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명함’ 던져버린 ‘민주당 막내’ “경제가 문제? 아니, 기후!”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1.3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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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민주당 총선 영입인재 8호 이소영 변호사
“기후변화, 경제․일자리 문제와 직결…한국형 그린 딜 만들 것”

10대 시절 친구가 ‘아이돌’을 쫓을 때, ‘학벌 없는 사회’를 꿈꿨다. 대학에선 연애보다는 환경이 관심사였다. 동기들이 ‘농활’(농촌봉사활동)을 갈 때, 그는 ‘환활’(환경봉사활동)을 떠났다. 눈은 밖을 향해도, 엉덩이는 무거웠다. 입학 5년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나니 그의 앞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였다. 판사 아니면 로펌. 그의 결정은 김앤장 변호사였다. 화려한 삶은 5년을 채 못 갔다. 사표를 던진 뒤 환경단체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3년 뒤, 2020년 그의 시선은 이제 국회를 향해 있다. 더불어민주당 8호 영입인재가 된 이소영 변호사(34) 이야기다.

롤러코스터 같은 삶이다. 모범생이지만 ‘정석 코스’를 밟지 않았고, 로펌 변호사 출신이지만 소위 ‘금수저 출신’은 아니다. ‘억대 연봉’을 받았던 변호사지만, 줄어든 월급봉투 보다 신경 쓰이는 건 매캐해진 공기다. 과연 그는 왜 국회의원을 꿈꾸는 걸까. 기업을 대변하던 로펌 변호사가 진보 정당에 발을 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28일 국회 본청에서 이 변호사를 만났다.

1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8번째 인재영입인사로 당에 들어온 이소영 변호사를 만났다. ⓒ시사저널 이종현 기자
1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8번째 인재영입인사로 당에 들어온 이소영 변호사를 만났다. ⓒ시사저널 이종현 기자

기회이자 한계였던 ‘김앤장 명함’

이 변호사는 급수로 따지자면 ‘흰띠 정치인’이다. 완전 초보인 셈이다. 이해찬 대표의 손을 잡고 민주당 여덟 번째 영입인재가 된 게 겨우 2주 전이다. 근황을 묻는 질문에 이 변호사는 “이제 백수죠. 당규부터 하나하나 배워가는 중이에요”라며 웃어보였다. 목소리가 미세하게 갈라졌다. 입당 후 감기를 앓았다고 했다. 긴장한 그에게 물었다. “왜 하필 정치인가?”

“고등학교 때부터 참여연대 활동을 했어요. 어릴 때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죠. 사회를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간 게 법대에요. 변화를 말하려면 법을 알아야겠더라고요. 그런데 또 대학에선 환경 문제에 관심이 갔어요. 고시공부 하면서도 환경 분쟁 지역을 찾아다니고 그랬죠.”

10대부터 정치적인 삶을 살았다는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래도 ‘김앤장 변호사’라는 이력이 걸렸다. 소위 ‘갑 중의 갑’들만 드나든다는 게 김앤장이다. 돈과 권력이 보장되는 자리다. 김앤장 명함이란 20대에 쥘 수 있는 최고의 ‘금수저’인 셈이다. 그런 김앤장 명함을 버리고 돌연 ‘을의 자리’인 환경단체로 이직했다. 잘 나가는 로펌을 때려치우고, 환경운동을 하다가, 서른 중반의 나이에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일련의 과정이 마치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번지 점프’처럼 보였다.

“엄마가 ‘모야모야병’(뇌 속의 특정 혈관이 막히는 만성 진행성 뇌혈관 질환)이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았거든요. 제가 가장인 상황이었는데, 병원비 걱정이 됐죠. 무엇보다 김앤장에 환경 관련 팀이 있었어요. 돈도 벌면서, 배울 수도 있는 기회였죠. 그때 사람들이 다 그랬어요. 환경이 바뀌면 생각도 바뀐다고. 그런데 어느 날 로펌에서 내연기관 자동차회사 변호를 맡겼는데 그 때 알았어요. ‘난 안 변했구나.’ 전 (전기차를 만드는) 엘론 머스크의 팬인데요? 그런 저에게 대기오염 주범인 회사를 변호하라니, 후련하게 사표를 냈죠.”

