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에 지자체 축제·교류행사 ‘직격탄’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이경재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01.3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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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폭풍’ 보성·장흥군수·목포상의, 중국 외 해외연수까지 전격 취소
전남도 5월 중국 교류행사·진도군 ‘군민과의 대화’ 잠정 연기
중국 유학생 많은 지역 대학에도 ‘불똥’…교육 교류사업 차질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의 후폭풍이 지자체까지 흔들고 있다. 광주·전남 일부 지자체와 단체는 각종 행사나 국외연수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보류하고 있다. 중국 유학생이 많은 지역 대학들에선 입학·졸업 행사나 교류 일정을 축소·연기하는 등 중국과의 교육 교류사업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지역 교육당국은 이달 예정된 졸업식과 종업식을 연기하거나 축소하도록 일선 학교에 권고하는 등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1월 2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스크를 쓴 외국인, 시민 등이 이동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1월 2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스크를 쓴 외국인, 시민 등이 이동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공항 피하자”…전남, 중국교류·국외연수 줄줄이 연기·취소

전남에서는 신종 코로나 여파로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나라 국외연수까지 취소됐다. 득량만권·강진만권행정협의회 소속인 김철우 보성군수와 정종순 장흥군수는 29일부터 10박 12일 일정으로 청정연안 보존개발 벤치 마킹을 위해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우려되자 전격 취소했다. 이들은 연안 개발 및 보존관리와 블루 투어 시책 개발을 위해 연수에 나설 예정이었다. 목포상공회의소 상공위원 20명도 2월 중순께 태국 연수 계획이 잡혔으나 급히 취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과의 접촉을 자제하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전남도는 5월 중국 장시(江西)성 방문을 위해 시장개척단과 국악공연단 등과 함께 대대적인 방문단을 꾸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잠정 연기했다. 중국 저장(浙江)성에 파견한 전남도청 직원 1명도 안전을 우려해 철수를 검토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해외 연수나 교류 활동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진도군은 다음달 6일부터 12일까지 예정된 군민과의 대화를 잠정 연기한다고 30일 밝혔다. 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 상황인 만큼 군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행사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모이지 말자” 광주, 고싸움놀이 3년 연속 ‘전염병’으로 연기 

지난해 8월11일, 광주FINA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를 기념해 광주 동구 금남로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2019 광주고싸움놀이축제’.ⓒ광주남구
지난해 8월11일, 광주FINA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를 기념해 광주 동구 금남로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2019 광주고싸움놀이축제’.ⓒ광주남구

광주에서도 문화·공연 행사의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30일 광주 5개 자치구에 따르면, 남구는 내달 7일부터 9일까지 고싸움놀이 테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고싸움놀이 행사를 무기한 연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데다 정부에서 위기 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한 것을 고려한 조치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행사를 개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와 구제역의 영향으로 축제가 연기된 것을 고려하면 3년 연속 전염병으로 축제가 연기됐다.

광산구는 중국으로 떠날 예정이었던 ‘공직자 역사탐방’ 일정을 취소했다. 역사관광코스 개발 담당자 등 광산구 공직자 11명은 이달 31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발자취를 따라 상해·항저우·난징·충칭 등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광산구도 다음 달 8일 전후로 삼도·운남·쌍암동에서 개최하려던 정월대보름맞이 행사 취소를 논의 중이다.

동구도 중국 자매결연 도시에 방문단을 파견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공연팀과 공직자 등 20명으로 구성된 방문단은 중국 광부묘회 축제에 초청받아 다음 달 7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광저우시 월수구를 방문해 문화교류 활동을 펼칠 예정이었다. 중국 당국이 축제를 열지 않기로 하면서 방문단 파견도 무산됐다. 이밖에 광주문화예술회관 등을 중심으로는 각종 가수 초청 기획·대관 행사의 연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학가도 ‘뒤숭숭’…전남대대학원 졸업시험 중국유학생 절반 결시

조선대 정문 표지석 ⓒ시사저널 정성환
조선대 정문 표지석 ⓒ시사저널 정성환

‘우한 폐렴’ 확산의 여파는 중국 유학생이 많은 지역 대학까지 미치고 있다. 광주대는 많은 인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입학·졸업식 등이 다가옴에 따라 행사 축소나 연기·취소 등을 논의하고 있다.

전남대는 28일 비상대책 회의를 열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를 연기했다. 국가감염상황이 악화할 경우 졸업식과 입학식도 조정하기로 했다. 현재 중국 방문에서 돌아온 교직원과 학생들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으며 대상자 전원에게 자가 격리를 권유하고 있다.

또 전남대에서는 다음날 시행된 대학원 졸업 종합시험에 총 12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졸업시험을 볼 예정이었는데, 3명의 중국 유학생은 연락이 닿지 않은 상태로 시험에 결시해 총 6명만 이날 시험을 치렀다. 결시한 3명의 유학생은 중국으로 귀국했다가 복귀하지 못해 시험을 치르지 못하겠다고 소속 대학원 지도교수에게 연락했다. 

대학 측은 결시한 학생들에게 2월 중 1차 추가시험 기회를 제공하고 필요하면 응시 기회를 추가하기로 했다. 다음 달 중국에 파견 예정인 재학생 30명과 중국에서 들어올 초청 학생 78명의 초청 및 파견 연기도 검토 중이다. 전남대에 재적 중인 중국인 유학생은 28일 현재 여수캠퍼스를 포함해 모두 854명이며, 폐렴 발생 추정지인 중국 우한지역 출신은 1명, 후베이성 출신은 6명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이들은 현재 미입국 상태다. 

중국인 유학생이 397명에 달하는 조선대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조선대는 다음 달 중국으로 출국할 예정했던 중·단기 교환학생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중국 유학생을 포함해 외국인이 참여하는 한국어 연수 과정 수업도 당분간 쉰다. 조선대 관계자는 “한국어 연수생 전원의 발열 여부를 확인했고 건강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지 꾸준히 관리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중국특화대학을 선포한 호남대도 고민이 깊다. 당장 다음달 중국어학과 2학년 학생 24명 전원이 중국 명문대학인 상하이대에서 3, 4학년 공부를 위해 2년여의 유학길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우한 폐렴의 여파로 잠정 연기했다.

광주시교육청은 28일 오전 전국 시도 부교육감 영상회의 직후 장휘국 교육감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하고, 감염병 위기 대응 대책반 총괄을 부교육감에게 맡겼다. 광주·전남 시도교육청은 중국 여행을 다녀온 교직원과 학생을 파악하고 있으며 증상이 없더라도 입국 후 14일간 등교·출근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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