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광주·전남북 교회도 초긴장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신명철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02.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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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광주대교구 83년 만에 미사 취소
점심식사 제공이나 소모임 등 잠정 중단
특정종교 여파로 신도 일일이 확인작업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함에 따라 광주·전남북 교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천주교광주대교구가 83년 만에 미사를 중단했고, 일부 개신교 교회는 온라인 영상 예배로 대체하는 등 코로나19가 종교 일상의 풍경까지 바꿨다. 특히 “신천지 신도들이 바이러스 전파를 위해 기성교회 교인들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개신교 교회가 초긴장한 모습이다. 

2월 23일 오전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 있는 바울교회 입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바울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교회 내 모든 시설의 출입을 통제하고 온라인을 통한 예배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월 23일 오전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 있는 바울교회 입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바울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교회 내 모든 시설의 출입을 통제하고 온라인을 통한 예배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종교 일상 풍경까지 바꾼 ‘코로나19’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 확산 조짐을 보이는 첫 주일인 23일 광주 남구 월산동 한 성당은 오전 미사부터 취소했다. 1937년 천주교광주대교구가 생긴 이래 처음이다. 성당 관리인은 입구에서 ‘미사중단’을 모르고 찾아오는 신자들에게 “미사가 취소됐다”고 설명한 뒤 귀가를 권유했다. 

“굳이 기도를 하고 싶다”는 신자에게는 손 세정제와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한 뒤 개인적으로 기도를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천주교광주대교구 관계자는 “미사 중단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함은 물론 타 지역 일부 천주교 신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 확인돼 사회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미사를 취소했다”고 했다.

이날 광주·전남북 지역 상당수의 개신교 교회들은 제각각 비상 상황 대응에 나섰다. 대부분 교회가 신자들 간에 직접 접촉 기회를 줄이는 데 심혈을 쏟았다. 이를 위해 일부 교회는 아예 출석 예배를 취소하고 인터넷 예배로 전환하기도 했다. 일부 교회는 특정 교단 교인들의 참석을 방지하기 위해 교회 중직자들이 일일이 교인들을 육안으로 확인하거나 신분증을 검사한 뒤 들여보냈다. 새 신자 모집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전북지역 교회 출입통제·온라인 예배 전환

전주시 완산구 바울교회는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이날 예배 일정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시설을 통제했다. 바울교회는 이날 교회 입구에 붙인 현수막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신도들에게 교회시설 출입 통제를 알렸다. 바울교회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멈출 때까지 새벽예배와 정오예배, 심야예배, 수요예배 등도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전주 더온누리교회도 신도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온라인 예배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주 만성지구에 위치한 한 교회 역시 “전국적으로 불안감이 커지게 하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민들의 종교단체의 각종 집회와 모임에 대한 우려를 깊이 공감한다”며 같은 날 모든 교회 집회와 모임을 취소한다고 교인에게 알렸다. 김제의 또 다른 교회는 기존 예배를 분산시켜 성도들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시간 조정에 나섰으며 예배당 출입시 손소독제를 제공했다.

성당들도 일정을 간소화하고 일부 시설을 당분간 폐쇄하기로 했다. 전주 전동성당과 중앙성당은 미사는 예정대로 진행하되 성가 합창과 고해소 이용 등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성당 내부도 미사 시간에만 한시적으로 개방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신도들은 출입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교육관 등 일부 시설은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새신자 등록 중단…신분확인 철저

1904년 설립된 광주의 장자교회 광주중앙교회(북구 운암동)는 이날 오전 예배를 앞두고 교역자들과 장로 등 임직자들이 한 곳으로 통제된 출입문에 도열해 등록 교인 여부를 육안으로 일일이 확인했다. 또 1층 현관에 열감지기 카메라를 설치했으며, 세정제를 제공하고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한 뒤 내부로 출입을 허용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광주·전남북 교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중앙교회(담임목사 한기승)가 23일 오전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코로나19 확산으로 광주·전남북 교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중앙교회(담임목사 한기승)가 23일 오전 예배를 드리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이 교회는 3주전부터 신자들끼리 악수를 금하고, 점심식사 제공도 중단했다. 새로운 신자 등록도 2주 후부터 받는다고 예배시간에 알렸다. 대예배를 제외한 어린이 예배와 회의, 소모임 등은 모두 중단키로 결정했다. 중앙교회 한 신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이니까 이해한다”며 “교회 방침에 따라 모임과 교제는 가급적 삼가하며 집에서 가족끼리 예배 생활을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기승 광주중앙교회 담임목사는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감염병 사태로 인한 지역사회 고통에 종교계도 동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러한 조치 등을 결정하게 됐다”며 “하루속히 안정돼 광주는 물론 대한민국에 평온이 찾아오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광주교단협의회 “모든 모임과 교제 삼가 당부”

광주기독교교단협의회는 이날 오전 성명서를 내고 “주일 낮 예배를 제외한 모든 모임과 교제는 삼가해야 한다”며 “교회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중단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해 혈액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며 “신자들의 자발적 헌혈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신천지 신도들의 일반교회 침투가 우려된다”며 “등록교인 외 교회 출입자에 대한 철저한 신분확인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모이는 종교행사와 집회 등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광주에서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코로나19 확진환자 1명이 추가 발생해 6명으로 늘었다. 전주에서도 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들 모두 신천지 신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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