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마’ 이광재 “보수, 정책통 없어…대안 없이 비판뿐”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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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늘 '강원 원주갑' 출마 밝힌 이광재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

“‘19세기 국회 시스템’에서 ‘20세기 국회의원’이 ‘21세기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변한 게 없다.” 그가 정치권을 떠나 있던 지난 9년, 두 번의 대통령 선거와 두 번의 총선이 치러졌다. 인물도 구도도 크게 바뀌었지만, 어째 정치권엔 여전히 9년 전 기시감이 강했다. 정책보다 정쟁이 앞서는 진영 싸움은 오히려 전보다 짙어졌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특별사면이 된 후 정치 일선으로 뛰어든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머리는 무거웠다. ‘(제가) 나라에 진정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묻고 또 묻느라 시간이 많이 갑니다.’ 강원 지역 출마 등 여러 역할론이 쏟아지던 2월의 한 주말, 그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 같은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막판까지 지역 출마 결단을 명확히 밝히지 못한 것도 이 같은 고심의 흔적이었다. 

그런 그가 오늘(2일) 출마설이 무성했던 강원 원주갑 선거에 뛰어들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강원도당 회의실에서 열린 출마 기자회견에서 더이상 '좌고우면'하지 않고 담대한 도전을 시작하려 한다며 전략공천 대신 아름다운 당내 경선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2월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부암동 자택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 ⓒ최준필
서울 종로구 부암동 자택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 ⓒ최준필

“공부하고 조력하는 일이 내 번지수”

코로나19 확산으로 선거운동에 제대로 비상이 걸린 지난 2월24일, 기자는 이 위원장을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만났다. 당시 그는 총선 출마를 놓고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3월2일 그는 원주갑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여야가 진즉에 코로나19 협의체를 구성해 대처하지 않은 데 대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여야가 각자 놀 게 아니라 무슨 지원을 해줄 건지, 선거운동은 어떻게 할지 이미 룰을 정해야 했는데, 그저 코로나가 정부·여당에 마이너스가 될 거란 여론을 만들기에 바쁘다.”

4년 내내 이 같은 협의 자체가 실종됐던 20대 국회와 보수 야당의 행태에 대해 강하게 날을 세우기도 했다. “대안 없는 비판은 하기 쉽다. 그 비판엔 힘도 없다. 음식이 짜다 맵다 말하긴 쉬워도 맛있게 만들긴 어렵다. 과거 야당에 정책통들이 꽤 많았는데 전부 사라져 버렸다. 보수가 정책에 강하고 진보는 비판에 강해야 하는데, 거꾸로다. 지금 보수는 정책 면에서 아주 빈약한 상태다.”

인터뷰 내내 9년간 쌓은 여러 구상을 쏟아내던 그는 21대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공부 모임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예전에 노무현·이해찬·이철·이상수 의원이 매주 모여 돈을 내고 스터디를 했었다. 당시 노 의원 보좌관은 나였고, 이해찬 의원 보좌관은 유시민 선배, 이철 의원 보좌관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상수 의원 보좌관은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였다. 공부가 그만큼 중요하다. 그때의 모임을 다시 만들고 싶다.”

이 위원장은 싱크탱크를 이끌고 배움을 조력하는 길이 자신의 ‘번지수’라고 말한다.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데 대한 에두른 답변이기도 했다. 아래는 총선 및 향후 계획을 중심으로 이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총선에서 민주당에 악재란 관측이 많다.

“기본적으로 위기는 맞다. 그런데 방역망이 뚫렸다며 정부만 비판하기 바쁜 야당을 과연 국민들이 믿음직스러워 할까. 싸울 일이 있고 안 싸울 일이 있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민도(民度)가 높다.”

총선 전반적인 예측을 어떻게 하고 있나.

“20대 국회는 우리 사는 얘기와는 전혀 다른 얘기만 했다. 지금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강조하고만 있는데, 21대 총선의 본질은 20대 국회의원을 심판하는 거다. 20대 국회를 심판받자니 결국 자기 부담으로 오니까 자꾸만 정권심판을 내걸고 내 편 네 편 나눠 총선판을 진영 싸움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국민이 다 알고 심판할 거다.”

