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퇴직 직원에 손해배상 인정…법원 "감사 때문에 질환 생겨"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01.2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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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감사권 남용으로 불법"…삼성重 "판결 내용 검토 중"

근무 중 회사의 감사권 남용으로 정신 질환을 갖게 된 삼성중공업 퇴직 직원에게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삼성중공업의 위법한 감사가 정신적 질환에 영향을 줬다고 본 것이다.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연합뉴스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연합뉴스

창원지방법원 민사2부(이봉수 부장판사)는 최근 삼성중공업 퇴직 근로자 A씨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했다고 1월21일 밝혔다.

2016년 7월 삼성중공업에서 퇴직한 A씨는 2015년 10월 근무 도중 감사를 받기 시작했다. A씨가 업무 관련 업체로부터 금품 및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제보가 발단이었다. 삼성중공업은 이로부터 이듬해 6월까지 약 8개월 동안 총 19일 가량 A씨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중이던 2015년 12월 A씨는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그는 병가를 내고 약 5개월 동안 '중등도 우울에피소드' 등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이후 2016년 6월 A씨가 복귀한 다음날 삼성중공업은 감사를 재개했다. 이 때 A씨가 "과거 중국 출장 업무 중 관리하던 업체 담당자와 중국 내 유흥업소에 갔다. 비용을 지급한 기억은 없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했지만, 삼성중공업은 A씨에 대한 감사를 계속 이어갔다.

급기야 A씨는 '중등도 우울에피소드'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비기질성 불면증' 등 진단을 받고 휴직을 신청했다. 삼성중공업은 A씨가 휴직을 신청한 날 곧바로 퇴직 면담을 실시했고, A씨는 2016년 7월 퇴직하며 퇴직위로금 6984만원을 받았다.

A씨는 퇴직 8개월 후 부당한 감사로 인해 '중등도 우울에피소드' 등의 산업재해를 입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은 2017년 3월 A씨의 상병 중 '중등도 우울에피소드'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 A씨는 "회사의 감사로 인해 '중등도 우울에피소드' 등 질환을 앓게 됐고, 이로 인해 업무상 질병 판정을 받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감사는 감사권(인사권) 남용 또는 보호(배려)의무를 위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서 A씨에 대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므로, 삼성중공업은 이로 인한 A씨의 정신적 손해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비록 부당감사라 하더라도 A씨의 손해는 퇴직위로금과 산재보상으로 모두 전보됐다"는 삼성중공업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삼성중공업이 A씨에 대한 자발적 사직유도 목적으로 감사를 활용한 정황이 보인다며 감사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삼성중공업이 별다른 근거 없이 A씨를 장기간 직무에서 배제한 채 오로지 감사만 받도록 한 행위를 정신적 고통을 가하려는 과실(배려의무 위반)로 평가했다. 이 때문에 감사 절차의 적법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심리적 압박을 받는 A씨에게 장기간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부적절한 방식으로 감사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업무에서 배제된 A씨는 하루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모두 14일 동안 하루 종일 감사를 받아야 했다. 또 이틀은 반나절씩, 사흘은 하루 1~2시간 등 모두 19일 동안 감사를 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A씨 스스로 비위행위를 인정할 때까지 감사를 계속해 사실확인서 작성을 압박하는 삼성중공업의 감사방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봤다.

결국 재판부는 "이 사건 감사는 목적의 정당성, 절차적 적법성, 수단 방식의 적절성을 모두 인정하기 어려워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에 비춰 용인될 수 없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 판결과 관련해 삼성중공업 측은 "판결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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