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세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파란만장한 삶 화제
  • 부산경남취재본부 김완식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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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국내 신발산업 부흥기 이끌어…신발업계 최초 베트남에 진출
박연차 게이트로 정,관,재계 큰 파장 일으켜
밀양 산내서 5남1녀 중 넷째…어려운 성장기 보낸 자수성가형 기업인

국내 신발산업의 거목 박연차 태광실업그룹 회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3시 별세했다. 향년 75세. 지난해 말까지 경영활동을 해왔던 박 회장은 폐암으로 서울 삼성병원에서 치료에 전념해왔지만 최근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돼 끝내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연차 회장 ⓒ시사저널
박연차 회장 ⓒ시사저널

박 회장은 1945년 11월 밀양시 산내면에서 5남 1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찌든 가난속에서 어려운 성장기를 보낸 대표적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1966년 월남전 파병군으로 자원입대해 1968년까지 44개월간 복무하기도 했다. 월남 파병 시절 사업에 대한 흥미와 재능을 발견하면서 1971년 부산에서 정일산업을 창업해 사업에 첫발을 들였다. 이후 1980년 경남 김해에 옮기면서 태광실업으로 법인명을 전환하고, 이날 임종 직전까지 50여 년간 그룹 경영에 힘을 쏟아왔다. 맨손으로 국내 신발산업의 부흥기를 이끌어 신화창조를 이룬 기업가로 주변에서 평가하고 있다.

한·베트남 교류 협력에 역할…민간 외교관으로서도 국익에 기여

사업 초창기 시절 운영자금 부족과 경영환경 탓에 여러 차례 부도 위기와 경영난 등 숱한 역경과 어려움을 마주하면서도 특유의 돌파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이어 1987년에 전 세계인의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1994년에는 신발업계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해 현지법인 태광비나실업을 설립했다.

베트남 진출과 사업 성공으로 2000년 베트남 명예영사 취임과 2003년 부산~베트남 직항로 개설 등 지속적인 한·베트남 양국 교류 협력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해오면서 민간 외교관으로서도 국익에 큰 기여를 했다.

신발회사에서 사업 다각화로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2006년 정밀화학회사 휴켐스를 인수한 박 회장은 신발을 넘어 사업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2008년 태광파워홀딩스 설립, 2010년 베트남목바이 오픈, 2012년 일렘테크놀러지 인수, 2013년 정산인터내셔널 설립과 2014년 정산애강(前 애강리메텍)을 인수했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로 정·관계 뒤흔들어

현재 태광실업그룹은 신발을 비롯해 화학과 소재, 전력, 레저를 아우르는 15개 법인 운영하며 2019년 기준 매출 3조 8000억 원에 달하고, 임직원 만도 10만여 명의 달하는 견실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박 회장의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 대한 공헌도 남달랐다. 태광실업그룹은 1999년 재단법인 정산장학재단을 설립을 시작으로 국내외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장학사업, 재난기금, 사회복지, 의료, 문화, 스포츠사업 등 현재까지 600억 원이 넘는 규모로 지원해 오고 있다.

또 박 회장은 1988년 제25회 무역의 날 대통령 표창과 1997년 제34회 무역의 날 금탑산업훈장, 2003년 베트남 친선훈장, 2008년 캄보디아 공로훈장, 2013년 제50회 무역의 날 대통령 표창, 2014년 고용창출 우수기업 선정 대통령상 등을 받았다. 이외에도 사단법인 국제장애인협의회 부회장과 대한레슬링협회 부회장, 제5대 한국신발산업협회 회장, 제6-8대 김해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역임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발자취를 남겼다.

박 회장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박연차 정·관계 로비 사건)’로 정·관계를 뒤흔들었다가 2014년 2월, 2년 6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당시 재계 순위 600위 권이었던 태광실업의 수사에 대검 중수부와 서울지방국세청이 뛰어든 것을 두고 ‘표적수사’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19회 밀양시민대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박일호 밀양시장, 문화부문 박희학 대표, 산업부문 박연차 회장, 봉사부문 장익근 원장, 황인구 밀양시의장. ⓒ 시사저널
19회 밀양시민대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박일호 밀양시장, 문화부문 박희학 대표, 산업부문 박연차 회장, 봉사부문 장익근 원장, 황인구 밀양시의장. ⓒ 시사저널

밀양 산외면 출신, 40억원 장학기금 기탁…애틋한 고향사랑 각별

밀양 산외면 출신인 박 회장의 애틋한 고향사랑은 각별했다. 박 회장은 2017년 3월 밀양시민장학재단에서 개최한 시민장학재단 기금모금 100억원 달성 기념동판 제막식에 참석해 밀양시민장학재단에 10년간 매년 3억원씩 장학금을 기탁하겠다는 뜻을 밝힌 후 그해 5월 제59회 밀양아리랑대축제 서막식 행사장에서 장학기금을 전달했다.

2016년에도 밀양시민장학재단에 장학금을 기탁하며 총 40억원의 장학기금을 기탁했다. 박 회장은 ≪밀양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돼 세계 속의 아리랑으로 발전하기를 기원하며 ‘밀양아리랑/TS2G’이란 조형물 건립비 1억원도 쾌척했다.  

밀양시는 2017년 제19회 밀양시민대상 산업부문 수상자로 박 회장을 선정했다. 당시 박 회장은 “수십 년 타지와 외국에서 사업을 해왔는데 이제는 고향인 밀양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혼신의 힘을 쏟겠다”며 자신을 반기는 시민들에게 화답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신정화 씨와 아들 박주환 태광실업 기획조정실장, 딸 선영 씨, 주영(정산애강 대표), 소현(태광파워홀딩스) 전무 등이 있다.

태광실업그룹은 “유족들이 조용히 장례를 치러달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받지 않기로 했다”며 “빈소와 발인 등 구체적인 장례일정도 외부에 알리지 못한다. 양해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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