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한국 경제 리스크 요인 될까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01.2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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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렴 확산 지속되면 관광 산업 등 타격…“전염이 제한적일 경우 영향도 제한적일 것”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1월27일(0시 기준)까지 확진자가 2744명으로 확인됐고, 사망자는 80명에 달했다. 국내에서도 확진 환자가 네 번째로 발생하는 등 관련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 우한 폐렴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금융 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당장은 관광 산업 위주로 영향을 미치겠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CNBC 방송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스위스 은행 UBS는 "우한 폐렴이 단기간에 잡히지 않으면 올해 1분기와 2분기를 중심으로 중국의 소매 매출과 관광, 호텔 등 산업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국내 경제도 영향을 받고 있다. 국내 증시는 이달 어닝 시즌 초반 주요 기업들의 실적 회복세가 확인되면서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었으나 우환 폐렴이 걸림돌이 됐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주 초인 1월20일 2262.64로 2260선을 넘었으나, 1월23일에는 2246.13으로 떨어졌다. 1월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관이 4767억원, 외국인이 1408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우한 폐렴 사태가 얼마나 증시에 영향을 줄지 투자자들의 근심이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 사망자가 중국에서 급증하는 가운데 1월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탑승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수속을 밟고 있다. ⓒ연합포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 사망자가 중국에서 급증하는 가운데 1월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탑승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수속을 밟고 있다. ⓒ연합포토

사스·신종플루·메르스 등 경제에 악영향 끼쳐

우한 폐렴이 경제에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는 것은 질병이 경제에 영향을 미친 여러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내놓은 '중국발 원인 불명 폐렴 현황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2003년 2분기 우리나라 GDP 성장률을 1%포인트 내외 하락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사스뿐만 아니라 2009년 신종플루(H1N1),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전염병도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 1999년부터 계속 증가하던 양국 간 관광객 수는 사스로 인해 2003년 감소한 바 있다. 신종플루는 2009년 가을 심하게 번졌고, 실제 2009년 4분기 GDP는 전기 대비 0.4% 증가에 그쳤다. 신종플루 발생 당시인 2009년 3분기에는 한국 여행업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4.9% 감소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만 186명 환자와 38명 사망자가 발생한 메르스 사태 때는 외국인 국내 방문자 규모가 2015년 5월 133만명에서 6월 75만 명으로 급감했다. 메르스 충격이 가해진 2015년 2분기 성장률은 0.4%에 그쳤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추산에 따르면 메르스 영향으로 2015년 한국 GDP는 0.2%포인트 감소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200만 명 넘게 감소하면서 여행업은 26억 달러 손실을 봤다.

당장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급감할 가능성이 관측된다. 중국은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자국민의 해외 단체 여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당장 중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급감하면서 완만한 증가세를 보여 온 소매 판매 및 여행·관광·유통 업종을 중심으로 서비스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 국내에 확진 환자는 4명으로 많지 않지만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경우 국내 소비와 여가 활동도 움츠러들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전망이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우한 폐렴의 전염성이나 치사율은 과거 사스 등에 비해 높지 않다. 현재 알려진 우한 폐렴의 치사율은 3% 수준으로 사스(9.6%)나 메르스(34.5%)에 비해 낮은 수치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우한 폐렴의 전염성은 과거 사스 당시보다 현저히 낮고 치사율 역시 사스와 메르스를 크게 밑도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께름칙한 노이즈일 뿐 시장의 상황 변화를 유인하는 미증유 쇼크 변수는 아닐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사태가 중국의 연중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와 겹쳤다는 점은 관련 업종에 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춘제 특수가 기대되던 중국 관련 소비자의 투자 심리 위축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우한 폐렴 관련 보고서에서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의 시각을 살핀 결과 "대체로 사스와 비교해 피해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나 춘절, 변종 발생 가능성 등이 우려 요인으로 지적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질병 확산 시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전염이 제한적일 경우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1월2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두 번째 확진자 발생과 관련해 중간경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포토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1월2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두 번째 확진자 발생과 관련해 중간경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포토

정부․한은 등 우한 폐렴 사태 관련 긴급회의

정부는 우한 폐렴 사태와 관련한 긴급회의를 열었다. 경기 반등 모멘텀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1월27일 정부에 따르면,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오늘 오후 우한 폐렴 대응 방안을 안건으로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소집했다.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 회의다. 정부는 연휴 전인 1월22일에도 회의를 열어 우한폐렴 관련 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오후 3시 우한 폐렴 대응 방안을 안건으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한국은행도 1월27일 오후 2시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비공개로 열었다. 한국은행은 1월28일 오전에 회의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우한 폐렴이 확산되면서 일정을 앞당겼다. 연휴 기간 우한 폐렴 감염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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