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중국 걱정할 때가 아니다 [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2.2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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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 골든타임에서 성급한 종식 선언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정부는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시켰다. 코로나19 확진자는 현재 매일 200명 이상 늘어나고 있으며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의학계에서는 심각 단계 경보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지금이라도 국가 차원의 총력을 기울여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19 모범 대처 사례로 인정받은 후 급변한 사태에 당혹스럽지만 우리 모두 철저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이번 확산은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퍼졌기에 정부 입장에서도 억울함을 피력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정부는 확진 추세가 다소 주춤하자 방역의 골든타임 시기에 곧바로 경제 활성화를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코로나 상황은 곧 종식될 것’이라고 선언했으며 정세균 총리 역시 같은 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우한 교민 격리시설과 전통시장을 방문해 너무 안일한 대처를 보인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더욱이 손혜원 의원은 자신의 개인 방송에서 코로나는 감기이기에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 논란을 자초했다.

대구에서 등장한 31번 환자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자 정세균 총리는 22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 표명 이외 구체적인 방법이나 강력한 대책은 여전히 없었다. 대구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 초기에 방역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 선제적으로 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올린 후 방역에 필요한 예산과 세제 지원, 대중교통 운행 제한 등에 집중했다면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세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성급히 코로나19 종식을 예고한 정부의 지나친 자신감이 아쉬운 대목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월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대중수본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월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대중수본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적 갈등보다 더 중요한 건 국민의 건강과 안전

2월13일과 14일, 정부 및 여당에서 빠르게 일상으로 회복해야 함을 강조하거나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는 등 코로나19의 종식을 알렸지만 동일한 시기 질병관리본부장과 코로나19를 현장에서 맞서고 있는 의료진들은 아직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므로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방송 및 현장 곳곳에서 밝혔다. 정부가 모든 노력을 기울여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한 점은 인정하나 코로나19의 발병 진원지인 중국에 대한 전면적인 입국 제한이 없기에 언제든지 사태는 심각한 단계로 전환될 수 있음을 다수의 방역 전문가들이 발병 초기부터 주장해왔다.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의료 및 방역 전문가들은 중국인이나 중국을 거쳐 오는 입국자에 대한 전면적인 제한을 강조했다. 중국과 인접한 국가로서 환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가 우리와 일본이기에 외교적 갈등과 경제적 타격을 무릅쓰더라도 자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뿐만 아니라 국내 다수의 의학 학회가 여러 차례 중국 전역으로 입국 금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아직도 중국 전역에 걸친 입국 금지는 추진되지 않고 있다. 반면, 중국 전역 입국 금지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41개국이 넘는다.

정부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중국과의 외교 마찰이 북한과의 관계 정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중국의 강력한 경제 보복으로 인해 국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가능성도 고려했을 것이다. 중국인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76만 명의 동의를 받았음에도 섣불리 정부가 이를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고심하는 사이 이스라엘에서는 한국민들이 착륙도 못하고 쫓겨났고 영국 등을 포함 15개국은 한국인 입국 금지를 선포했다.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정부가 이번 기회에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키려는 노력은 의미 있는 일이나 국민 입장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보다 죽고 사는 문제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에서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우방 국가의 애정과 지원을 보여줬으나 중국의 가장 강력한 우방인 러시아를 포함 대다수 국가는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빚더라도 당분간 중국 전역 입국 금지를 선언했다. 외교적 문제로 인한 국가 간 갈등도 고려했겠지만 자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보다 더 위중한 문제는 없기 때문이다.

1월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인천공항 위생소독용역 직원들이 '우한(武漢)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폐렴' 유입에 대비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월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인천공항 위생소독용역 직원들이 '우한(武漢)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폐렴' 유입에 대비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목소리보다 전문가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지난주부터 급격히 늘어난 코로나19 확진자가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대구 경북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중국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신천지예수교 총회장의 친형 장례식장에 중국인 교인 등 외국인 참석자들이 있었을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신천지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 및 검사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중국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중국인들이 자주 활용하는 인터넷 포털에서는 ‘중국은 거의 상황이 끝나가는 데 한국은 끝장날 지경이다’, ‘지금 이 시기 한국에 방문하면 큰일 난다’ 등 적반하장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정부는 중국 위주의 외교적 이해관계에 눈치 보지 말고 국내 방역,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해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지난 13일 정부는 국민에게 안심할 것을 당부하고 일상생활을 강조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라고 얘기하며 상충된 반응을 보였다. 지금은 정치인이 아닌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존중하고 경청해야 한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여당은 무조건 정부를 두둔하며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 등의 얘기를 반복하지 말고 위기 상황에서 누구의 목소리에 가장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건설적인 의견을 청와대 및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 야당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부 및 여당에 대한 강력한 비판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미증유(未曾有)의 사태를 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협력과 지원을 아까지 말아야 한다. 이번 사태를 정치적 기회로 삼는 정당이 있다면 반드시 유권자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3월 개강을 앞두고 있는 대다수의 대학은 앞으로 다가올 7만 명의 중국인 학생들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안과 공포를 하소연하고 있다. 방역 전문가들은 신천지에 대한 면밀한 조사도 전반적으로 진행해야 하지만 대학이 개강하는 3월 이후 또 하나의 위기 단계가 펼쳐질 수 있음을 거듭 경고하고 있다. 중국의 언론 및 포털은 한국이 신천지 등을 관리하지 못해 코로나19에 미흡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한국을 질타하고 있다. 지금은 중국의 눈치를 볼 때도, 중국을 걱정할 때도 아니다. 역병 창궐 앞에 감동 외교는 아무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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