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시가’ ‘집사람→배우자’…이번 설엔 ‘성 평등 단어’ 써보자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0.01.23 16: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 성 평등 명절 사전 발표…대통령 ‘내외’ 아닌 ‘부부’로 써야
‘작년 추석 얼마나 평등하다고 느꼈나’ 질문에 여성 46점 남성 70점

명절 때마다 성(性) 차별적 문화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 차례를 준비하며 음식 준비를 여성들만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남편의 부모님 집에만 가거나 먼저 가서 더 오래 지내고 오는 일도 자주 불거지는 갈등 사례다. 명절에는 말로 인한 ‘분쟁’도 많다. 남편의 남동생을 ‘도련님’이라고 부른 것처럼 남성의 가족들에게만 ‘님’자를 붙여 높여 부르는 일로 다투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매년 명절 때마다 ‘성 평등 명절 사전’을 발표하면서 시민들에게 성 평등한 표현을 써달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강경희 재단 대표이사는 “시민들이 성 평등한 명절을 익숙하게 여기길 바란다”며 “성 평등한 말과 행동은 필수”라고 했다. 재단은 올해 ‘이제는 꼭 써봐야 할 성 평등 단어와 문장’을 제시했다. 

서울시 성 평등 명절사전 단어장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공
서울시 성 평등 명절사전 단어장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공

가령 ‘친가’와 ‘외가’라는 말을 각각 ‘아버지 본가’ ‘어머니 본가’로 바꿔 쓰자는 것이 재단의 제안이다. 아빠 쪽은 가깝게 ‘친할 친(親)’을 쓰고 엄마 쪽은 멀게 ‘바깥 외(外)’를 써서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설을 앞두고 국가유공자와 사회적 배려계층 등 1만4000여 명에게 설 선물을 보냈는데, 여기에 ‘대한민국 대통령 내외 문재인 김정숙’이라고 써 있다. 재단에 따르면 ‘내외’가 아닌, ‘부부’라고 하는 것이 맞다.

아울러 재단은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도 할머니로 통일하고, 시댁 대신 시가라고 쓰자는 의견도 내놨다. ‘시댁’은 남성 쪽 집안만 높여 부르는 표현이니 여성 쪽 집안을 부르는 ‘처가’와 마찬가지로 ‘시가’라고 바꿔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 ‘집사람’ ‘안사람’ ‘바깥사람’ 등은 남성은 집 밖에서 일하고 여성은 집 안에서 일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표현이니 사용을 지양하고 ‘배우자’로 부르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여기에 더해 ‘서방님’ ‘도련님’ ‘아가씨’ 등은 계급이 있던 시대에 상전을 부르는 호칭으로 사용되던 것을 가족관계에 적용하는 것은 불편하고 부적절하므로 이름에 ‘씨’나 ‘님’을 붙여서 부르자는 제안도 있었다.

서울시 성 평등 명절사전 단어장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공
서울시 성 평등 명절사전 단어장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공

재단은 이와 함께 성 평등한 명절을 가족이 함께 즐겁게 지내는 데 도움이 되는 표현에 관한 시민 의견도 소개했다. “애미야 상 차려라”라는 말 대신 “이젠 함께 일하고 함께 즐기는 명절로 바뀌었으면 합니다”(60대 여성 의견), “여자는 나이 들면 안 팔려. 젊고 예쁠 때 얼른 결혼해” 대신 “결혼은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30대 여성 의견) 등으로 말해 달라는 것이다.

“남자가 장가가려면 연봉이 높아야 할 텐데…집은 살 수 있겠니?”라는 말은 하지 말고 “회사 잘 다니고. 건강히 지내고 있니?”(30대 남성 의견)라고 말해 주고, “여자는 살찌면 안 되니까 조금 먹어라”라고 하지 말고 “명절에는 즐기자. 맛나게 먹어라”(30대 여성 의견)라고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남자가 되어 가지고…”나 “여자가 되어 가지고…”라는 말은 하지 말자는 50대 남성의 의견도 있었다. “사람은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재단은 지난해 9월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명절 체감 점수와 실제 사례를 조사했다. 여성 718명, 남성 92명이 참여한 당시 조사에서 ‘2019 추석 명절은 얼마나 평등하다고 느꼈나’라는 물음에 여성은 평균 46.1점을, 남성은 평균 70.1점을 매겼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