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태호 “거창 떠나 창원 가는 일 없다”…공관위 요청 거부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02.1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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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양산을 선거구 출마 의사 밝혀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자신을 둘러싼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해 "고향인 거창을 떠나 창원 성산 선거구에 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 공천관리심사위원회(공관위)로부터 수도권 험지 출마 등을 압박받고 있는 김 전 지사는 2월14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7월 거창으로 이사 온 이후 수많은 손을 잡으면서 '여기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약속을 해왔다. 난 그 믿음을 저버릴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남 거창이 고향인 김 전 지사는 이번 총선에서 거창·함양·산청·합천 선거구 출마를 선언하고 현지에서 선거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서 나흘 전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경남 거창에서 현지 출마를 준비 중인 김 전 지사를 만났다. 수도권 출마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그날 김 전 지사는 "제가 사랑하고 나를 원하는 곳에서 뛰겠다"며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는 "당에 경선을 요구했고, 그 이후 나에게 더 넓은 의미의 역할이 부여된다면 기꺼이 사력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런데 이분법적 논리로 무조건 가지 않으면 불이익 운운하는 방식은 민심에 상처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수도권 험지' 출마 요청을 김 전 지사가 거부할 경우 공관위가 컷오프(공천 배제)를 고려한 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그는 2016년 총선 불출마, 2018년 경남지사 선거 출마 등 당을 위한 희생은 충분히 했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전 지사는 "그동안 죽을 줄 알면서 사지(死地)에 기꺼이 출마했다"며 "당이 나한테 험지 출마를 요구할 순 있지만, 마지막에는 최소한 예의를 갖춰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무소속 출마도 불사할 태세다. 김 전 지사는 "나한테 공천 주고 안주고 문제가 아니다. 내가 약속한 가장 가까운 사람들한테 쓸모 있는 사람으로 출발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누가 무슨 말을 하던지 또 결과가 어떻게 되던지 간에 김태호의 새로운 정치를 출발하겠다"고 했다.

김 전 지사의 창원 성산 선거구 출마를 기대했던 한국당은 '거창 출마 고수' 입장에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김 전 지사의 뜻을 꺾지 않고서는 대구·경북(TK) 등 영남 지역 쇄신 공천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일단 김 전 지사를 설득해야 한다는 의견과 언제까지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며 "현재로선 김 전 지사가 당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공천에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편 김 전 지사와 함께 공관위로부터 '수도권 험지 출마' 요청을 받은 홍 전 대표는 2월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김형오 의장님이 공개적으로 요청한 대로 오늘부터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 정리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의 험지 출마 요구에 양산을 선거구 출마 카드로 받은 것이다. 홍 전 대표의 출마 선거구는 한국당 면접 심사가 끝나는 2월19일 이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일단 두 분이 잘못된 장소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피력함으로써 절반의 수확을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 ©연합뉴스
김태호 전 경남지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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