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윤석열…얼마 남지 않은 시간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3 11:00
  • 호수 1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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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 무더기 기소…“尹 감찰 진행된다면 ‘옷 벗으라’는 것과 다르지 않아”

누구도 윤석열 검찰총장을 막을 수 없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신임 검찰 간부들이 반대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감찰 가능성까지 언급했지만, 윤 총장은 청와대 관련 수사의 핵심 피의자들을 무더기 기소했다. 1월29일 단 하루 만에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을 포함해 1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기소로 문재인 정부와 윤 총장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모습이다. 검찰 인사와 기소 문제 등으로 추 장관, 이 지검장 등은 직권남용·직무유기 등으로 검찰에 고발됐다. 반대로 추 장관은 윤 총장을 포함한 감찰을 언제든 지시할 수 있다.

더구나 4·15 총선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당 내에서는 윤 총장 체제에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윤 총장도 핵심 간부들이 전부 좌천되면서 사실상 고립무원의 상황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 총장이 조만간 ‘자진 사퇴’ 방식으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윤 총장의 퇴진이 ‘윤석열 사단’의 도미노 사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임종석 전 비서실장, 한병도 전 정무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왼쪽부터)이 송철호 울산시장(하단 가운데)의 당선을 위해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임준선·박은숙·연합뉴스·장환석 블로그 제공
검찰은 임종석 전 비서실장, 한병도 전 정무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왼쪽부터)이 송철호 울산시장(하단 가운데)의 당선을 위해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임준선·박은숙·연합뉴스·장환석 블로그 제공

선거 개입 윗선은?…“尹, 임종석에서 멈출 것”

검찰은 ‘청와대가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송철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현 울산시장)를 당선시키기 위해 경찰 등에 지시해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고 결론 냈다. 검찰에 따르면 송 후보 측으로부터 김기현 울산시장(자유한국당 소속)의 비위 정보를 받은 백원우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2017년 11~12월, 박형철 반부패비서관(현 변호사)을 통해 김 시장 관련 범죄 첩보를 경찰청-울산경찰청에 차례로 내려보냈다. 장환석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현 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은 같은 해 10월, 송 후보의 선거공약인 공공병원 유치와 연계하기 위해 ‘산재모병원’ 관련 내부 정보 제공 및 예비타당성 발표 연기를 수락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한병도 정무수석(현 민주당 익산을 지역위원회 위원장)은 2018년 2월 송 후보의 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만나 공기업 사장 등을 제안하며 출마 포기를 권유했다. 

검찰은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까지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전 실장이 송 시장에게 울산시장 출마를 권유하고, 송 시장과 선거공약을 협의했으며, 임동호 전 위원의 출마 포기를 종용하는 등 선거 개입 전 과정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은 엄청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검찰의 기소 내용대로라면, 비서실장(임종석)-수석비서관(한병도)-비서관(백원우, 박형철)-행정관(장환석) 등 청와대 전(全) 라인이 나서 특정인(송철호)의 당선을 위해 ‘공권력’인 경찰을 움직인 것이 된다.

더 큰 문제는 결국 이 사건이 ‘왜?’라는 질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 야당은 “송철호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로, 문 대통령은 ‘내 소망은 송철호의 당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 모든 범죄행각의 지휘자인가, 아니면 대통령까지 속이고 벌인 참모들의 집단범죄였나. 선거 공작은 대통령 탄핵까지 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검찰이 4월 총선 이후 임종석 전 비서실장 ‘윗선’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윤석열 체제에서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일은 없으리라는 것이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윤 총장을 잘 아는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명확한 물증이 나오면 모르겠지만, 윗선에 대한 수사는 없을 것이다. 윤석열(총장)은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의지도, 시간도 없다. 지금까지 수사를 해 온 것은 검사로서의 사명감도 있었겠지만, ‘핵심 실세 비리 척결’이라는 임명권자에 대한 충정도 분명히 있다. 윤(석열)이 임명권자에게 칼을 들이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기소가 일단락됐기 때문에, ‘국론 분열 야기’ 등 임명권자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이유로 곧 자진 사퇴할 것이다. 또한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정치권의 고소·고발이 난무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윤석열이) 총장이라는 이유만으로 검찰 수사가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 전에 (자진 사퇴)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내·외부적 상황은 윤 총장의 사퇴를 부채질하고 있다. 당·정·청은 윤 총장에 대한 사실상 불신임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에 대한 신임을 유지한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도 선택적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절제된 수사를 당부했다. 해석하기에 따라 윤 총장의 이번 기소는 문 대통령의 언급을 정면으로 어겼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전·현직 고위 관계자와 여당은 윤 총장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왼쪽)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포함한 감찰 카드를 매만지고 있다.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은 자신에 대한 기소를 “기소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최준필
추미애 법무장관(왼쪽)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포함한 감찰 카드를 매만지고 있다.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은 자신에 대한 기소를 “기소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최준필

