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재야’ 장기표 “지금 대한민국엔 ‘대통령’이 없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1.22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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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리당 만들고 수요 시국집회 여는 이유...“文 정권에 최순실 10~30명 있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가 1월20일 서울 용산구 신문명정책연구원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가 1월20일 서울 용산구 신문명정책연구원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장기표 국민의소리 창당준비위원장 대표에게는 ‘영원한 재야’라는 수식어가 따른다. 1966년 대학(서울대 법대) 입학 후 운동권에 투신했으니 활동한지 반세기가 넘었다. 장 대표는 서울대생내란음모사건, 김대중납치사건규탄운동사건, 유신독재반대학생시위 주도 혐의로 복역했고 민청학련사건, 청계피복노조사건, 김대중내란음모사건 등으로 숱한 수배생활을 해야 했다.

그 시절 민주화 동지들이 그랬던 것처럼 장 대표 역시 현실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14대 총선에선 민중당, 15대 총선에선 통일민주당, 17대 총선에선 녹색사민당으로 간판을 바꿔가며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그가 활동한 정당만 해도 민중당, 개혁신당, 통합민주당, 새정치개혁당, 민주국민당, 푸른정치연합, 사회민주당, 녹색사민당, 새정치연대 등 다채롭다. 그만큼 제도권 정치에서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지금은 1996년 문을 연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21대 총선을 맞이해 장 대표는 또다시 국민소리당이라는 정당을 준비 중이다.

 

“문재인 정권은 전체주의 독재정권”

장 대표는 매주 수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50년 사이 그의 비판의 대상은 박정희 정권에서 문재인 정권으로 바뀌었다. 그는 “박정희 정권이 군사독재를 하고 있다면 지금 문재인 정권은 국가권력이 국민을 선동해 다수의 이름으로 억압하는 이른바 전체주의 독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중도·보수 통합을 목표로 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일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가 꿈꾸는 것은 국회의원 뱃지를 다는 게 아니다. 그는 “이 나이에 내가 국회의원 한 번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며 “혁신과 통합을 바탕으로 다음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를 패퇴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보수 대통합과 관련해 장 대표는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도 탄핵에 책임이 있는데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경우에 따라 유 의원이 통합신당 대열에 합류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장 대표와의 일문일답.

 

반문보수통합에 합류하는 걸로 안다. 

“통합신당에 참여하기로 했고, 한국당도 동의했다. 다만 새로운보수당은 의견이 엇갈린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새보수당이)빠질테면 빠지라고 하지. 솔직히 유승민 의원이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나. 다 구 정치세력 아닌가. 모두가 책임 져야 한다. 유승민 의원이 무슨 통합의 3원칙(제3지대에서 만난다. 개혁정치를 추구한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을 주장할 자격이 있나.”

통합3원칙이 문제가 있다는 건가.

“탄핵의 강을 건넌다? 그거 자체가 탄핵을 문제 삼는 거 아닌가. 탄핵의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 한국당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솔직히 개혁보수를 주장하지 않은 사람이 있나. 3원칙을 모두 받아들일 생각인데 ‘당대당’으로 하자고 한다. 그러면 도로 새누리당 되는 게 아닌가. 새로운 세력을 집단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두 당을 합치면 도로 새누리당 되는 걸로 국민들 지지를 받겠는가. 두 당을 합친 게 무슨 개혁보수인가.”

새보수당의 요구가 개혁보수랑 안 맞는다는 건가.

“근본적으로 안 맞는다. 그 사람(유승민 의원)도 구 정치 세력이다. 말로만 개혁보수를 주장하고 있는데, 사람이 안 바뀌고 무슨 개혁보수인가.”

유승민 의원의 개혁보수론에 대해선 동의하는가.

“유승민 의원의 안보 보수는 너무 지나치다. 극우적이다. 경제에 관한 것은 말로만 한다. 누구는 좋은 말 못하나. 난 원래부터 증세를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탄핵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박 전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새누리당 전체에 책임이 있다. 당시 박근혜 정부 고위층 모두가 책임을 져야한다. 탄핵을 당했으면 우선 반성부터 해야 한다. 그런 다음 혁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걸 하나도 안 한다. 그러면서 계속 친박, 비박만 말한다.”

반성의 의미가 뭘까.

