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통합 범위가 선거판 좌우한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1.20 10:00
  • 호수 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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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의 민심풍향계] 한국-새보수 통합은 미풍, 바른미래·우리공화까지 합치면 강풍

20대 국회는 패스트트랙 처리를 끝으로 그 역할을 다한 모습이다. 이제 바야흐로 총선 국면이다. 지금까지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없었지만, 21대 국회는 특히 정치적으로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야당(더불어민주당)에 의회 다수당 지위를 넘겨준 집권여당(새누리당)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을 막지 못했다. 탄핵이 국민의 민심이고 국정농단의 심판이라고 하지만, 의회 권력을 빼앗기지 않았다면 다른 결과가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이번 총선은 그래서 보수와 진보 차원의 대결을 넘어 향후 대한민국 정치 미래의 분수령이 된다.

그렇다면 선거 승리의 ‘신의 한 수’는 무엇일까. 빼어난 전략, 훌륭한 후보 등도 중요한 요소지만 총선을 목전에 두고 선거구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여기서 빠지지 않는 것이 통합·연대·단일화 같은 선거 공학이다. 제아무리 유리한 선거 환경이 만들어져도 비슷한 정치 성향의 후보가 동시에 등장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선거에서 통합·연대·단일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가 없었다면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있었을까.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는 석패했지만 박근혜 후보와 박빙 승부를 펼친 것은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1997년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이었다. 만약 당시에 김대중·김종필 후보가 모두 출마했다면 과연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있었을까. 지난해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 역시 단일화였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출마를 강행했다면 정의당이 당선을 맛보긴 힘들었을 것이다.

다가오는 선거를 이야기할 때 가장 주목하는 구도는 ‘범진보진영 단일후보 대(對) 여러 보수 후보’의 다자 구도가 될 것인지, 아니면 ‘범진보진영 단일후보 대 범보수진영 단일후보’의 양자 구도가 성사될 것인지 여부다. 보수 통합은 그저 단순한 연대·연합·단일화 정도의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선거판 자체를 뒤집는 허리케인급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선거는 구도·이슈·후보인데, 보수 통합이 이 모든 판도를 바꾼다는 점에서 무시무시하다.

박형준 위원장이 1월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박형준 위원장이 1월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중도층에서 ‘검찰 인사 잘못’ 평가 더 많아

먼저 보수 통합은 구도를 바꾸어놓는 태풍의 눈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적폐 청산’을 국정 철학으로 삼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관련된 세력·인물에 대한 심판과 청산을 정조준했다. 많은 관련 인사가 영어의 몸이 되었고 유례가 없는 사법부 농단에 대한 심판까지 이어졌다. 적폐 청산에 대한 피로감이 발생하면서 그 방향은 야당 심판으로 옮겨가고 있다. 정의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야당 세력이 적폐 세력으로 몰리고 견제 세력으로서 제 구실을 못 하자 야당 심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로 지난 1월7~9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이번 총선을 어떤 성격으로 보는지’ 물어본 결과,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다수 당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49%로 절반에 육박했다.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다수 당선되어야 한다’는 응답보다 12%포인트 더 높았다(그림①). 여당 심판보다는 야당 심판에 더 무게가 실리는 원인 제공은 보수 야당이 했다. 서로 으르렁거리며 갈등을 빚는 동안 정부·여당은 반사이익을 고스란히 가져갔다. 사사건건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는 무능력한 야당 모습이 국민들의 눈에 달가울 리 만무하다. 그러나 보수 통합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견제 세력과 경쟁 세력으로 자리매김하면 구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대통령 임기 중·후반에 치르는 선거는 ‘정권심판’ 또는 ‘중간평가’ 성격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보수 통합이 선거판을 뒤집는 이유는 ‘이슈’ 때문이다. 올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검찰 개혁’이다.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경북공(경제-북한-공약)인데 경제와 북한 이슈는 더 이상 대통령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렇지만 검찰 개혁 이슈는 진영 간 대결구도가 뚜렷하고 자기 세력을 결집시키는 데 용이하다. 광화문이나 서초동 집회에서 경제 이슈가 기준이 되거나 북한 이슈가 쟁점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적어도 이번 총선까지 아니, 심하면 다음 대통령선거까지 검찰 이슈는 투표의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반쪽으로 두 동강 나 있기 때문이다.

보수 대통합, 현실화될지는 불투명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1월10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법무부의 검찰 고위직 인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긍정 평가는 43.5%였고 부정 평가는 47%였다. 오차범위 내 팽팽한 수준이다. 진영 간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현안에 대한 중도층의 평가는 사뭇 달랐다. 중도층에서는 ‘잘못된 인사’라는 의견이 10%포인트이상 더 높았다(그림②). 즉 이번 검찰 인사는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않고 의견 표명을 하는 이념 대결에선 양분된 모습이지만, 정치 중립적 판단을 하는 중도층에서 실망한 비율이 더 높았다는 의미다. 선거의 핵심 이슈가 검찰이 된다면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한판 싸움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형세다. 여기에 보수가 통합된 상태라면 중도층 여론까지 포함해 이슈 주도권을 쥐게 된다.

마지막으로 보수 통합이 발휘할 위력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최근 정당 지지율을 토대로 선거 경쟁력을 분석해 보았다(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범진보진영 지지율을 산출하면 50%에 근접한다. 한편 보수 통합은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 지지율을 합한 것을 ‘보수진영1’로 하고, 여기에 바른미래당과 우리공화당의 지지율 그리고 보수 성격이 다분한 무당층(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층)의 절반을 총합한 결과를 ‘보수진영2’로 구분해 보았다. 물론 추정 합산이므로 실제 현실에서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좁은 의미의 보수 통합인 ‘보수진영1’은 범진보진영의 경쟁력에 미치지 못한다. 그렇지만 넓은 의미의 보수 통합인 ‘보수진영2’의 경우 전국적으로 당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정당 지지율로 나타나고 특히 서울 지역은 대등한 판도가 만들어진다(그림③).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이기 때문에 현실화될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개별 정당이 선거에 대응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환경이 나타난다. 단 몇 표가 당선을 가르는 선거에서 통합 시너지 효과는 예상을 훨씬 상회한다. 100%는 아닐지라도 보수 통합이 가져올 허리케인급 영향은 선거판을 뒤집기에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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