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4·15 총선…PK 민심이 정국 향배 가른다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01.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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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경남 지역 유권자 44.3% "이번 총선은 정부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경남 창원 경남대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퇴 이후 문 대통령의 첫 지방 방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범정부 차원의 '2030년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전담 조직을 조속히 구성해 세계를 향한 창원과 부산, 경남의 도약을 힘껏 돕겠다"고 하는 등 부산·경남(PK) 지역의 경제 발전 구상을 상세히 밝혔다. 그 무렵 '조국 사태'로 여권에 대한 PK 민심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었다. 정치권에선 이런 움직임을 두고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PK 민심잡기용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보다 한 달 앞선 지난해 9월 부산에서 자유한국당은 조국 전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는 첫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지지자 약 30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부산 서면에 모여 촛불을 들고 '범법자 조국 구속하라', '위선 정권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국당의 대규모 장외 투쟁을 문 대통령과 조국 전 장관의 고향인 PK에서 시작한 것이다.

PK 지역은 이번 4·15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인 전재수 의원은 PK 총선의 중요성을 "민주당이 서울·수도권에서 압승해도 PK 선거에서 의미 있는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총선 다음날 신문 헤드라인은 '민주당 패배'로 나올 것"이라고 비유했다. 역대 선거에서 여야의 PK 지역 선전이 전국적 승리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15대 총선 이후 한국당 계열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며 전국적인 총선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20대 총선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보수 일색이던 PK 지역에서 새누리당이 27석에 그친 반면 민주당은 8석을 차지했다. 이어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부산·울산·경남의 3개 광역단체장을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그런 PK 지역에서 이미 지난해부터 여야 간에 사활을 건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왼쪽부터 전재수 의원, 유재중 의원, 민홍철 의원, 강석진 의원 ©연합뉴스
왼쪽부터 전재수 의원, 유재중 의원, 민홍철 의원, 강석진 의원 ©연합뉴스

민주당 "경남 6~7석, 부산 과반 차지" vs 한국당 "반드시 전석 탈환"

PK 지역은 이번 총선 표심(票心)의 '바로미터'다. 이번 선거 결과가 2년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의 '가늠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PK 지역이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총선과 대선의 전체 판도가 흔들리는 것이다. 1월14일 뉴스1이 엠브레인에 의뢰해 PK 지역 거주 성인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이번 총선의 의미에 대해 물은 결과 '정부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심판)'라는 답이 44.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야당에 대한 중간평가(심판)'라는 답은 20.4%에 그쳤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PK 총선은 유권자들이 대통령을 심판할 것인지 또 다시 지지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여당이 승리하느냐 야당 바람으로 정부여당을 심판하느냐 변화된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지역이 PK라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집권 여당'의 힘을 앞세워 선거 지원에 나섰다.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는 지난해 첫 예산정책협의회를 창원에서 열었고, 이어 부산·울산을 찾아 PK 지역에 대한 '전폭적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 남부 내륙 고속철도 건설,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건설 등 23조9600억원에 달하는 굵직한 지역 현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인 민홍철 의원은 "PK 총선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계속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라며 "최근 흔들리는 PK 민심을 붙잡고 한국당의 '정권 심판론'을 차단하기 위해선 이번 경남 총선에서 6~7석을 반드시 차지하겠다"고 했다. 전재수 의원도 "부산에서 과반수 의석 이상을 확보해 촛불혁명이 염원한 미래 개혁 동력을 살려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은 19대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의 잇단 참패를 만회하고, 현 여권에 실망한 민심을 끌어오는 발판이 PK 지역이라고 보고 있다. PK 지역은 공단이 밀집돼 있고, 자영업자도 많다. 경제 위기에 대한 유권자들의 정권 심판 심리를 담아내겠다는 것이다. 한국당 경남도당위원장인 강석진 의원은 "PK 총선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경우 자유 시장 경제를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며 "유권자들의 어려움을 풀어낼 수 있는 경제 전략을 내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부산시당위원장인 유재중 의원도 "자칫 PK선거에서 지면 결국 야당이 없어지는 형국이 된다. 한국당이 전국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선 PK에서 전승을 해야 한다"고 했다.

 

승패 요인은 경제…한국당 "정부·여당 경제 무능 심판" 민주당 "야당 책임 심판"

PK 지역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民心)이 급변할 수 있는 대표적 지역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한국당 지지율이 민주당에 다소 우세하다. 리얼미터 조사의 월평균 수치에 따르면, 약 3개월 전 조국 전 장관 사퇴 이후인 지난해 10월 2주차엔 PK에서 한국당(41.2%)이 민주당(33.1%)을 8.1%p앞섰지만, 올해 1월 2주차에선 한국당(38.8%)이 민주당(35.1%)을 근소하게 앞섰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의 경우 지난해 1월 1주차엔 PK 지역에서 '잘한다' 33.9%, '잘못한다' 59.6%였고, 최근인 올해 1월 2주차에선 '잘한다' 40.3%, '잘못한다' 54.9%로 차이가 다소 좁혀졌다. 이번 총선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여당이 여전히 긴장할 수밖에 없는 수치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총선 민심의 핵심 요인은 경제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PK 지역 경기 침체에 대해 한국당이 정부·여당 심판론을 제기한 데 반해 민주당은 야당 심판론을 들고 나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강석진 의원은 탈원전 정책,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등을 PK 지역 경제 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으며 "민생과 일자리, 부동산 등 국가 주요 정책의 실패로 국민의 불만이 치솟고 있다"면서 "정부·여당의 경제 무능을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전재수 의원은 "PK 총선 이슈는 결국 경제임에 틀림없다. 다만 지난 30여 년간 보수 세력이 PK 지역을 독점하면서 무슨 신성장 산업을 유치했는가"면서 "민주당 국회의원·시장이 탄생한지 고작 4년 밖에 안됐는데 지금에 와서 민주당 책임론 거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해당 언론사·여론조사 기관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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