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서 시작된 총선판, 검찰개혁으로 갈린다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2.26 08:00
  • 호수 1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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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심판론 커지며 야권 반사이익…여권, 검찰 개혁 명분 어필해야

다가오는 총선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하는 선거가 될까, 아니면 보수 성향의 야당을 심판하는 선거가 될까.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후보자들은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사활을 건 선거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선거 구도는 여느 때와 사뭇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 결과가 워낙 견고하기도 했지만 지리멸렬한 야당으로부터 받는 반사이익 성격이 더 커 보이는 추세였다. 선거를 해 보기도 전에 야당 심판 성격이 강한 채로 진행된다면 야당 후보들은 더욱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직 선거일이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 국회의원 선거 구도가 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의원들이 2019년 12월2일 국회에서 민주당 규탄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의원들이 2019년 12월2일 국회에서 민주당 규탄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정치 지형의 변화다. 지금껏 야당 심판론이 우세했지만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여당 심판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여야 일대일 대결 구도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선거제도와 검찰 개혁 과제였다. 민주당은 정의당을 포함한 ‘4+1 협의체’를 통해 법안 통과를 밀어붙였다.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결사 저항으로 응수했다.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선거제도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패스트트랙 통과를 막기 위해 단식과 삭발 투쟁을 감행했을 정도다. 연말까지 민생법안 통과는 힘들었고 여야 간 대치 정국은 계속됐다. 진보와 보수 간 줄다리기 속에서 민생은 뒷전이었고 진영 간 결집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눠진 이전투구 그대로였다. 이념 전쟁에서 진영의 분열은 패배를 의미한다.

결국 보수 통합 논의가 시작됐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미래통합당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여야의 일대일 구도가 완성된 셈이고 여당 심판과 야당 심판 구도는 팽팽해졌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2월11~13일 실시한 조사에서 ‘여당 심판’인지 아니면 ‘야당 심판’인지를 물어보았다. ‘여당 심판’이 45%, ‘야당 심판’이 43%로 나타났다. 지역별 온도 차이는 있었다. 충청과 영남은 ‘여당 심판’ 성격이 강했고 호남은 ‘야당 심판’ 성격이 강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인 수도권은 한 치 양보 없는 팽팽한 결과가 나왔다(그림①). ‘야당 심판’이 강했던 구도가 ‘여당 심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면으로 바뀌었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영남 “여당 심판” 호남 “야당 심판” 수도권 ‘팽팽’

‘여당 심판’과 ‘야당 심판’이 박빙으로 나타난 것은 중도층 때문이다. 매번 선거 때마다 수도권에서 치열한 경합이 펼쳐진다. 특정 지역이 특정 정치세력의 아성이 아닌 이상 불꽃 튀는 혈전은 선거에서 불가피한 현상이다. 1위와 2위 후보의 표 차이가 불과 몇 퍼센트에 불과한 지역구가 한둘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정치적 성향에 기반한 고정 지지층이 있는 데다 선거운동 기간에 부동층을 확보하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다 동원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유권자층이 중도층 또는 부동층으로 설명된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이념적 기준보다는 자신들이 선거 결과로 어떤 정치적 이익을 더 얻을 수 있는지 판단하게 된다. ‘야당 심판’이 우세했던 구도가 돌변한 결정적 원인은 중도층으로부터 확인된다.

 

1년 만에 돌아선 민심…여권 속 타들어간다

자체 조사로 실시된 한국갤럽의 지난해 4월9~11일 조사에서 중도층이 이번 선거를 ‘여당 심판’으로 보는지 아니면 ‘야당 심판’으로 보는지 물어보았다. 절반인 50%는 ‘야당 심판’이었다. ‘여당 심판’이라는 응답은 36%로 나타났다. ‘야당 심판’이 더 높은 결과였다. 그렇지만 가장 최근 조사(2월11~13일)에서 전세는 역전됐다. ‘여당 심판’이 50%였고 ‘야당 심판’은 39%로 줄어들었다(그림②). 선거를 앞둔 정치권 변화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정당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바로 정당 지지율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민주당은 현 정부 들어 높은 대통령 지지율과 견고한 지지층을 바탕으로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보다 우위의 지지율을 유지해 왔다. 그렇지만 최근 보인 모습은 ‘여당 오만론’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야심 차게 준비한 인재 영입 인사가 ‘미투 논란’에 휩싸이면서 결국 사퇴하고 지지율마저 흔들렸다. 한 대학 교수의 칼럼에 발끈해 고발한 행동은 유권자들의 후폭풍을 불러오기도 했다. 진영 간 대결 구도에서 중도층 표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마지막으로 ‘여당 심판’인지 ‘야당 심판’인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은 ‘검찰 문제’다. 심판론의 핵심은 명분이다. 전체 유권자들뿐만 아니라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왜 심판하는지 분명한 메시지가 전달돼야 한다. 최근까지 ‘야당 심판론’이 우세했던 치명적인 이유는 분열된 야당으로, 어떤 메시지도 유권자들에게 수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경제 위기 극복이 평가의 도마에 올라가 있지만 실상 더 큰 이슈는 ‘검찰’과 관련된 것이다. 지난해 조국 전 장관 국면에서 장관의 사퇴 여부를 결정했던 힘은 중도층 국민들로부터 나왔다. 결국 이번 총선 국면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 더 크고 더 설득력 있는 명분을 제시한 쪽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가장 뜨거운 뉴스가 되고 있는 공소장 공개 또는 비공개와 연결된 여론조사 결과다. 알앤써치가 데일리안의 의뢰를 받아 2월11일 실시한 조사(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공소장을 비공개한 것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물어봤다. ‘잘했다’는 긍정적 여론은 34.9%, ‘잘못했다’는 부정적 여론은 55.3%로 절반을 웃돌았다(그림③). 총선은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다. 어느 쪽 명분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더 움직일지가 최대 관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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