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인사권 이어 감찰권까지…“윤석열호 침몰, 추미애호 출항”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0.01.24 12: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미애, 윤석열 직접 지시한 ‘최강욱 비서관 기소’ 놓고 “감찰 검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의 대가일까. 검찰 고위간부에 이어 차·부장급 인사를 통해 청와대 수사 지휘라인이 전원 교체됐다. 사실상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발이 모두 잘린 것이다. ‘고립무원’인 윤 총장은 직접 수사지휘를 하는 방법을 택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에게 지시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한 것이다. 최 비서관은 “검찰권을 남용한 기소 쿠테타”라며 윤 총장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즉각 화답했다. 추 장관은 “적법절차를 위반한 날치기 기소”라며 “감찰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추 장관이 인사권-감찰권까지 동원해 (윤 총장을) 식물총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면서 “윤석열호(號)는 침몰하고, 추미애호가 출항했다”고 잘라 말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1월23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1월23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 ‘고립무원’ 윤석열 검찰총장

법무부가 1월23일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통해 ‘윤석열 사단’은 사실상 해체됐다. 윤석열 사단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의혹 등의 수사를 맡았다. 서울중앙지검 송경호 3차장검사와 고형곤 반부패2부장(이상 조국 일가 의혹), 신봉수 2차장검사(울산시장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서울동부지검 홍승욱 차장검사(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등은 모두 교체됐다. 대검찰청에서는 양석조 선임연구관과 엄희준 수사지휘과장(이상 조국 일가 의혹,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임현 공공수사정책관, 김성훈 공안수사지원과장, 이희동 선거수사지원과장(울산시장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등도 대검을 떠났다.

추 장관이 ‘상갓집 추태’라며 ‘항명’이라고 규정했던 양석조 대검 선임연구관은 대전고검으로 좌천됐다. 옛 중앙수사부의 수사기획관 격인 선임연구관은 검사장 승진 1순위 자리로, 이전 선임연구관 3명은 그 다음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양 연구관은 조국 전 장관의 무혐의를 거론한 심재철 신임 반부패·강력부장에게 “당신이 그러고도 검사냐”는 식의 발언을 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지난 1월8일 정권의혹과 조국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검찰 지휘부를 대거 교체한 것도 모자라 오늘은 차장, 부장과 평검사들에게까지 칼을 들이댔다”면서 “자기 편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슨 일도 불사하는 막가파식 깡패 집단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난했다.

 

■ 秋,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내세워 윤석열 견제

법무장관이 가지고 있는 것은 인사권만이 아니다. 추 장관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감찰 강화를 강조해왔다. 추 장관은 검찰 인사를 단행한 날, 감찰권 역시 꺼내들었다. 이 과정에서 일어난 일은 ‘청와대·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결 국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국 일가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조국 전 법무장관 아들의 인턴서류 위조 혐의로 최강욱 비서관을 기소하겠다는 의견을 이성윤 신임 지검장에게 올렸다. 이 지검장은 “최 비서관에 대한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며 결재하지 않았다. 윤 총장은 1월22일, 이 지검장에게 최 비서관을 기소하라고 세 번이나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은 윤 총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이에 윤 총장은 1월23일 오전, 송경호 3차장에게 지시해 차장전결로 최 비서관을 기소했다.

추 장관은 이 과정이 적법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지방검찰청 검사장은 그 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검찰청법 제21조 제2항)'는 규정에 따라, 이 지검장의 결재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검은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전체 검찰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검찰총장의 권한과 책무에 근거해 최 비서관에 대한 기소가 적법하게 이뤄졌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검사가 상사의 결재를 받지 않고 기소를 했다고 할지라도, (기소의) 법적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또한,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검찰청법 제7조 제1항)’는 규정과 함께 검찰총장은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포괄적으로 지휘·감독하는 위치에 있다(검찰청법 제12조 제2항).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식 지휘체계가 ‘검사동일체 원칙’의 핵심이다.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소속 검사를 지휘한다고 할지라도, 이 검사장을 지휘하는 것은 검찰총장이다. 즉,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인 윤 총장이 기소를 하라고 지시를 내린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상사의 지시를 어긴 것은 이성윤(지검장)이다.”

 

■ 검란(檢亂)으로 이어질까

추미애 장관은 이번 인사에서 법무부와 대검의 감찰 담당 검사들을 전원 교체했다. 특히 새로 부임한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만든 검찰개혁추진지원단 부단장이었던 이종근 인천지검 1차장의 부인이다. 이종근 1차장은 추 장관의 청문회준비단에서도 활동했다. 추 장관은 이들을 통해 검사에 대한 감찰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강욱 비서관 기소 논란은 그 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경지검의 부장검사 A씨는 “해도 너무한 것이 아니냐. 청와대 비서관이라는 사람(최강욱)이 검찰 수사를 ‘전형적인 조작수사, 비열한 언론플레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했고, 그 말을 ‘청와대의 입’이라는 윤도환 국민소통수석이 발표했다”면서 “이것도 모자라, 최 비서관이 검찰 기소에 대해서 한마디 하자 법무장관이 감찰을 운운하고 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검찰개혁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총장의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청와대 관련 수사에 대한 기소가 마무리 되면 윤 총장이 미련없이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보다 앞서 일선 검사들의 줄사표 등 이른바 ‘검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검찰을 둘러싼 논란이 설 연휴를 통해 어떤 방향으로 여론화될지도 관심사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청와대-추미애-윤석열’ 등의 이름은 80여일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까지 끊임없이 거론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