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파 독주’에 사분오열된 ‘민주당 원팀’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2.26 10:00
  • 호수 1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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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뒤로한 채 ‘극성 지지자’만 보고 직진하는 이해찬號

총선 두 달여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소란스럽다. 민주당 수뇌부를 향해 누적됐던 불만이 당내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이해찬 대표가 내세운 ‘시스템 공천’부터 언론 정책, 수뇌부의 태도까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사회 각계 인사들이 ‘민주당 보이콧’ 운동을 주도하는 가운데, 당 안에서는 이해찬 대표를 위시한 ‘친문 그룹’의 독단(獨斷)이 선을 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월18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2월18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당내에서도 “당권파, 초심 잃었다” 쓴소리

“손님 실수 한 번 나오면 모르는 거지.”

2월3일 여의도에서 만난 박형준 전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총선에서 보수가 열세인 상황 아닌가”라는 질문에 “(총선까지) 두 달이면 방심할 때는 아니다”며 살짝 웃음 지었다. 그로부터 2주 뒤, 박 전 위원장이 말했던 ‘손님 실수’가 실제 나왔다. 민주당이 1월29일자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한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와 경향신문을 공직선거법 위반(사전선거운동) 혐의로 2월13일 검찰에 고발한 게 화근이 됐다. 정치권과 언론계, 시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 ‘입막음 고발’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부랴부랴 이튿날 고발 취하를 알렸다. 그러나 이미 여론의 비판이 확산한 뒤였다. 과연 누가 ‘임미리 사태’를 촉발한 것일까.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실권을 쥐고 있는 ‘친문 당권파’를 지목한다. 실제 임 교수에 대한 고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대표적인 친문 핵심인사로 분류되는 홍익표 의원(수석대변인)이다. 또 다른 핵심인 윤호중 사무총장도 고발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홍익표·윤호중 의원 등 당권파가 고발을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관계자 역시 “윤호중 사무총장이 대표 직인이 찍힌 고발장을 결재하는 실무자이기에 (고발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고 전했다.

앞서 홍 의원이 이끄는 민주당 공보국은 정부·여당 비판 기사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또는 고발 등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다. 임 교수를 고발한 게 일부 실무자의 ‘실수’가 아닌, 민주당 당권파가 비판 여론에 일관되게 보여온 태도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논란 이후 이인영 원내대표가 사과에 나섰지만, 이해찬 대표와 홍 대변인, 윤 사무총장 등이 침묵으로 일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반문 이슈에 자취 감춘 이해찬 리더십

문제는 이 같은 잡음을 겪으면서, 공고하던 민주당 리더십에 실금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민주당은 ‘원팀’이라는 단일대오로 보수진영에 맞서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이해찬 대표의 당 장악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대표는 불출마를 선언한 뒤 민주당의 선거를 이끌고 있는데 경선 등을 통해 현역 국회의원의 20% 정도를 교체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명 ‘시스템 공천’을 내세우며 논란이 됐던 인물들은 과감하게 교통정리했다. ‘세습 논란’이 있었던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씨는 부친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했고, 투기 의혹이 있었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역시 출마의 뜻을 접었다.

그러나 최근 이 대표를 비롯한 일부 당권파가 당을 독단적으로 이끌면서, ‘비(非)민주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당내 비판이 제기된다. 열성 지지층을 등에 업은 당권파가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 이른바 ‘문빠(친문 극성 지지자)’만을 위한 정치를 하다 보니, 때론 대중의 시각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 보니 ‘바닥 민심’을 읽어가며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당내 초선 의원들의 불만도 팽배하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2월19일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많은 시민을 만난다. 요즘 당에 대한 민심이 차가워지는 것을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며 “잘 작동했던 당의 균형감각이 최근 왜 갑자기 흔들리는지 모르겠다. 99개를 잘하더라도 마지막 하나를 그르치게 되면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행여나 국민들에게 오만과 독선, 아집으로 비칠 수 있는 일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일찍부터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싹을 자르고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임미리 교수 고발)이 사과와 비판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며 “이번 일로 여야 모두 표현의 자유가 소중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공직선거법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 확대,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 인정, 전략적 봉쇄소송 차단 등 제도적 개선을 여야 할 것 없이 함께 나서자고 제안드린다”고 말했다.

 

“무능력한 보수, 오만한 진보 만들어”

한편 민주당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최근 통합 후 창당 작업을 마친 미래한국당에겐 ‘작은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예측과 즉각적인 반사 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 역시 나타나지 않고 있다. 2월20일 20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도는 41.1%, 미래통합당은 32.7%를 기록했다. 미래통합당 지지도는 창당 전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지지도 합보다 3.2%p 낮은 수치다. 

미래통합당의 한 3선의원은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게 보수 진영에서만 나오는데, 이 구호는 우리나라 모든 정치인들이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보수가 무능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탄핵이란) 비극이 생긴 것이고, 이후 진보는 오만해졌다. 자신들을 향한 지지가 (민주당의)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는 착각이다. 여․야 모두 팬덤만 믿고 공격하는 정치를 해서는 총선에서 필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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