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개발’ 불가능한데…“인천도시공사, 터무니없는 특약사항” 주장 제기
  • 인천취재본부 이정용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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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스호텔 매매계약서에 ‘신탁 통한 개발’ 명시…“독소조항 넣어 생트집”
민간 사업자에게 ‘불분명한 신탁개발 정보 전달…신탁회사 “한 번 만났을 뿐”

인천도시공사가 송도국제도시 E-4호텔의 레지던스호텔 부분을 민간 사업자에게 매매하면서 터무니없는 ‘특약사항’을 만들어 놓고 생트집을 걸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E-4호텔의 레지던스호텔 부분은 인천도시공사가 토지소유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민간 사업자가 신탁을 통해 개발할 수 없는 상태인데도, 특약사항에 ‘신탁회사에 매각대상 재산을 신탁하여 개발하고’라는 조건을 넣어 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도시공사는 ‘신탁 개발이 가능하다’는 특정 신탁회사의 검토내용을 민간 사업자에게 제시했지만, 이 신탁회사는 이런 검토 사실을 아예 부정하고 있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송도국제도시 E-4블록에 들어서 있는 센트럴파크관광호텔(왼쪽)과 레지던스호텔 전경. ⓒ이정용 기자
송도국제도시 E-4블록에 들어서 있는 센트럴파크관광호텔(왼쪽)과 레지던스호텔 전경. ⓒ이정용 기자

“인천도시공사에 신탁개발 의견 낸 적 없다”

3일 시사저널의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인천도시공사는 2013년 3월11일 민간 사업자인 ㈜미래금에게 E-4호텔의 레지던스호텔 부분의 토지와 건물을 178억4200만원(부가세별도)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래금은 이날 계약금 명목으로 17억8420만원을 인천도시공사에 전달했고, 잔금(160억5780만원)은 2017년 6월30일까지 납부하기로 했다.

인천도시공사가 2008년 11월에 공정률 20%에 불과한 E-4호텔 부지와 건물을 약 480억원에 매입해 놓고, 시공도 못하고 매각도 못하다가 약 4년4개월 만에 만간 사업자 제안공모방식으로 개발과 매각이 진행된 것이다.

인천도시공사는 이 매매계약서에 ‘신탁회사에게 매각대상 재산을 신탁하여 개발하고, 신탁계약상의 2순위 우선수익권자로 지정’하도록 하는 특약사항을 명시했다. 또 매각대상 재산의 개발을 위한 PF 대주단을 1순위 우선수익권자로 지정하도록 했다. 이는 미래금의 ‘먹튀’를 방지하고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게 인천도시공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특약사항은 E-4호텔의 레지던스호텔 부분에 대한 매매계약이 틀어지는 시발점이 됐다. 당시 미래금은 E-4호텔의 레지던스호텔 부분(지하3층~지상22층)을 건축하면서 82%의 공정을 마친 상태였다. 이 때문에 ‘개발을 전제로 한 신탁’이 불가능했다.

일선 신탁회사는 개발 대상의 토지에 건물이 들어서 있으면, 개발(토지)신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래금도 ‘구분소유적 공유지분 확보’만으로도 개발신탁이 불가능한데다, 신탁개발을 통한 분양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천도시공사에 전달했다.

반면, 인천도시공사는 2016년 3월7일 “A신탁회사를 통해 ‘신탁개발’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2017년 6월13일에도 신탁개발 가능 여부는 A신탁회사을 통해 확인한 결과, 신탁개발이 가능하다는 검토결과를 받았다는 내용을 미래금에 전달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인천도시공사가 특약사항을 들먹이며 미래금에게 생트집을 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A신탁회사가 인천도시공사의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A신탁회사 관계자는 “인천도시공사와 지속적으로 업무협의가 이뤄진 것도 아닌데다 단 한 차례 만난 것이 전부”라며 “토지가 확보되자 않는 상태에서는 신탁개발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인천도시공사와 ㈜미래금이 2013년 3월11일에 체결한 송도국제도시 E-4호텔의 레지던스호텔 부분 매매계약서. ⓒ이정용 기자
인천도시공사와 ㈜미래금이 2013년 3월11일에 체결한 송도국제도시 E-4호텔의 레지던스호텔 부분 매매계약서. ⓒ이정용 기자

‘매매대금 잔금 거부용’으로 악용된 ‘특약사항’

E-4호텔 레지던스호텔 부분 매매계약서에 명시된 특약사항은 인천도시공사가 미래금의 잔금 납부 의사를 거부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금이 신탁방식을 변경하자고 제안하거나 잔금을 납부하겠다고 할 때마다 매매계약서의 특약사항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인천도시공사는 2015년 11월7일 미래금이 잔금 납부를 전제로 레지던스호텔 부분 토지의 지분 소유권을 이전 등기해 달라고 요청에 대해 특약사항 이행계획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레지던스호텔 부분을 신탁해 개발해야 하는 계획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미래금 관계자는 “인천도시공사는 잔금을 납부하겠다고 하자, 갑자기 82%나 공정이 마무리된 레지던스호텔의 신탁개발 이행계획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터무니없이 생트입을 걸었다”며 “인천도시공사는 레지던스호텔 부분 토지의 지분 소유권을 이전해 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인천도시공사는 2016년 3월7일 중국의 상장기업 ‘북경하이토우국제여행사’로부터 레지던스호텔의 부지와 건물을 매입하겠다는 투자의사서를 전달받고도 ‘관련 계약의 위반을 초래한다’며 거절했다. 이는 해외자본을 유치하면서 한 방에 레지던스호텔을 매각하고, 꾸준히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날린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또 인천도시공사는 2017년 6월27일에도 미래금이 레지던스호텔 부지 및 토지에 대해 담보신탁을 통한 처분신탁의 방식으로 개발하겠다는 제안에 대해서도 ‘매매계약서 등의 관련 규정과 부합하지 않아 승인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인천도시공사는 미래금의 특약사항 변경 요청에 대해서도 단호히 거절했다. 미래금의 입장에서는 특약사항이 개발신탁을 못 박아 놓은 독소조항이었지만, 인천도시공사는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일반 사회의 기준을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수용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미래금 관계자는 “인천도시공사는 최근에 신탁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면서 특약사항에 특정한 신탁 방식을 제시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면서 “인천도시공사는 계속 말바꾸기식 거짓 변명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구차한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당시 공유지분 소유권으로는 신탁개발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임원에게 보고하자, 그 임원이 난리를 쳤다”며 “숭의운동장 도시개발사업도 레지던스호텔처럼 토지 지분권이 명확히 나눠져 있지 않아 인천도시공사가 주상복합아파트의 공동 건축주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인천도시공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솔직히 그 당시에 임원이 다 결정한 것이지, 직원들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며 “미래금이 정치적으로 풀어내지 못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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