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퇴역 장군들 ‘방산공룡’ 한화에 대규모 재취업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0.02.13 10:00
  • 호수 1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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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전관예우 추적] 최근 5년간 퇴역 군인 5명 중 1명 방산업체로
‘업계 1위’ 한화, 장성급 10여 명 포진

올해 국방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하면서, 방위산업(방산) 비리에 대한 경각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반부패정책협의회를 통해 방산에서 퇴역 군인들의 전관 유착 근절을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퇴역 군인들의 방산업체 재취업은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퇴역 군인 43명이 방산업체 재취업 심사를 받았는데, 불허된 경우는 7명에 그쳤다. 업체별로는 한화그룹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방산 1위 업체’인 한화 방산 계열사(한화, 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에는 장성급(장군) 퇴역 군인만 10여 명이 포진하고 있다.

방산업체들이 고액을 들여 퇴역 군인들을 스카우트하는 이유는 이들의 인맥을 활용해 정부 수주를 따내고, 최고급 정보를 빼내기 위해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시사저널 취재 과정에서 ‘군 경찰’인 해군 헌병대의 전(前) 단장(대령)이 사기업에 재취업한 후 인맥을 동원해 군 보안시설 수주를 따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단독]‘군 경찰’해군 헌병대 前단장도 ‘전관예우’ 의혹” 기사 참조).

ⓒ 연합뉴스·양욱 제공
ⓒ 연합뉴스·양욱 제공

국방 예산 50조 시대…방산 비리 근절 급선무

반면, 방산 발전을 위해 퇴역 군인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재 11호인 '방산 전문가' 최기일 건국대 산업대학원 겸임교수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방산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로, 퇴역 군인들이 방산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서 “국내 방산을 수출형 산업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청와대에 ‘방산 비서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방산 비리 역시 방산 비서관을 통해 집중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국방 예산은 50조1527억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40조3000여억원이던 국방 예산은 연평균 7.5% 증가세를 기록하며 2년 반 만에 약 10조원 늘었다. 방산과 직결되는 방위력 개선비는 지난해보다 8.6% 증가한 16조6915억원이다. 이는 전체 국방 예산에서 33%를 차지하는 것으로,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 이후 가장 높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방위력 개선비 평균 증가율 11%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의 평균 증가율 5.3%보다 두 배 높은 수치다. 이 밖에 문재인 정부가 5년간(2020~24년) 방위력 개선비를 연평균 10.6%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방산은 호재를 맞고 있다.

방산 관련 예산이 늘어난 만큼 방산 비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8일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며 “첫 번째 논의 안건으로 전관 특혜를 다루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퇴직 공직자들이 전관을 통한 유착으로 국민 생활과 직결된 민생과 안전은 물론, 방위산업 등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분야까지 민생을 침해하고 국익을 훼손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면서 “전관 유착 소지를 사전에 방지하고, 공직자들의 편법적인 유관기관 재취업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강력하게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퇴역 군인 재취업, "일반인이 모르는 그런 세계"

그러나 문재인 정부 첫 국방장관인 송영무 장관부터 퇴역 군인 재취업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졌다. 송 전 장관은 지난 2008년 해군참모총장 퇴임 후 법무법인 율촌과 방산업체 LIG넥스원에서 자문 역할을 맡으며 각각 월 3000만원, 월 700만~800만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재직 기간 받은 총 금액은 각각 9억9000만원, 2억4000만원에 이른다. 특히, 송 전 장관이 이를 해명하며 “일반인이 모르는 ‘그런 세계’가 있다”고 말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시사저널은 ‘그들만의 세계’인 전직 군 고위 인사들의 재취업 현황을 집중 취재했다.

시사저널은 최근 5년간(2014~19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역 군인(대령 이상) 취업심사 현황을 단독 입수했다. 이 기간 동안 347명이 심사를 받았는데, 취업제한-불승인을 받은 인원은 각각 30명-9명이다. 이 중 방산업체(한국방위산업진흥회 등록 기준) 재취업의 경우, 전체 88건 중 제한 13명-불승인 4명에 그쳤다. 5명 중 1명은 방산업체에 재취업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2년 8개월간(2017년 5월~2019년 12월) 방산업체 재취업 실태를 보면, 전체 43명에서 7명(제한 5명-불승인 2명)이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와 비교해 박근혜 정부 96명 중 15명, 이명박 정부 112명 중 19명으로, 제한 이상의 판정을 받은 비중은 모두 15~16% 정도였다.

방산업체별로는 한화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최근 5년간 한화그룹 재취업 심사를 받은 퇴직 군인은 27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 중 장성급이 16명으로 60%에 육박했다. 이 밖에 한국항공우주산업 18명, LIG넥스원 7명, 대우조선해양 4명, 현대로템 2명 등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방산업체 재취업이 퇴역한 직후에 바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런 모습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역에 있을 때 재취업을 위해 어떤 일을 했을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15일 공개한 판결문에 따르면, 현역 공군 장교 A씨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입사하기 위해 군사기밀을 빼돌렸고, 결국 징역 8월-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취업 심사를 할 뿐 실제 해당 업체에 취업했는지는 관리하고 있지 않다. 다만 ‘퇴직 공직자 취업이력공시제도’를 통해 퇴직일부터 10년 동안 취업제한 업체에 취업한 현황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2015년 3월31일 이후 퇴직자로 한정돼 있다.

