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 바이러스, 광역 울타리 넘어섰다
  • 김재태 기자 (jaitaikim@gmail.com)
  • 승인 2020.02.1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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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군에서 잡힌 멧돼지 1마리, ASF 양성 확진…양돈 농가 확산 우려 커져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에 설치된 광역 울타리 밖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포획됐다. 확산 방지용 광역 울타리 밖에서 ASF 바이러스에 감염된 멧돼지가 발견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겨울철 먹이를 찾아 남하하는 멧돼지를 통한 농가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10일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1시께 화천군 수렵단이 간동면 임야에서 멧돼지 1마리를 잡아 신고했다. 도는 시료를 확보해 정밀 검사한 결과, 9일 오후 11시30분께 ASF 양성 확진을 내렸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으로 출입금지된 양돈농가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으로 출입금지된 양돈농가 ⓒ연합뉴스

지난해 10월12일 철원군 민통선 지역에서 ASF 감염 멧돼지를 처음 발견한 이후 12월 말까지 도내 ASF 감염 야생 멧돼지는 모두 철원 지역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지난 1월6일 화천에서 ASF 감염 멧돼지가 발견되기 시작한 이후 이날까지 도내 ASF 감염 멧돼지 대부분이 화천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이날까지 강원도 내에서 ASF 감염 멧돼지가 발생한 건수는 총 74건으로 이 중 54건(약 73%)이 화천 지역에서 발견됐다.

특히 이번에 잡힌 멧돼지는 광역 울타리 밖에서 ASF를 확인한 첫 사례여서 ASF가 양돈 농가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광역 울타리는 야생 멧돼지의 남하를 통한 ASF 확산을 막기 위해 경기 파주부터 강원 고성까지 접경지역의 동서를 가로질러 설치한 울타리다.

환경부는 광역 울타리를 설치한 뒤 한 차례 확장한 바 있는데, 이번에 감염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지점은 처음 설치된 광역 울타리에서 13㎞, 2단계로 확장한 광역 울타리에서 1.7㎞ 떨어져 있다. 화천에서 새해 들어 ASF 발병이 잇따른 데 이어 광역 울타리 밖에서 첫 확진 사례가 나오자 환경부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광역 울타리 밑에서 감염 폐사체가 발견돼 ASF 총력 대응 필요성이 커졌다"며 "화천이 지형상 산세가 험해 그동안 수색이 어려웠는데, ASF가 터지고 보니 생각보다 많이 퍼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현재 파로호보다 19㎞가량 남하한 소양호를 새로운 남측 경계로 삼아 광역 울타리 확장 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3단계 광역 울타리 노선을 검토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단계"라며 "사전 작업이 끝난 후 설치 작업에 착수하면 완공 때까지 일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강원도는 이번 ASF 멧돼지가 포획된 지점으로부터 10㎞ 내 방역대에 양돈 농가 3곳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양돈 306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이에 도는 3곳의 농가에 긴급 이동제한 명령을 내렸다. 이후 발생 현장에 출동했던 직원을 소독하고 양돈 농가 방문을 금지했다.

도는 동물위생시험소에 3곳 양돈 농가 임상 예찰하는 동시에 정밀 검사하고, 소독차량을 총동원해 발생 장소와 인근 도로를 소독할 계획이다. 또 환경부와 함께 화천·춘천·양구·인제 지역에 대한 광역 울타리 추가 설치를 조속히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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