지난 1월30일 이해찬 대표를 만나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당의 러브콜이 많았던 걸로 안다.

“사면 후 미국·싱가포르 등 4개국 출장에 가 있었을 때 해외로 전화 무지하게 왔다. 출장길에서 혁신경제로의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 여기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느꼈다. 또한 정쟁 말고 제발 정책선거가 자리 잡도록 미력이나마 보태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특히 강원도는 날 최연소 도지사에도 만들어주고 30대에 국회의원도 하게 해준, 빚이 많은 곳이잖나. 먹고사는 문제를 풀어주고 싶었다.”

1월30일 오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회동한 이광재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 ⓒ박은숙
1월30일 오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회동한 이광재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 ⓒ박은숙

“이해찬 대표 노련하게 총선 이끌고 있다”

민주당도 비례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데 어떤 입장인가.

“미래한국당은 정말 뭐라 설명하기도 어려운 정당인데, 그걸 똑같이 우리도 만들겠나. 미래한국당으로 인해 보수 야당이 열 몇 석을 앞서갈 거라 한다.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이긴 하다. 국민이 균형감을 갖고 선택해주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내가 너무 나이브한 걸까.”

제1야당에선 총선 후 대통령 탄핵 추진 얘기도 한다.

“탄핵이라니 이 나라가 또 얼마나 혼란에 빠지겠나. 구체적인 계획도 대안도 없는 비판과 비난은 하기 쉽다. 지금 일본도 중국도 우리보다 지도자의 임기가 훨씬 길다. 오히려 우리도 4년 중임제 개헌 등을 추진해 리더십을 더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임미리 교수 칼럼, 금태섭 의원 공천 문제 등 민주당이 극성 지지자들 눈치를 본다는 평가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청와대 분수대 앞에 문재인 하야하라 외치는 시민들이 있다. 이들도 그냥 몇 달째 내버려 두지 않나. 우리 사회가 이젠 그 정도의 관용을 갖게 된 것 같다. 우리와 조금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들에게도 관용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해찬 대표 리더십은 어떻게 평가하나.

“노련하게 잘 하고 계신다. 하위 20%로 꼽힌 의원들의 이의신청도 거의 없지 않나. 여러모로 전략을 잘 짜며 진행하는 것 같다.”

이광재 민주당 공동선대책위원장이 3월2일 오전 강원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에서 원주갑에 출마할 것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광재 민주당 공동선대책위원장이 3월2일 오전 강원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에서 원주갑에 출마할 것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한국당에 비해 중진들의 용퇴가 소극적인데.

“미래한국당 중진들은 비례정당으로 가기 위한 분들도 많으니 단순히 수만 보고 비교하긴 어렵다. 그래도 문희상 의장을 비롯해 원혜영, 백재현, 강창일 의원 등 일찍이 사심 없이 자리를 내어놓은 중진 의원분들이 우리도 적지 않다.”

함께 정치 활동했던 당 586세대에 대한 교체론도 크다.

“봉준호 감독도 88학번, 586인데 그는 진화를 해 세계적 인사가 됐고 미래 세대를 위한 길을 열어줬다. 정치권 586들도 일종의 미드필더가 돼 다음 세대를 얼마나 끌어 오느냐가 중요하다. 그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고 떠나야 한다. 내일모레 환갑인 이들이 정치권에서 활약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도 얼마 안 남았다. 소나무는 죽기 직전에 솔방울을 가장 많이 만든다. 이들도 솔방울을 많이 만들어야할 때다.”

총선 후 계획은 무엇인가. 차기 대선주자로도 언급되는데.

“대선주자는 내 번짓수가 아니다. 총선 후 여야가 모여 공부하는 모임이 만들어지면 거기에 함께하며 도울 것 돕고 싶다. 그렇게 기여하는 게 나에겐 더 맞다. 지금은 이 정도다.”

그럼에도 이번처럼 당에서 강하게 원한다면.

“아니 그럴 일은 없을 거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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