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펭수에게 위로와 용기 받는 중”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1.11 10:00
  • 호수 1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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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로 충무로 평정한 청춘 배우 박정민, 《시동》에서 또 빛났다

박정민은 현재 충무로가 가장 사랑하는 배우다. ‘포스트 이병헌’으로 불릴 만큼 연기 하나로 충무로를 평정한 34살의 청춘 배우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그는 작품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스크린 속에서 한 번도 관객을 실망시킨 적이 없다. 《파수꾼》(2010), 《동주》(2015), 《그것만이 내 세상》(2018), 《사바하》(2019)를 거쳐 노랑머리 반항아가 된 영화 《시동》까지 늘 그랬다. 특히나 《시동》(감독 최정열, 제공배급 NEW, 제작 외유내강)은 그의 전매특허인 생활 연기를 잘 보여준 것은 물론 흥행까지 잡으면서, 박정민의 영화 인생에 또 다른 의미를 남겼다. 상업영화를 하는 배우들에게 ‘흥행’은 성적표다. 성적에 따라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시동》은 현재 손익분기점(240만 명)을 돌파하고 350만 관객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다. 일별 박스오피스 3위.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 형(마동석)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 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다. 2014년 연재를 시작해 평점 9.8점을 기록하며 강력한 팬덤을 형성한 조금산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 NEW 제공
ⓒ NEW 제공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시나리오에 반한 게 첫 번째였다. 개인적으로 원작인 웹툰을 재미있게 봤다. 예상을 벗어나면서 감정이 일어나는 만화였는데, 시나리오로 어떻게 옮겼을까 무척 궁금했다. 한데 감독님이 덜 것은 덜고 우리가 해야 할 것만 시나리오로 옮겼더라. 그 말은 준비를 엄청 많이 했다는 증명이었다. 그리고 ‘사람’이다. 시나리오를 준 사람에 대한 신뢰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바하》 촬영 당시 함께 작업했던 제작진에게 《시동》 대본을 받았다. 그때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거웠고, 제작진도 좋았기에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심했다.”

 

30대인데 10대 연기를 했다.

“촬영 전부터 (최정열) 감독님께 괜찮겠냐고 수차례 여쭤봤다(웃음). 예전에 《파수꾼》(2010)을 찍을 때 감독님이 실제 고등학생보다는 그 시기를 겪고 난 배우가 표현하는 게 더 풍성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시동》은 시나리오 보면서 마음이 움직이기도 했고, 일상 연기라 내가 잘 표현하면 되겠지 싶었다. 그래서 밀고 나가봤는데, 막상 화면에 찍힌 모습에서 크게 이질감이 안 느껴졌다.”

 

10대 연기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너무 걱정스러워 동네 고등학교를 찾아 하교하는 학생들을 유심히 관찰했다(웃음). 그리고 요즘 친구들이 입는 옷들을 보면서 도움을 받기도 했다. 쓰는 말도 찾아봤다. 줄임말 같은 걸 써볼까 했는데 애쓰는 느낌이 오히려 더 나이 들어 보이더라(웃음). 체중 관리도 신경을 썼다. 아무래도 고등학생들이 활동량이 많아 마른 친구들이 많더라.”

 

실제 박정민의 10대는 어땠나(박정민이라는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박정민 학력’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뜬다. 그는 사립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했다).

“다양한 모습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사춘기가 고등학교 때 와서 영화 감독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부모님과 사이가 틀어지기도 했다. 기숙학교였는데 학교 안에서 사고도 치고 그러다가, 결국 부질없다는 걸 알았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간혹 내가 중학교 때 독서실만 다니고 엄마 말만 잘 들을 게 아니라, 싸움질도 해 보고 담배도 피워봤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좋은 배우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 본다. 10대로 돌아간다면 연애를 해 보고 싶다. 10대 땐 연애를 한 번도 안 해 봤다(웃음).”

 

오랜만에 주특기인 생활 연기를 했다.

