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특허범죄조사부  존치 결정…국내 지식재산분야 수사 유지
  • 세종취재본부 김상현 기자 (sisa411@sisajournal.com)
  • 승인 2020.01.22 13: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 법무부 직제개편에서 최종 제외…지식재산권 보호 수준 높일 수 있을지 주목
특허범죄조사부는 전문성 향상 노력

주로 지식재산권 침해 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대전지방검찰청 특허범죄조사부가 살아 남게 됐다. 법무부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직접 수사 부서를 폐지하려다가 최종 직제개편 대상에서 배제된 덕분이다. 

법무부가 20일 최종 직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법무부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지난해 말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부 2곳을 포함한 전국 검찰청의 41개 직접 수사 부서를 연말까지 폐지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폐지 대상이 된 곳은 전국 검찰청 직접수사부서 45곳 가운데 무려 41곳. 대전지방검찰청의 특허범죄조사부는 당초 41곳에 포함돼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폐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 2018년 설립된 특허범죄조사부는 관련 수사를 지속할 수 있게 됐다. 

특허범죄조사부가 전담하는 수사는 주로 지식재산권 침해 범죄다. 특허나 상표, 디자인, 저작권 등과 관련한 사건들이다. 부정경쟁 관련 범죄와 지식재산권을 이용한 사기, 산업기술·기술자료·영업비밀에 대한 침해 사건 등이 핵심이다. 

특허범죄조사부가 있는 대전지방검찰청.
특허범죄조사부가 있는 대전지방검찰청 ⓒ시사저널

 

갈수록 전문화·지능화하는 특허 범죄…전문 수사기관이 필요한 이유

우리나라 특허출원 건수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은 세계 5위다. 그에 반해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은 2018년 세계경제포럼 발표 기준으로 세계 50위에 불과하다. 지난해 10월에는 우리나라 중소기업 기술유출 피해액이 8000억원을 넘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더 큰 문제는 특허 범죄가 날이 갈수록 전문화·지능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첨단 기술과 관련한 범죄가 잦아져 사건 내용 파악조차 버거울 때가 많다. 그래서 지식재산권 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결국 손해배상 금액보다 소송비가 더 나온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몇 해 전 국내 대기업에 스마트폰용 USB 디자인을 도용당했다고 주장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소송 비용만 1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듣고 싸움을 포기했다”라고 밝혔다. 당시 변호사가 책정한 보상 금액은 5000만원. 결국 힘없는 중소기업만 피해보는 셈이다.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지식재산권 침해사건 처리 건수는 2014년 5972건에서 2016년 6988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상 문제에 앞서 신고된 사건이라도 제대로 처리하고자 지난 2018년 2월 출범한 것이 특허범죄조사부다. 

 

경찰 수사력만으로는 특허 수사 한계 느껴져

이번 특허범죄조사부의 존치는 경찰의 ‘지능범죄수사대’ 수사력 만으로 특허 범죄를 다루기 어렵다는 것도 한 원인으로 보고있다. 

현재 재판 진행 중인 한 특허 관련 사건의 제보자는 “제보 이후 경찰 조사만 10번을 넘게 다녔다”라면서 “경찰 지능범죄수사대가 추가 참고인이나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보였다”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수사 의뢰 2년여 만에 검찰 특허범죄조사부로 넘어왔다. 이후 검찰은 추가 참고인을 확보하고 관련 기관을 압수수색 하는 등 부족한 수사를 보충해 혐의 입증 자료 확보와 함께 혐의자를 최종 기소했다. 

대전지방검찰청 특허범죄조사부의 박하영 부장검사는 “해당 사건은 경찰에서 단 한 명의 조사관이 2년 가까이 홀로 외롭게 수사한 사건”이라며 “기술적인 내용이 어려워 조사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더 있다. 관련 사건들은 대부분 일류 대학교수나 대기업이 연류돼 있다.

대전지방검찰청이 위촉한 특허수사자문위원들. 국내 각분야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대전지방검찰청
대전지방검찰청이 위촉한 특허수사자문위원들. 국내 각분야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대전지방검찰청

기술 발전으로 특허 범죄 수사도 전문성 키워야

검찰이라고 해도 바이오, 반도체, 인공지능 등 수시로 성장하는 기술에 일일이 대응하기 쉽지 않다. 특허 범죄 수사는 기술 이해가 핵심이다. 그래서 대전지검은 지난 2018년부터 KAIST 교수 등 전문가 29명을 특허수사자문위원으로 위촉해 기술 자문을 얻고 있다. 자문위원은 지속해서 추가로 모집할 예정이며 부족한 분야는 특허청과 공조를 통해 보조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2012년부터 격월로 특허청, KAIST, 충남대, 한남대와 함께 특허소송실무연구회를 개최하고 있고 특허청과 MOU를 통해 맞춤형 지식재산 교육도 꾸준히 진행하면서 전문성을 키우고 있다. 매년 개최하는 WIPO(세계지식재산권기구, 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총회에 참석하는 등 국제협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일본 수출 규제 사태 등을 겪으며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펑수’, ‘식약애몽’ 사태처럼 가끔 산하기관과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꾸준히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외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청와대 집무실에서 대한민국 특허 200만호 수여식을 직접 챙기면서 “소재·부품의 자립화 문제는 특허기술을 둘러싼 기술 패권 다툼”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 자립화를 하려면 단지 연구개발을 열심히 연구하는 것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특허 분쟁이 일어날 경우 이길 수 있도록 정부가 충분히 뒷받침해서 지원해 줘야 한다”라고 못 박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