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시윤 “주인공은 자기 검증하고 통렬하게 반성하는 자리”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1.19 12:00
  • 호수 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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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의 주인공, 겸손한 배우 윤시윤을 만나다

윤시윤은 ‘겸손한 배우’ ‘똑똑한 배우’ ‘다독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말하고, 그 소신 역시 꽤나 그럴듯해서, 그와의 인터뷰 자리는 늘 시간이 잘 간다. 그가 최근 tvN 수목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를 종영하고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어쩌다 목격한 살인 사건 현장에서 도망치던 중 사고로 기억을 잃은 육동식이 우연히 얻게 된, 살인 과정이 기록된 다이어리를 보고 자신이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고 착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윤시윤은 극 중 주인공 역할인 육동식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샀다. ‘연기 열정남’이라는 수식어답게 현실을 대변해 주듯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육동식을 표현하며 드라마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 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 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작품을 끝낸 소감은 어떤가.

“tvN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장르가 딥하고 강한 장면이 많아 제겐 특별한 도전이었어요. 몸으로 연기해야 하는 장면도 많아 별 탈 없이 잘 끝낸 것만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맡은 ‘육동식’ 캐릭터는 ‘호구’가 아니라, 약았거나 계산적이지 못해서 겪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드라마가 역대급으로 멜로가 없었다.

“그 부분도 실제 저와 비슷해요. 누군가는 연애하지 않는 저를 보고 외롭지 않냐고 하는데, 물론 집에 들어갔을 때나 잠들기 전에, 새벽에 일어나서 촬영 준비할 때 비어 있는 집을 보면 외롭긴 하죠. 근데 인간적 본질로의 외로움이지 누굴 만나고 싶은 외로움은 아니에요. 지금은 제 루틴, 취미들을 깨면서 연애를 하는 게 사치 같아 보여요. 그 생각으로 몇 년 지내다 보니 이제 아예 연애가 끊어지더라고요(웃음).”

 

만약 연애를 하면 공개 연애를 할 생각이 있나.

“상대가 원하면 할 거예요.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자랑하고 싶을 것 같기도 하고요. 물론 연예인을 만나게 되면 그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손끝이 간질거리는 것 같은 사랑을 꿈꿔요. 설레는 사랑. 이 사람 만나고 저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몇 살이 되든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사랑하고 싶어요.”

 

취미가 다양하다고 들었다.

“애초엔 진짜 취미가 없어서 일부러 여러 가지 만들었어요. 사진도 찍고 복싱도 하고. 아마추어라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사진 찍는 걸 좋아하다 보니 외국에서 혼자 여행하는 것도 좋아하게 됐고, 그래서 외국어 공부도 하게 됐어요. 다 이렇게 연결이 되더라고요.”

 

참 부지런하다. ‘공백기가 없는 배우’로 손꼽히기도 한다.

“불러주시는데 안 할 이유가 없죠. 배우로서 성장하는 데 중요한 건 쉬지 않고 작품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맡은 싸이코패스 역할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사실 싸이코패스는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도전해 보고 싶은 역할이에요. 하지만 ‘진짜’ 싸이코패스였다면 도전하기 두려웠을 것 같아요. 연기 잘하는 분들이 좋은 선례를 많이 남기기도 했고, 스스로 아직 그 정도의 실력은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한데 극 중 ‘육동식’은 스스로 싸이코패스라고 착각하는 역할이라 편한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었어요. 어리바리한 모습이 마치 제 실제 모습과 비슷하기도 했고요. 아직은 부족한 배우라 제게 없는 걸 창조하는 게 어려워요. 그래서 저와 비슷한 인물을 선택하는 편이에요.”

 

예전에도 느꼈지만, 겸손이 몸에 뱄다.

