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노린 물가 ‘기습 인상’에 소비자들 ‘부글부글’
  • 박지호 시사저널e 기자 (knhy@sisajournal-e.com)
  • 승인 2020.01.23 16:00
  • 호수 158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커피·햄버거·즉석밥·소주 등 가격 천정부지…소비자단체 “수익성 개선됐는데도 가격 올려”

지난 2년간 이맘때가 되면 최저임금발(發) 외식·식료품 가격 진동으로 서민 물가가 출렁였다. 2018년과 2019년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전년 대비 각각 16.4%, 10.9%씩 올랐기 때문이다. 식품 제조사나 외식업체들은 식료품이나 음식 가격을 올리며 “원재료 및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급으로 급여를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많은 업장의 경우 최저임금 상승은 소비재 가격 인상의 직접 요인이 됐다.

연말연시를 틈타 외식 가격 인상이 줄을 잇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어가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연말연시를 틈타 외식 가격 인상이 줄을 잇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어가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최저임금 인상 폭 줄어도 외식비는 인상

실제로 최저임금 16.4% 인상이 타결된 2017년 7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보도된 식품 및 유통업체의 굵직한 가격 인상 소식만 해도 △아사히맥주(2017년 10월) △KFC(12월) △놀부부대찌개(2018년 1월) △신선설농탕(1월) △농심 백산수(1월) △커피빈코리아(2월) △써브웨이(2월) △맥도날드(2월) △맘스터치(2월) △버거킹(3월) △CJ제일제당 햇반, 스팸, 냉동만두 등(3월) △코카콜라(3월) △한국야쿠르트 야쿠르트(4월) △롯데제과 빼빼로(4월) △사조대림 어묵(4월) △교촌치킨 배달비 2000원 추가(5월) △동아오츠카 데미소다, 포카리스웨트(5월) △켈로그 시리얼(5월) △오뚜기 순후추, 사리당면 등(6월) △동원F&B 캔햄, 냉동만두(6월) △팔도 비락식혜(7월) △서울우유 흰우유(8월) △삼다수(9월) △롯데제과 월드콘(11월) △농심 스낵(11월) △매일유업 냉장컵커피(11월) △팔도 왕뚜껑(12월) △빙그레 바나나맛우유(12월) 등이다.

최저임금이 10.9% 오른 2019년에도 CJ제일제당 햇반과 대상 고추장, 파리바게뜨, 하이트진로 참이슬, 롯데제과 비스킷, SPC삼립 일부 빵,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등이 가격을 인상했다.

그간의 높은 인상률 탓이었을까. 2020년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2.9% 오른 8590원으로 결정됐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걸었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은 뒤로 밀리게 된 것이다. 이로써 최저임금 인상률은 한 자릿수씩 올랐던 과거의 수준을 되찾았다. 그러나 연말연시의 외식 가격 인상 러시는 관성처럼 계속되고 있다.

연말 가격 인상은 지난해 12월부터 가시화했다. KFC가 치킨과 버거, 사이드 메뉴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00~200원가량 인상하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같은 달 18일 롯데GRS는 롯데리아 버거·디저트 등 가격을 평균 2%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가격을 올리자 버거킹 역시 버거와 음료 등 총 27개 메뉴에 대해 100~300원 인상했다. 코카콜라 음료는 전체 191개 중 11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5.8% 인상했고, 농심은 둥지냉면의 출고가격을 8년 만에 12.1%, 생생우동도 3년 만에 9.9% 올렸다.

새해 들어서도 가격 줄인상은 계속되고 있다. 하겐다즈는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하겐다즈 미니와 파인트의 소비자 판매가격을 새해부터 각각 600원과 1600원씩 올렸다. 엔제리너스는 커피 등 메뉴 29종 가격을 100~20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엔제리너스는 롯데GRS가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으로 롯데는 연말과 연초에 자사 브랜드 2곳의 가격을 동시에 올렸다.

이 밖에도 대전·충청 지역 소주인 이젠 우린의 제조사인 맥키스컴퍼니도 지난 1월2일부터 출고가를 6.4% 인상했다. 1월10일부터는 설빙이 빙수류 등 가격을 1000원 올렸고,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는 빽다방은 오는 2월3일부터 가맹점주의 원가 부담이 높은 일부 메뉴 4종의 소비자 판매가를 인상할 예정이다.

이들 회사가 밝힌 가격 인상 이유는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인건비와 임차료 상승, 제조원가 및 판매관리비 증가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인건비 상승분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이라 올해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2.9%로 비교적 낮더라도 여전히 가격 인상 유인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파트 타이머 고용이 많은 업장의 경우 과거 2년 동안 올랐던 최저임금으로 인한 타격이 벌써 가셨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가격 인상 여지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이 2019년 12월31일 ‘2019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이 2019년 12월31일 ‘2019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매출원가율 낮아진 햄버거 3사도 가세”

반면 소비자단체에서는 인상의 근거가 부족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패스트푸드 3사(롯데리아·버거킹·KFC)가 가격 인상의 근거로 든 원재료 및 인건비 등 매출원가율이 모두 하락했다. 매출원가율이 낮을수록 수익성은 높다는 뜻이다.

협의회에 따르면 롯데리아의 2017년과 2018년 감사보고서의 매출원가율은 47.1%에서 46.1%로 1.0%p 감소했다. 같은 기간 버거킹은 1.4%p, KFC는 2.0%p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의 경우 롯데리아는 36억원, 버거킹은 75억원 증가했다. KFC는 영업손실이지만 2017년 대비 2018년 손실 폭이 크게 감소했다. 센터는 이와 관련해 “손익계산서를 분석한 결과 3사 모두 양호한 영업 실적을 달성하고 있었다”며 “업체들은 매출원가율 증가보다는 매출원가율 감소와 영업이익 증가로 인해 가격 인하를 꾀할 수 있음에도 원재료 및 인건비 상승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고 비판했다.

외식 물가뿐 아니라 코앞으로 다가온 올해 설 차례 비용도 전년 대비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서울 25개 구에서 90곳의 제수 25개 품목에 대해 가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설 차례상 장보기 비용은 평균 24만9823원으로, 지난해보다 1.4% 상승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서울시 25개 구 전통시장 50곳, 대형마트 25곳 등 총 76곳을 대상으로 올해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 구매비용은 18만7718원으로 전년 대비 5.4% 상승했다. 대형마트 구매비용은 22만559원으로 전년 대비 1.6% 하락했다. 사 먹든 해 먹든 팍팍한 새해인 셈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