“이전 작품들은 인간 박정민을 숨기고 캐릭터를 많이 입어야 하는 역할이었다. 그때는 이 대사, 이 행동이 맞는지 계속 고민하며 연기를 해야 했다. 그에 비해 《시동》은 촬영 현장에 갈 때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었다. 다른 작품에 비해 고민을 덜 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가 고민을 한다고 되는 영화가 아니고, 상대 배우가 어떻게 받아칠지 전혀 예상이 안 되는 영화였다는 의미다. 마동석 선배를 비롯해 상대 배우들이 내 예상대로 연기를 안 해 줄 게 뻔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하하. 대부분 생활 연기라 순간순간 나오는 대로 연기했다. 또 그런 것들이 재미있었다.”

 

단발머리를 한 마동석을 처음 대면했을 때 느낌이 어땠나(극 중 ‘거석이 형’으로 나오는 마동석은 단발머리와 핑크색 운동복, 머리띠까지 착용한 채 트와이스의 춤을 추는 파격 변신으로 아우라를 뽐냈다).

“충격적이겠지 예상은 했는데 실제로 보니 더 충격적이었다. 하하. 모두가 좋아하는 캐릭터였다. 극 중 동석 선배는 대체불가였다. 특유의 순발력으로 매 신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많이 배웠다. 덕분에 신이 풍성해졌다. 촬영을 하면서 의지가 많이 되는 선배였다. 날 보면서 아이템 구상해 봐야겠다고 하더라. 지나가는 말씀이겠지만 기분이 좋았다. 잘 따르고 싶은 선배다.”

 

함께 출연한 정해인은 박정민의 ‘덕후(팬)’를 자처했다.

“자기가 더 잘나가면서…(웃음). 해인이가 예전에 내가 출연한 영화 《파수꾼》(2010)을 좋아했다고 한다. 우연히 해인이랑 통화를 한 번 한 적이 있기도 하고, 현장에서 잠깐 본 적도 있어서 처음 촬영을 같이 하는 건데도 많이 어색하지 않았다. 해인이는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잘 받아주는 능력이 있더라. 형이라고 부르면서 잘 따라주고 다 받아주니 나도 반하게 됐다. 게다가 현장만 오면 신이 나서 하고 싶었던 걸 다 해 보더라. 연기를 잘하는 건 다 알지 않나. 신나게 놀면서 연기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해인이와 또 뭘 해 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정해인이 박정민의 덕후라면 박정민은 펭수의 덕후다(웃음)(그는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펭수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면서 ‘연예계 펭덕(펭수 덕후)’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처음 봤을 땐 ‘이거 뭐지?’ 싶었는데 보다 보니까 어느 순간 깊게 빠져들더라. 펭수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된다.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요즘 펭수 유튜브는 습관처럼 보고 있다.”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사생활 공개를 일부러 안 하는 게 아니라 공개할 게 진짜 없다. 아마 《나 혼자 산다》를 보신 분들은 아실 거다. 실제로 아무것도 안 했다. 게임을 하고, 책 보고 그러다가 잤다. 제작진도 놀라더라. 사실 뭔가 작위적으로 하는 것도 불편했다. 가짜처럼 보이지 않나. 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안 하게 됐다. 나는 심지어 배가 안 고프면 밥도 안 먹는 스타일이다. 촬영 후 많이 슬펐다. ‘쟤 왜 저러고 있나’ 싶어 나 자신이 한심하더라(웃음).”

 

극 중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나.

“‘하다 보면 어울리는 일이 될 것’이라는 대사가 있다. 그 대사를 듣고 망치에 두들겨 맞은 느낌이었다. 내 인생의 화두에 있는 문제이기도 해서 슬프고도 용기가 되는 말이었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에 대해 계속 고민하면 산다. 나 역시 평생 연기를 하고 싶어서 하는데, 이게 나랑 잘 어울리는지,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 맥락에서 기억에 남는다.”

 

요즘 고민이 있나. 

“나는 도약을 꿈꾼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은 운을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전략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게 오히려 위험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다 보면 되겠지 싶다. 운이 되면 하겠지 싶다. 그런 생각들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 지난 몇 년간 박정민이라는 배우를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엄청 열심히 일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작품에 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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