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시장 상인들 “코로나, 숨길 수도 없고 밝힐 수도 없고”
  • 인천취재본부 이정용·주재홍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02.2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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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시간 동안 폐장‧대대적 방역소독 예정…확진자와 접촉한 점포주 2명 검사
인천시, 코로나19 확산 방지 총력…박남춘 시장 "우려‧두려움보다 믿음‧신뢰"

"오늘은 오후 5시부터 이틀 간 휴점한 후 정상영업은 2월26일 오전부터 실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구와 보건소에서 대대적인 방역을 실시하기로 하였습니다. 감염 예방관리에 철저를 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23일 오전 11시 인천시 부평동 부평종합시장. 부평종합시장상인회가 이틀간 폐장을 안내하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로써 420여개의 점포주와 직원 등 약 600명이 48시간동안 일손을 놓게 됐다.

부평종합시장은 지난 17일 대구에서 이사 온 A씨(61)가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되면서 삽시간에 긴장감에 휩싸였다. A씨의 동거남 B씨(60)가 부평종합시장의 상인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22일 오전 11시 부평종합시장 내에 손소독제가 배치돼있다. 뒤로는 문닫은 점포들이 보인다. 상인회는 이날 오후5시부터 48시간동안 폐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정용 기자
23일 오전 11시 부평종합시장 내에 손소독제가 배치돼있다. 뒤로는 문닫은 점포들이 보인다. 상인회는 이날 오후5시부터 48시간동안 휴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정용 기자

상인들, 폐점 후 영업 차질 우려

B씨가 운영하는 점포의 인근 상인들은 B씨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상인 C씨는 "거의 모든 상인들이 어제 밤늦게까지 B씨의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며 "음성 판정이 나와서 천만다행이다"고 말했다. 

부평종합시장에 방문하는 손님이 크게 줄었다. 윤연호 부평종합전통시장상인회장은 사무실에 설치된 36개 구역의 폐쇄회로(CC) TV를 보여주면서 "어제부터 손님 발길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마 했는데, 우리시장에도 코로나19 문제가 발생했다"며 "좋은 일도 아니고, 숨길 일도 아닌데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상인들은 일찌감치 폐점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군데군데 문을 닫은 점포들 사이로 하얀색 마스크를 쓰고 생업에 열중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상인 D씨는 "손님들이 괜찮으냐고 물어보는데,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상황이 빨리 진정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하는 것을 크게 우려했다. A씨의 동선을 파악한 결과, 부평종합시장의 점포 2곳에서 물건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들 점포 2곳의 상인들은 자가 격리조치 중이다. 또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3년간 부평종합시장에서 약초매장을 운영한 윤기엽(68)씨는 "제발 더 이상 확진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며 "폐장을 하게 되면 그 여파가 있을 것"이라며 걱정했다.

22일 오후 2시 박남춘 인천시장이 시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확진자'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22일 오후 2시 박남춘 인천시장이 시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확진자'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인천시, 코로나19 확산 방지 총력

인천시는 코로나 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역사회 확산에 대비해 가용 가능한 물자와 인력을 최대로 확보하는 등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과도한 우려와 두려움보다는 믿음과 신뢰로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격리병상을 107병상에서 577병상으로 확대하고, 역학조사관 10명을 추가로 충원했다. 또 보건의료와 사회재난 부서에 인력을 충원하고, 군‧구별로 각각 3억원 등 총 30억을 특별조정교부금을 배부했다. 특별조정교부금은 선별진료소 운영과 다중이용시설 방역에 사용될 예정이다. 시는 의료기관 장비지원과 방역물품 지원에 총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시는 또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제101회 3·1절 기념식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인천시민 1500여명을 초청해 기념식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시는 3·1절 기념식을 개최하지 않는 대신에 독립유공자와 유가족에게 박남춘 인천시장의 3·1절 기념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재난관리기금과 특별조정교부금, 예비비 등 재난대응 가용예산을 총동원해 격리병상 추가 확보와 지역 방역대책 강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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