“저는 자기 객관화가 돼야 발전이 있다고 생각해요. 항상 자기 객관화를 통해 내가 어떤 위치인지 정확히 얘기해 줘야 해요. 그래야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연예인들은 직업상 그릇된 자존감을 갖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 점점 혼자만의 세계에 갇히게 돼요. 거기서부터 개인의 삶이 망가진다고 생각해요. 냉정하게 판단하자면 저는 지금도 너무 혜택을 받으면서 산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욱 제 자신에게는 엄해야 합니다. 사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저를 ‘김탁구’라고 말해요. 1년에 두 작품씩 하지만 아직은 대중들에게 검증이 끝나지 않은 배우라는 증거예요. ‘김탁구’ 이후로 배우로서 좋은 스코어가 없었기에 매 작품을 할 때마다 절박했어요. 성격이 겸손한 게 아니라 늘 겸손하게끔 상황이 만들어졌어요. 어떻게 보면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치지는 않나.

“저는 아직도 촬영 현장 가는 게 설레고 좋아요. 살면서 이렇게까지 무언가를 좋아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항상 연기하는 게 너무 좋거든요.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자부심이 될 만한 배우이고 싶어요.”

 

시청률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잘 안된 작품에 대해 어떤 이유를 대는 것도 다 핑계라고 생각해요. 한두 푼짜리 작품이 아니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해요. 작품이 잘되면 주연배우들이 박수를 받기에 아쉬운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 또한 주연배우가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인공이라는 게 물러터진 자리가 아니라 철저하게 자기 검증을 하고 통렬하게 반성을 해야 하는 자리예요. 본질적으로 회피하려 드는 습관을 애초부터 가지지 않으려고 해요.”

 

자신에게 무척 엄하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데뷔 초 《제빵왕 김탁구》를 촬영하면서 느낌 점이 참 많았어요. 당시 촬영현장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요. 내가 눈물을 흘려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눈물이 안 나와서 늦게까지 촬영을 반복한 적이 있었어요. 저 때문에 온 스태프들이 잠을 못 자고 고생하고, 배우들이 반복해서 같은 연기를 해야 했어요. 그런데도 내가 눈물을 흘리니 다들 잘했다고 박수를 쳐주셨어요.

그게 어떻게 잘한 일일까요. 정말 제가 잘해서 칭찬해 주신 건 아니었을 거예요. 만약 제가 그다음 작품들 역시 승승장구했다면 위험한 착각 속에서 살았을 거예요. 다행히도 ‘김탁구’처럼 아주 잘된 드라마가 없었기에 주제 파악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스스로를 칭찬하는 부분은 없나(웃음).

“없는데, 굳이 하자면 머리 쓰고 연기하지 않았다는 점인 것 같아요. 작품을 하다 보면 사람인지라 요령이 생기고 잔머리 쓰고 싶은 장면이 생겨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뒷모습만 걸리는 장면이어도 최선을 다해 연기하려고 노력한다는 거예요. 데뷔 때부터 어기지 않고 지켜오는 신념 같은 거죠. 생각해 봐요. 요령 피우는 윤시윤을 누가 써 줄까요? 저는 잘생긴 외모가 아닌지라 꼴값 떨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게 답이에요. 그런 제가 변질된다면 제 모든 가치를 잃는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참 바른 청춘이다.

“아니에요. 알고 보면 늘 날이 서 있고 불같이 일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바르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물론 바르고 싶어 노력해요. 바른 사람이 멋있어 보이니까요.”

 

2020년의 계획은.

“개인의 삶에 좀 더 집중해 보려고 해요. 아직도 식당에 가면 아주머니께서 “탁구야! 왜 TV에 안 나와?”라고 물어보세요. 배우들이 스코어로 보여 드려야 한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그것에 집착하다 보면 자존감이 많이 떨어질 것 같아요. 그래서 내 개인의 삶 속에서 빈 공간들을 채워보려고 해요. 그래서 올해는 멋진 몸을 만들고 싶기도 해요. 영어 공부도 더 열심히 할 거고, 준비된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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