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채용 3만 명 시대, 취준생 ‘블루오션’ 되나
  • 한다원 시사저널e 기자 (hdw@sisajournal-e.com)
  • 승인 2020.01.16 08:00
  • 호수 1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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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만에 최대 규모로 ‘공시생’ 급증 전망…文 공약에 국가 재정 부담 증가 우려도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에 공무원 17만4000명을 증원한다고 약속했다. 이 공약은 일자리위원회가 지난 2017년 10월 발표한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 반영됐다. 로드맵에 따라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경찰·부사관·교원·근로감독관 등 국가직 10만 명, 소방·사회복지·재난안전 분야 등 지방직 7만4000명을 증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공무원 국가직 1만8815명을 우선 충원한다. 지방직 공무원까지 포함하면 올해 전체 공무원 증원 규모는 총 3만3815명으로 추산된다. 1992년 공무원 3만2097명이 증원된 이후 29년 만에 최대치다. 앞서 정부는 2017년 1만2700명, 2018년 2만9700명, 2019년 3만3000명을 증원한 바 있다.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에 합격한 수험생들이 2019년 5월26일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공개채용 면접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에 합격한 수험생들이 2019년 5월26일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공개채용 면접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너도나도 ‘공시생’ 대열 합류

문재인 정부 들어 늘어나는 공무원 규모에 맞춰 취준생들의 눈길도 자연스레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으로 쏠리고 있다. 청년층의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올해도 취업 시장 전망을 어둡게 보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시생 수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국내 공시생 인원을 41만 명으로 보고 있다. 전체 취준생 105만 명의 약 40% 수준이다. 지난 2012년 29만 명이던 공시생은 2018년까지 연평균 6.0%씩 빠르게 늘고 있다. 같은 기간 민간기업 공채 준비생이 25만7000명에서 29만7000명으로 연평균 2.4%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학생 정지윤씨(25)는 “기업 공채 준비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더 많다”며 “공무원 시험 자체가 쉬운 것은 결코 아니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정적인 직장을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어 “기업 채용 문이 점점 닫히면서 대학 입학 때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공시생 이지현씨(27)도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에 2년 정도 다니다가 퇴사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직장은 돈을 벌기 위해 다녔고, 틈틈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며 “공무원 준비하는 데 돈이 많이 들다보니 회사 다니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주변에 의외로 많다”고 설명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 계획에 대해 “단순히 비용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청년 실업난 해소, 대국민 서비스 향상 등 사회적 편익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물론 공무원 증원은 청년 취업난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다만 국가 경제 측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017년 4월 발표한 ‘공시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공시생 증가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21조원 이상이다. 청년 공시생 40만 명이 경제활동으로 거둘 수 있는 생산효과 15조원과 이들의 가계소비 지출액 6조원이 포함된 수치다.

우수 인재의 ‘공시생화’가 사회 전반에 끼치는 손실은 통계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할 수 있는 청년층 인력이 비경제활동에 포함되면서 생산과 소비에서 큰 규모의 경제적 기회비용이 발생하게 됐다”며 “공시생이 증가한 근본적인 원인은 질 좋은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 부문에서 좋은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신규 일자리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오 연구원은 조언했다.

국민들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공무원 증원이 곧 국가 재정 부담으로 이어져서다. 공무원연금으로 인한 국가 적자는 지난해 4조원에 육박했다. 특히 공무원 증원의 영향으로 적자 규모는 점차 불어나 차기 정부(2022~26년)가 떠안는 국고 부담은 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공무원연금법에 따르면 정부는 5년마다 재정 재계산을 통해 기여율과 지급률을 조정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 때인 2009년, 박근혜 정권 때인 2015년에 공무원 연금 개혁이 이뤄졌다. 시점상 올해 공무원연금 논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어서 우려가 더하다.

 

文 대통령 공약에 국가 재정 부담은 커져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실이 지난해 12월1일 공개한 ‘2019~2028년 8대 사회보험 재정전망’ 자료를 보면 공무원 연금 적자는 2019년 2조2000억원에서 2028년 5조1000억원으로 증가한다. 적립금은 이미 고갈됐지만 지급해야 할 연금액이 불어나고 있어서다. 보험료 등 공무원연금 수입은 2019~28년 연평균 4.6% 증가하는데, 연금 지출 증가율은 5.4%나 된다.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지난해 51만6000명(퇴직연금+유족연금)에서 2028년 65만8000명, 연금 지출은 17조5000억원에서 28조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1인당 평균 수급액은 282만원 이상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 교수는 “현재 직면한 문제는 고용이 아니라 ‘국가 부채’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공공부문 고용을 늘리는 것은 나쁘지 않다. 공무원들의 은퇴 후 연금을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국민들의 많은 세금이 필요한 게 문제”라며 “공공부문 증원이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 부분이 효율적인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 교수도 “한 번에 많은 인원을 뽑는 게 문제다. 현직 공무원들이 퇴임할 때까지 자리가 나지 않는 게 공무원직의 특징이니만큼 향후 연령 계층 간 일자리 불균형 문제는 분명 존재할 것”이라며 “인구 감소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무원직을 늘리는 데 대한 장기적인 계획, 부작용 등을 근본적으로 고민할 때가 왔다. 예산 분배 등도 국회가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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