그렇다면 실제 퇴역 군인의 재취업 현황은 어떨까. 국내 최대 방산업체인 한화그룹의 경우 1월말 기준 모두 13명의 장성급 퇴역 군인들이 몸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방산부문)의 경우, 합동참모본부 합동작전과장을 지낸 김왕경 전 준장(육사 38기)이 방산부문 전무로 재직하고 있다. 상무로 재직하고 있는 김원식 전 준장(육사 41기)은 국방부 장관 보좌관실에서 무기체계를 담당했으며, 방위사업청 계획운영부장을 역임했다. 이 밖에 국방과학연구소장을 지낸 정홍용 전 중장(육사 33기)은 황의돈 전 육군참모총장(대장, 육사 31기)에 이어 (주)한화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문상균 전 대변인, 한화 전략기획실장 근무

한화 디펜스에는,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방부 대변인을 맡았던 문상균 전 준장(육사 41기)이 눈에 띈다. 문 전 준장은 국방부 군비통제차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략지원실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한미연합사 군수참모부장을 지낸 장기윤 전 준장(육사 36기)은 상근 고문(1월31일 퇴사), 강준수 전 준장(육사 41기)은 국내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비상근 고문인 윤종옥 전 준장(육사 38기)은 방위사업청 화력탄약사업부장, 계획운영부장, 분석시험평가국장 등을 역임했다. 김시흥 전 준장(해사 38기)은 현역 시절 해병대사령부 전략기획실장을 지내고 현재 비상근 고문을 맡고 있다.

한화시스템에는 육·해·공군 전직 장군들이 모두 재직하고 있다. 국군지휘통신사령부 사령관이었던 정정묵 전 준장(육사 39기)은 지상분야 고문, 해군 정비창장을 지낸 김형동 전 준장(해사 35기)은 해상분야 고문, 공군본부 국방개혁 TF팀장, 연구분석평가 팀장을 역임한 안재봉 전 준장(공군2사관학교 2기)은 공군분야 고문이다.

공군작전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홍재기 전 소장(공사 33기)은 전략본부장(1월31일 퇴임), 방위사업청 방산진흥국장이었던 김진원 전 소장(육사 38기)은 사업본부장(1월31일 퇴임)을 맡았다.

이들은 방산과도 직결된 보직을 맡는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이들처럼 요직을 맡았던 군 고위급 인물들이 방산업체에 재취업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반된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이는 송영무 전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명확히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방산 담당관 직제 신설

김동철 당시 국민의당 의원: LIG넥스원이 방위사업청, 국방부에 납품한 무기 건수를 보니까 후보자가 재직했던 2013년에 11건을 납품했고 2014년에 12건, 2015년에 7건을 납품했어요. 그런데 후보자가 딱 퇴직하고 나니까 2016년 1건밖에 납품하지 못했습니다. 이게 다 후보자(송영무) 덕분 아닙니까?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 LIG(넥스원)의 사업을 위해서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런 데에 후보자의 인맥을 활용하기 위해서 그런(스카우트한) 것 아닙니까? 쉽게 얘기하면 로비스트로 활용하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닙니까?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 군에서 고생하신 분들이 나가서 많은 임금을 받는 것에 대해서 재직 시에 취득한 군사기밀, 국가안보 기밀들이 상업적으로 자문활동에 활용됐을 합리적 의심들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즉, 방산업체가 전관예우, 더 나아가 전관 유착을 위해 퇴역 군인들을 스카우트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방산에 비리 산업이라는 과도한 프레임이 씌워졌을 뿐, 외국의 사례처럼 퇴역 군인들을 적극 활용해 국내 방산을 세계적인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 후보자: (미국의 경우) 연합사령관을 마치고 간 샤프 대장이라든가 육군, 해군, 공군 장군들이 전역한 후에 정정당당하게 대기업에 가서 국가를 위하고 또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하는 데 자문도 해 주고, 연구소 같은 데서 일을 하는 것이 상례로 돼 있습니다.

2015년 방산비리합동수사단의 발표에 따르면 비리에 연루된 계급장의 별이 무려 25개, 금액으로는 1조원에 육박했다. 반면, 2018년 9월 기준 방산비리 무죄율은 50%에 달했다. 방산에 대한 마구잡이식 기소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최기일 교수는 “국민들이 방산에 대해서 나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함으로 현장에 급파된 해군의 통영함에 설치된 수중음파탐지기(SONA) 납품 비리 사건 등 수많은 방산 비리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방산은 국가 안보에 직결되며, 수출을 통해 막대한 부를 가져올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에 방산 담당관 직제를 신설하는 등 방산 비리 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울러 방산에 대한 인식 제고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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