“당연히 인적 청산이 뒤따라야 한다. 황교안 대표도 책임이 있다. 그러나 책임이 있다고 해서 물러나라는 건 아니다. 황 대표부터 참회해야 한다. 중진‧TK(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은 더 많이 참회하고 사퇴해야 한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시사저널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시사저널

새보수당이 참여하지 않으면 대통합의 의미가 퇴색되는 게 아닌가.

“유승민 의원이 합류하면 통합이고, 빠지면 통합이 아닌가. 유승민 의원이 뭔데. 개인적으로 유승민 의원이 합류하는 건 어렵다고 본다. 아마 유 의원 혼자 남을 거다.”

이언주 의원도 지금의 대통합 방식에 대해 비판한다.

“그건 이 의원의 개인적 생각일 뿐이다. ‘중도보수 혁신통합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가 지난주 금요일(1월17일)에 열렸는데 거기서 양당 통합은 안 되고 대통합신당으로 나가야 한다고 합의했다.”

국민소리당을 준비하고 있는데 차질이 생긴 거 아닌가.

“통합신당은 현재 2월1일 창준위(창당준비위원회)를 만드는 게 목표다. 그렇게 되면 굳이 국민소리당을 만들 필요가 없게 된다. 우리가 정당을 만들어 지분을 달라는 게 아니다.”

국민소리당의 창당 취지는 무엇인가.

“기존 정치권을 극복하는 게 목표지만, 문재인 정권이 나라를 거덜내는 이 국면에선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패퇴시키는 것이 목표다. 다음 총선에선 무조건 야권이 이겨야 한다.”

안철수 전 의원의 메시지와 다르지 않다.

“안철수(전 의원)가 ‘우린 통합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는데, 그런 말 하면 안 된다. 건방진 말 아닌가. 아주 무시한다는 거다.”

국민소리당이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신문명’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존중하면서 국민복지를 강화하는 게 내가 주장하는 신문명의 요지다.”

복지 강화는 문재인 정부와 많이 겹친다.

“이 정부의 복지는 근본적으로 퍼주기 식이다. 내가 주장하는 복지는 근본적으로 국민의 국민생활, 쉽게 말해 ‘의식주에 의료‧교육’을 국가가 보장하는 거다. 이렇게 해야 이중 복지와 복지 사각지대가 없어진다. 도대체 임금을 복지비로 충당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사업하는 사람도 국가 예산을 빼먹으려 한다.”

21대 총선에 출마하는가.

“출마할 생각 없다. 보수진영이 혁신, 통합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토요일마다 열리는 태극기집회에 참석하지 않고 수요일에 따로 행사를 갖는다. 무슨 이유가 있나.

“솔직히 요즘 문재인 정권을 보면 법을 어기는 수준이 가관도 아니다. 검찰을 노골적으로 협박한다. 대통령이 헌정질서를 위반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이럴 때는 국민이 저항권을 발휘해야 한다. 토요일 집회는 태극기 부대‧전광훈 목사 이미지가 강하다. 또 토요일 집회가 좋은 사람도 있지만 참석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 그래서 수요일에 여는 거다.”

박정희 정권과 현 정권을 비교한다면 어떤가.

“독재는 무력으로 하는 독재, 다시 말해 군사독재가 있고 다른 하나는 국가 권력이 국민을 선동해서 다수의 이름으로 독재를 하기도 한다. 이걸 전체주의 독재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전체주의 독재를 하고 있다.

과거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이 정권에는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같은 인물이 10명이나 있다’고 주장했다.

“무슨 근거를 갖고 말한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운동권 생리를 잘 안다. 운동권에 가면 운동 많이 한 사람이 왕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운동권 행세를 하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한테 불려나오지 않았다면, 그가 뭘 안다고 신영복씨 책을 읽고 김원봉을 존경한다고 하겠는가. 지금 문재인씨는 진보 코스프레를 하는 거다.”

진짜 운동권이었다면 어땠을까.

“저렇게 안 한다. 당당하게 한다. 직전 대통령 두 사람을 구속시키지 못 한다. 자기 콤플렉스가 없었다면 말이다. 이건(전직 대통령 두 명 구속) 대통령이 자기 멋대로 하지 못하니까 그런 거다. 구속시키지 말라고 말을 못하니까. ‘데모도 별로 안하고 약해서 저런 거다’라는 소리를 들을까 저러는 거다. 최순실이가 10명이 아니라 30명은 되지.”

특정 세력이 있다는 건가.

“주사파들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주관)가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문재인 씨는 그게 없다. 이게 문제다. 대통령이 강하지 못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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