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대 암각화 ‘세계유산 우선등재 목록’ 심의 보류
  • 부산경남취재본부 박치현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0.02.1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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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반구대 암각화 1년 중 6개월 물속에 잠겨
울산 반구대 암각화 전경
울산 반구대 암각화 전경©울산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국보 제285호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우선등재목록 선정이 또다시 보류됐다.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 선정을 위한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회의 심의에서 '보류' 결정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1월에 이어 2차례 연속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 회의는 2월 18일 서울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우선등재목록 선정을 위해 울산시는 지난해 12월 13일 문화재청에 우선등재목록 신청서를 제출했다.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기준 요건을 충족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 증명' 에 중점을 뒀으나, 반구대 일대를 아우르는 유산의 개념 도출과 탁월성 입증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사유로 '보류' 의결됐다. 유산의 현황과 개별적 가치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히 서술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울산시 관계자는"이번 문화재위원회에서 지적된 사항을 충실하게 보완해 다음에는 반드시 우선등재목록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세계문화유산 반구대 암각화 물고문 언제까지?

그동안 울산시와 문화재청, 학계 및 시민단체들은 반구대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지만, 우선 등재목록에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반구대암각화는 물고문을 당해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는 지난 1971년 12월 25일 동국대 문명대 교수에 의해 발견된 이후 49년 동안 해마다 어김없이 물에 잠기는 악몽이 되풀이되고 있다지난해만 해도 제 5호 태풍 다나스(7월), 제 13호 링링(9월), 제 17호 타파(9월), 제18호 미탁(10월) 등으로 인해 침수가 반복됐다.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 상류에서 4.6떨어져 있다. 사연댐은 반구대 암각화가 발견되기 6년 전인 1965년 대곡천 하류에 건설됐다. 사연댐에 물이 가득 차면 수위는 해발  60m까지 올라간다. 댐 수위가 56.7m까지 올라가면 암각화는 완전히 물에 잠긴다. 사연댐 건설 이후 반구대 암각화는 1년 중 6개월 이상 이 같은 '물고문'을 당하고 있다.

암각화가 그려진 암석은 점토가 굳어 생성된 셰일로 물과 바람에 취약하다. 물에 잠길 때마다 광물이 녹아 구멍이 나거나 그림이 그려진 일부 암석이 떨어져 나간다. 또 물이 빠지면서 암면도 함께 부스러지고 유속에 의해 충격을 받기도 한다. 현재 암각화 상태가 얼마나 훼손됐는지 가늠하기 조차 힘들 정도다.

대곡천 암각화군은 울산 대곡천을 따라 반구대 암각화, 천전리각석(국보 제 147호), 전기 백악기 중대형 공룡 발자국 200여 점이 있는 곳이다. 특히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인들이 고래와 거북, 사슴을 비롯해 다양한 동물과 수렵· 어로 모습을 너비 10m, 높이 4m 크기 바위에 새긴 세계 최고의 선사 유적으로 꼽힌다.

2004년 BBC 인터넷판은 "반구대 암각화엔 배 위에서 작살과 낚싯줄을 사용하는 모습이 보인다"면서 "이것이야말로 고래사냥의 시원이라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노르웨이 알타 암각화 고래 그림을 그린 사미족이 고래잡이의 시원이라는 기존 학설을 뒤엎은 것이다.

수몰을 반복하며 훼손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의 수난은 언제 쯤 끝날까.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보존방안은 지자체와 관계기관이 모여 반구대 암각화와 그 주변에 인위적인 구조물의 설치 없이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고 청도 운문댐의 물을 울산에 공급하는 방안이 요점이다.

울산시는 환영하는 입장이다. 문제는 운문댐을 식수원으로 사용해온 대구시민들의 반응이 관건이다. 대구시는 낙동강 취수원을 상류지역인 구미산업단지 위쪽으로 옮기는 것을 전제로 운문댐의 울산시 분담 사용에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구미시의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취수원을 구미 쪽으로 옮길 경우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토지운용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간의 이해관계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7000년 이상 보존돼 온 선사인들의 체취가 불과 50여 년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지경"이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올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루빨리 물속에서 건져내야 한다"고 암각화의 훼손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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