 

“기후변화는 환경 아닌 경제의 이야기”

이 변호사는 2016년 김앤장을 퇴사 한 뒤 기후변화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을 설립했다. ‘억대 연봉’ 대신 선택한 삶은 1분1초가 뜨거웠다. 성과는 바로 나왔다. 미세먼지 배출원으로 지목받는 석탄발전에 대한 공적기금 투자를 규제해야 한다는 일명 '석탄금융(Coal Finance)' 프로젝트를 진행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로펌에서 쌓은 재무지식과 법리공방 노하우가 빛을 발했다. 다만 이 변호사의 칼끝은 필연적으로 에너지 정책을 주관하는 문재인 정부를 향했다. 국회, 그 중에서도 집권여당인 민주당을 향한 감정도 좋을 리 없다 생각했다. 이 변호사가 덤덤히 고개를 저었다. 속도와 방법이 달라 다퉜지만, 정부와 줄곧 같은 방향으로 걸어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시민사회의 역할은 정부를 비판 감시하는 겁니다. 특정 당의 입장에 100% 편을 든다면 관변단체에 불과하겠죠. 그래서 때론 민주당과도 부딪혔지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탈석탄 탈원전’ 에너지 전환정책 방향엔 동의해 왔습니다. 낡은 에너지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나가는 방향이 글로벌한 흐름입니다. 현 정부가 그 방향을 명확히 선언하고, 시장에 시그널을 준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여당이 집권 후반기에 환경 아젠다를 이끌어 가는데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질의 내내 이 변호사는 끊임없이 기후 위기를 짚었다. 한국의 기후변화 인식이 국제 스탠다드보다 뒤쳐져 있다는 게 주장의 요지였다. 정치권에서 기후변화 문제가 뒷전으로 밀린 배경으로 흔들리는 민생 문제가 꼽힌다. 침체된 경기 탓에 정부는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들고 현황을 시시각각 살피고 있다. 가뜩이나 먹고 살 길이 막막한 서민들에게 ‘환경을 살리자’는 구호가 허황돼 보일 법도 하다. 상황이 이런데 ‘기후 위기’를 주제로 표심을 잡아낼 수 있을까. 이 변호사는 지체 없이 “기후문제가 곧 경제 문제”라고 강조했다.

2019년 12월11일 시드니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촉구 시위 ⓒ연합뉴스
2019년 12월11일 시드니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촉구 시위 ⓒ연합뉴스

일례로 유럽연합(EU)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2년까지 1990년 대비 8% 감축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0% 감축,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40% 감축하는 것으로 강화해 왔다. 주목할 점은 EU가 2021년 도입을 목표로 탄소국경세(carbon border tax) 부과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탄소국경세는 온실가스 관련 규제가 미비한 국가에서 수입하는 에너지 집약적(energy-intensive) 생산품(철강, 화학, 시멘트 등)에 부과하는 관세다.

“몇 달 전부터 미국 민주당의 대선 경선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어요. 주요 대선주자들이 모두 기후변화를 중요한 정치 아젠다로 다루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일자리와 불평등을 해결하는 ‘그린 뉴딜’이 미국 민주당의 핵심 정책이 되는 것을 보면서 부러움이 컸어요. 결국 기후변화가 국가의 부(富)를 좌우하게 될 거에요.”

이 변호사는 기후변화 탓에 작게는 건물 단열재부터 교통․수송 시스템 같은 국가 인프라까지 모든 게 변할 수밖에 없고, 이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화에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생각이다.

“IT․에너지 기술이 발달한 한국에서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해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성공한다면, 새로운 수출활로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년 기록을 갱신하며 올라가고 있죠. 정부와 국회가 서둘러 태세전환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회가 ‘한국형 그린뉴딜 추진을 위한 종합 법안’등을 마련하고 제도 정비에 들어가야 합니다.”

 

"불 난 집의 문 두드리는 역할하겠다”

1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8번째 인재영입인사 이소영 변호사가 총선 필승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기자
1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8번째 인재영입인사 이소영 변호사가 총선 필승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기자

1시간 가량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포털사이트 정치 뉴스섹션에는 새로운 속보가 계속 올라왔다. 누가, 어느 지역구에 출마하고, 어떤 ‘정치 9단’이 대항마로 나설 것이냐가 정치 뉴스의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 각 당의 영입인재가 비례대표나 지역구 후보 중 어느 것을 택할 지에 대한 관심도 크다. 험난한 여의도 한 복판에서, 총선을 준비하는 새내기 정치인의 각오는 무엇일까. 인터뷰 탓에 더 갈라져버린 목소리로 이 변호사가 힘주어 말했다.

“이제 겨우 정치의 첫 발자국을 뗐어요. 너무 먼 미래보다는, 당장 필요한 실력을 갖추고 제 역할을 다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일단 저는 기후변화가 두려워 정치를 시작한 사람이잖아요. 기후변화가 환경주의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경제이슈,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아젠다가 될 것이란 걸 확신합니다. 아직 정부도 정치도 잘 모르는 거 같아요. 불이 났는데, 누가 자고 있으면 문을 두드려 깨워야 하잖아요. 제가 이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 의원님들, 다들 정신 차리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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