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기침에 몸살 앓는 한국 경제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2.10 12:00
  • 호수 158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증시 줄줄이 대폭락…한국, '최대 수출시장' 붕괴로 타격

지난 2월3일 공식적인 춘제(春節) 연휴를 끝내고 중국 증시가 재개장했다. 상하이와 선전 두 증권거래소에서는 장이 열리자마자 모든 종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양대 증시에 상장된 3700개 종목 중 무려 3199개 종목이 하한가인 10%까지 떨어졌다. 장이 마감될 때까지 거래소에 감돈 먹구름은 가시지 않았다. 결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직전 거래일인 1월23일보다 7.72% 급락한 2746.61에 마감했다. 선전성분지수의 낙폭이 더 커서 8.45%나 떨어졌다. 이같이 큰 낙폭을 기록한 건 2015년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이다.

2월3일 상하이 증권거래소 건물 로비에서 보호복을 입은 직원이 전광판 앞에 서 있다. ⓒ AP연합
2월3일 상하이 증권거래소 건물 로비에서 보호복을 입은 직원이 전광판 앞에 서 있다. ⓒ AP연합

중국과 세계 언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중국 증시에 ‘블랙 먼데이(주가 대폭락 사건)’가 도래했다고 한목소리로 보도했다. 물론 재개장 이전에 중국 증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견했다. 긴 춘제 연휴를 보내는 동안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급락 폭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를 정부도 막을 순 없었다. 짧은 시간 동안 신종 코로나의 공포가 대륙 전체를 휩쓸면서 산업과 소비가 거의 멈추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지방정부는 모든 기업과 상점에 2월9일까지 휴업하도록 조치했다. 실제로 도시에서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점포는 할인마트와 약국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두 곳마저 영업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연인원 수십억 명이 이동하는 춘윈(春運)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공공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승객은 대폭 감소했다. 지난 2월2일 철도 여객 수송량은 30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날보다 74%나 급감했다.

적지 않은 기업과 상점은 이미 심각한 다중고를 겪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춘제 연휴는 원래보다 10일 더 늘어났다. 따라서 생산과 매출은 전혀 없었으나 노동자들에게 월급은 정상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연휴가 끝난 뒤에는 당장 정상적인 조업과 영업을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 중국은 대부분 산업이 과잉 투자로 생산량이 국내외 소비량보다 훨씬 많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단시간에 진정될 가능성은 적다는 점이다. 게다가 청결, 방역 등 각종 위생관리 비용은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다.

일각에서는 배달산업이 더욱 활성화돼 소비 타격이 크지 않을 거라고 전망한다. 중국 음식배달 시장은 지난 수년간 급성장해 고객은 5억 명 이상, 배달원은 60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상황은 전혀 다르다. 어떤 과정을 통해 조리되는지 모르는 배달음식에 대한 우려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따라서 직접 식재료를 사서 집에서 요리해 먹는 중국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또한 일부 아파트 단지는 배달원의 출입을 아예 금지했다. 그로 인해 배달된 음식은 단지 입구에 마련된 가판대에 놓으면 주민이 나와 직접 찾아간다.

문제는 중국의 생산 차질과 소비 침체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2019년 전 세계 GDP에서 중국의 비중은 19.3%다. 사스 사태 때인 2002년 8.3%보다 2배 이상 커졌다. 세계 수입시장에서 중국의 비중은 2002년 4.5%에서 2019년 13.5%로 3배나 늘어났다. 특히 한국에 있어 중국은 최대 수출시장이다. 따라서 한국이 받는 타격은 막대하다. 이미 자동차업계에서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부품의 재고가 소진돼 일부 차종의 생산이 중단됐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중국 경제 상황을 남의 집 불 보듯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