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반도체, 삼성전자 주가 계속 오를까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5 14:00
  • 호수 158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분간 반도체주 변동성 커…저평가 중소형주 담아라”

1994년 첫 번째 반도체 호황이 있었다. PC 보급이 본격화되는 와중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우 판매를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4메가 디(D)램 반도체 하나의 가격이 48달러까지 상승했다. 무려 32개월에 걸쳐 호황이 이어졌는데 삼성전자가 우리 기업으로 처음 조 단위의 이익을 냈다. 

호황은 1996년 마무리됐다. 호황 때 있었던 많은 시설 투자로 공급과잉이 벌어졌고 반도체 가격은 2년 사이에 98%나 떨어졌다. 그 영향으로 반도체 기업의 이익은 적자로 급변했다. 그렇게 최초이자 최고로 기록됐던 호황은 엄청난 후유증을 남겼다. 1997년 정부는 높은 반도체 가격을 기준으로 경상수지 목표를 잡았는데, 결국 공수표가 됐다. 당시 삼성은 반도체 호황을 전제로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IMF 외환위기 때 그룹 전체를 날려 먹을 뻔 했다. 

2000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IT 버블 붕괴에도 불구하고 40만원까지 올랐던 삼성전자 주가가 4개월 만에 12만원으로 떨어졌다. 고점 대비 60% 넘게 하락한 것인데, 미국에서 반도체는 진폭이 큰 사이클 산업이므로 가격이 가장 좋은 지금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온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물론 보고서가 처음 나온 경계 신호는 아니었다. 이전에도 반도체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전조는 여러 곳에서 포착됐다. IT 버블 붕괴도 그 중 하나다. 3월부터 미국 나스닥 주가가 떨어지면서 버블 붕괴가 표면화됐는데 수요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공급이 영향을 받는 건 시간문제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 뉴스뱅크이미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 뉴스뱅크이미지

반도체 사이클이 빨라진 이유

두 번의 약한 사이클을 지나 2017~18년에 다시 반도체 호황 시기가 찾아왔다. 서버 수요증가에 4차 산업에 대한 기대가 겹친 것이 호황의 동력이었다. 1~2차 호황 때만큼 제품 가격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이익 증가는 훨씬 컸다. 세계 반도체 시장이 과점 체제로 바뀌면서 공급이 안정됐기 때문이다. 반도체 호황은 국가 경제에 어느 때보다 큰 영향을 줬다. 2017년의 경우 전체 설비투자 증가의 70%를 반도체가 담당했다. 제조업 생산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10%를 넘겨 과거 호황기 당시 수준(4.7%)보다 배 이상 높아졌다. 수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잠시 주춤하던 반도체가 주식시장을 다시 달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이번 반도체 경기 회복은 생각보다 빨랐다. 과거에는 반도체 경기가 한 번 꺾이면 2년 반에서 3년이 지나야 새로운 상승이 시작됐는데 이번에는 1년도 안 돼 호황이 다시 시작됐다. 이렇게 시점이 앞당겨진 건 세계 반도체 시장에 참여하는 회사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경기 순환이 짧아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회사가 많을 때에는 호황기 때 설비 증설도 커 경기가 나빠질 경우 공급 확대를 감당할 수 없었는데, 참여 회사가 줄다 보니 공급 과잉과 재고 축적이 사라져 경기 순환이 빨리 돌아서게 된 것이다. 

제품 구성이 바뀐 것도 빠른 경기 회복에 영향을 줬다. 1~2차 반도체 호황 때에는 PC가 경기 변동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했다. PC 수요가 늘면 반도체 가격이 오르는 구조인데 PC 사용자가 많다 보니 수요 변동 폭도 클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이번 반도체 경기 회복은 기업의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점이 동력이다. 아마존의 경우 작년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던 부분을 올해에 데이터센터를 늘려 극복하겠다는 방침을 정해 서버 수요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마존의 서버 증설은 아마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른 온라인 거래 업체를 비롯해 구글과 MS의 동참까지 이끌어 낼 가능성이 있다. 서버는 기업의 수요가 대부분인 만큼 과거보다 반도체 경기가 빨리 돌아섰다. 

수요 구조의 변화는 향후 반도체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버는 PC보다 수요 변동이 작기 때문에 앞으로 반도체 경기는 회복 강도는 낮지만 기간은 긴 형태로 바뀔 수 있다. 여기에 5세대(5G) 이동통신의 영향이 더해졌다. 2017년 당시 IT 전망기관들은 2020년 세계 5G 스마트폰 판매량이 1000만대 정도에 불과할 걸로 예상했다. 3년이 지난 지금 해당 수치는 2억3000만대까지 올라왔다. 5G에 더 고급 사양의 높은 가격 반도체가 쓰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반도체 주가가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너무 빨리 오른 주가가 오히려 부담 

문제는 주가다. 업황이 좋아져도 주가가 더 올라갈 부분이 있을까 의문이다. 시계추를 돌려보자. 2017년 11월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없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영업이익은 2018년 3분기까지 분기별 12조~15조원을 유지하고 있었다. 올해에 삼성전자의 이익이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늘어난다 해도 2018년의 7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주가가 이익보다 훨씬 빨리 올라온 만큼 올해 이익이 예상을 월등히 뛰어넘지 않는 한 주가가 더 오르기 힘들 수도 있다. 

시장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기대만큼 실력이 나오지 않아 낭패를 본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작년 조선과 자동차도 그 경우에 해당한다. 2019년이 시작될 때 경기 회복으로 주가가 많이 상승할 업종으로 꼽혔지만 코스피 정도의 성적도 내지 못했다. 영업성과가 기대만큼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8년에 반도체 2개사가 종합주가지수를 220포인트 끌어올렸다. 시가총액의 3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50% 가까이 올랐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당연하다. 과거 성적이 미래를 담보해주지 못한다. 오히려 주가가 너무 빠르게 올랐기 때문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100개의 호재가 있어도 가격이 높으면 주가가 상승하기 힘들다. 반대로 온통 악재라도 가격이 낮으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몇 달간 반도체 주식은 높은 가격과 높은 기대 양쪽을 왔다 갔다 할 것이다. 그만큼 주가 변동이 클 수밖에 없어 매수를 자제했으면 한다. 반도체 주식을 사서 수익을 남기려면 주가가 지금보다 최소한 10%는 더 올라야 한다. 주가가 이익보다 훨씬 높은 상태에서 기대만으로 이루기 힘든 수준이다. 오히려 주가가 오르지 않은 중소형주 중에서 매수 대상을 찾았으면 한다. 다수의 기대가 꼭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