 10일 급히 발족한 후 3개월 만에 진행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정당 비례투표에서 26.7%의 지지율을 차지, 25.5%를 기록한 현 여당 더불어민주당까지 제치는 최대의 이변과 파란을 일으켰다. 양대 기득권 정당에 실망한 유권자 중 상당수가 국민의당에 몰표를 던져주었지만 끝내 그는 새로운 변화와 미래를 보여주지 못하고 세 번째 실망을 주었다.

안철수 전 대표가 2018년 7월 12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 휴지기 돌입 입장을 밝힌 뒤 차량에 타고 떠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안철수 전 대표가 2018년 7월 12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 휴지기 돌입 입장을 밝힌 뒤 차량에 타고 떠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가시밭길 앞에 놓인 안철수의 복귀

안철수 전 대표는 자신의 SNS에서 대한민국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고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 세력들이 사생결단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의 미래 세대는 계속 착취당하고 볼모로 잡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두 타당한 말이다. 안 전 대표가 신드롬처럼 등장한 2011년보다 지금 양대 정당의 갈등은 더 심화된 상태이고 진보, 보수라는 이름 아래 헤쳐 모인 진영 논리에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진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안 전 대표는 전면적인 국가혁신과 사회통합,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청산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안 전 대표가 과감한 출사표를 던졌지만 현 시점은 2016년보다 그에게 더욱 불리한 상황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현실적 측면에서 그가 합류할 지대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 진보 및 보수가 아닌 제3의 길을 걷자고 주장하는 그에게는 바른미래당 합류 또는 신당 창당 밖에 길이 보이지 않는다. 참신한 이미지와 미래라는 슬로건으로 새정치를 부르짖었을 때의 파괴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신당이나 바른미래당으로는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보수 통합 빅 텐트 등은 안 전 대표의 이미지를 완전히 붕괴시키는 일이다.

둘째, 복귀 명분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에서는 명분이 반드시 필요하다. 8년 전, 기득권 세력과 진영 논리를 허물고 낡은 정치를 허물겠다는 그의 소신 발언에 열광한 건 국민들이 실제 그런 열망을 가슴 속에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20년 1월 복귀를 알린 안 전 대표는 8년 전과 또 다시 동일한 메시지로 출사표를 던졌다. 낡은 정치를 허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안 전 대표는 그간 탈당과 창당, 출국을 거듭하며 스스로 낡은 기득권 정치인의 모습을 보였다. 8년 동안 실행하지 못한 정치 혁신을 지금 와서 하기는 더욱 더 어렵다.

 

정치 혁신 이전에 안철수 혁신이 필요

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깊이 생각했다는 안철수 전 대표. 대한민국의 성장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정치의 길로 들어선 그의 초심과 진정성을 의심하진 않는다. 새정치, 극중주의 등 그가 새로운 비전이나 로드맵을 제시했을 때 언론과 기성 정당의 날선 공격과 무책임한 비난이 얼마나 심했는지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를 혁신하겠다는 소망 이전에 스스로 완전히 혁신되어 과거의 안철수가 보여준 모습을 폐기하지 않는 한 21대 총선, 더 나아가 그가 제시한 미래에 국민이 동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외로운 길이라도 국민의 마음을 소중히 되새기면서 가야 할 길을 가겠다는 그에게 국민은 먼저 안철수 스스로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주문하고 있다. 탈당과 창당, 출국 그리고 허무하게 사라진 새정치 등은 안 전 대표가 8년간 국민에게 남긴 모습이다. 출국을 통해 미국 및 유럽의 신기술 동향과 미래 흐름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더 많이 듣는 것이 필요했다. 8년 간 보여준 엇박자에서 벗어나려면 국가혁신과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청산 이전에 안철수 스스로 과거 모습에 관한 완전한 청산과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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