당·정·청, 윤석열 사실상 불신임

“전형적인 조작수사이고 비열한 언론플레이다. 기소 쿠데타이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통해 저들(검찰)의 범죄행위가 낱낱이 드러나도록 할 것이다.”(1월22일,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사람(윤석열)에 대한 충성’에 의존해 거대 권력기관인 검찰을 끌고 왔다.”(1월24일, 최강욱 비서관 기소와 관련한 민주당 입장)

“윤석열 총장과 일부 검사들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이번 사건은 수사가 아니라 정치에 가깝다”(1월29일, 임종석 전 비서실장)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추미애 장관은 감찰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추 장관은 최강욱 비서관 기소 때 이성윤 지검장의 승인·결재가 없었던 점을 문제 삼아 “날치기 기소”로 규정하고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현 여주지청장),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현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 등에 대한 감찰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검사 징계심의는 검찰총장의 청구에 의해 시작한다’고 규정돼 있다. 즉, 윤 총장이 청구하지 않으면 징계 절차가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인데, 최 전 비서관에 대한 기소를 직접 지시한 윤 총장이 징계 청구를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 장관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결국 윤 총장이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징계를 직접 청구할 수 있다. 추 장관은 지난 1월8일 검찰 고위급 인사 당시 윤 총장이 인사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검찰총장이 내 명(命)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은 ‘혼외자 논란’이 제기됐던 채동욱 전 총장을 제외하곤 초유의 일이다.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이 진행된다면, 결국 윤 총장에게 ‘옷을 벗으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게 검찰 내 평가다. 

 

“文 정부, 윤석열을 순교자로 만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윤 총장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수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종석 전 실장은 이에 대해 “국회의 (검찰 개혁) 입법을 막아보려는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인사에 대한 저항인지 예단하지는 않겠다”면서 “그러나 윤석열 총장은 그 뜻을 이루기는커녕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검찰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수처-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은 이미 국회를 통과해 입법화했다. 더구나 ‘인사에 대한 저항’은 전후 관계를 완전히 왜곡하는 것이다. 추 장관의 인사가 있기 오래전부터 수사가 진행돼 온 것이지, 인사 이후에 갑자기 수사가 시작된 것이 아니다. (또한) 청와대 수사에 대한 ‘보복’으로 (추 장관의) 대대적인 인사가 단행된 것이 아닌가. 윤 총장과 청와대 수사 지휘부가 인사권을 가진 집권세력에 저항해서 무엇을 얻고자 했는지 되묻고 싶다. 결국 지휘부는 전부 물갈이됐고, 윤 총장도 자진 사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윤 총장이나 지휘부가 과연 이렇게 될지 모르고 수사를 진행했을까. 이들이 당장 닥칠 인사상 불이익을 무릅쓰고라도 추구했던 정치적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히 말해 달라.”

이와 관련해 2012년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에서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윤 총장은 ‘검찰도 바뀌어야 한다’며 대통령의 뜻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최소한 반발하는 모습은 안 보였다”면서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총장을 순교자로 만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은 1월29일 “검사의 인사를 법무부에서 대검찰청으로 이관해 검사의 인사상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면서 “현행 11명의 검찰인사위원회 위원을 증원하고, 검찰인사위원회에서 심의·선정한 인물을 검찰총장이 추천해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겠다”며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또한 검찰총장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권력형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도록, 검찰총장의 임기를 현행 2년에서 대통령의 임기 5년보다 긴 6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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