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대금 중개 의혹' 휘말린 EBS 노조위원장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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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에 수천만원 빌려주고 ‘사채 이자’ 챙겨”…당사자·회사 측 “행동강령 위반 아냐”

EBS 노조위원장이 과거 직원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중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직원 간 금전거래는 다수 공기업의 강령 위반 행위에 해당된다. 해당 의혹은 국회에서 한 차례 공론화됐음에도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이 취재한 복수의 전·현직 EBS 관계자에 따르면, 사건은 2012년쯤 EBS 제작기술부에서 시작됐다. 당시 부서 직원이었던 이아무개 현 노조위원장은 본인의 누나 A씨를 통해 같은 부서 선배 김아무개씨에게 돈을 빌려줬다. 액수는 4000만~5000만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이때 김씨는 사행성 게임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상환 이자가 너무 비쌌다고 토로했다. ‘사채 복리이자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불법사채 평균 이자율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에 그 수치는 1630%로 조사됐다. 개인 간 금전거래 최고 법정이자율인 25%의 약 65배에 달한다. 

김명중 EBS 사장이 2019년 10월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명중 EBS 사장이 2019년 10월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누나 통해 거래…채무자는 퇴사

김씨는 결국 법원으로부터 월급을 차압당했다. 채무관계는 정리됐지만 김씨는 2017년 퇴사했다. 이 위원장은 2019년 1월 전국언론노조 EBS 지부장으로 취임했다. 

EBS 임직원 행동강령 28조(금전의 차용금지)는 “임직원은 직무관련자로부터 금전을 빌리거나 빌려주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씨에게 돈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이 위원장의 누나 A씨다. A씨에 대해 EBS 관계자는 “법무사무소에서 일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김씨에게 있어 ‘직무관련자’라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금전거래를 민법적으로 따질 땐 실제 자금 출연자보다 거래 당사자가 누구냐에 대한 인식이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김씨가 이 위원장을 채권자로 인식할 경우, 민법상 금전거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이뤄진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EBS 행동강령 4조에는 “모든 임직원은 강령을 숙지하고 준수하여야 하며 위반사항에 대하여는 그에 따른 책임을 진다”고 나와 있다. 단 이 위원장과 김씨에겐 별도의 제재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의 금전거래 의혹은 기자가 받은 투서에도 나와 있다. 투서는 국회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서에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운운하며 자신들은 뒤에서 온갖 파렴치한 짓을 일삼고 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 노조와 김명중 EBS 사장의 유착 관계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0월17일 EBS 국정감사 때 해당 투서를 거론하며 김명중 사장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김 사장은 “노조위원장(이 위원장)과 관련된 사항은 전혀 알지 못한다”며 “제가 회사(EBS)에 오기 수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2019년 3월 취임했다. 박 의원은 “노조의 부도덕한 문제가 EBS에 있어선 안 된다”며 “국감 후에 (EBS의) 특별한 조치가 없다면 감사원에 특별 조치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노조위원장 “사실과 달라…법적 대응 중”

그러나 2개월이 넘은 지금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BS 홍보부 관계자는 이 위원장의 금전거래 의혹에 대해 “행동강령 위반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과 김씨는 서로에게 있어 ‘직무관련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관계자는 “행동강령은 관련 외부업체 사람이 아닌 같은 부서 직원끼리의 금전거래를 제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때문에 시정조치도 없었다고 한다. 

감사원의 시각은 다르다. 2014년 감사원은 한국국토정보공사에게 직원 간 금전거래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라는 주의를 내린 바 있다. 그 밖에 한국석유공사와 수자원공사, 해양진흥공사 등 공기업은 직원 간 금전거래를 행동·윤리강령 위반 행위로 보고 있다.

EBS 홍보부 관계자는 "투서 내용은 개인적인 일”이라며 “(투서와 관련해) 회사 차원에서 조치한 부분은 따로 없다”고 했다. 김 사장은 국감 때 “투서 작성자의 전화번호를 확보했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사장은 취임 전에 EBS 간부에게 부정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는 시사저널 2019년 10월12일자 보도로 처음 알려졌고, 국감 때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언급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금전거래 의혹은) 사실과 상당 부분 다르다”고 일축했다.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의혹에 관한 글이 익명으로 사내게시판에 올라와 법적 대응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금전거래의 행동강령 위반 여부에 대해선 “(위반 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거래 당사자가) 상하 관계나 갑을 관계일 때 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김씨에게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의 연락처로 확인된 전화번호로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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