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의회 ‘내로남불’…국비 9억원 날릴 판
  • 인천취재본부 주재홍 기자 (jujae84@sisajournal.com)
  • 승인 2020.02.2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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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클럽 지원·육성조례 ‘늑장’…구의원 청렴조례 ‘셀프 철회’

인천 연수구의회가 주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사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스포츠클럽 공모에 선정돼 국비를 받아 놓고도 제 때에 조례를 제정하지 않아 고스란히 정부 지원금을 날릴 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발의된 ‘의원 행동강령 조례’를 스스로 철회하는 바람에 ‘내로남불’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주민들의 대표들이 어렵사리 따 낸 국비를 토해내야 하는 구실을 만들고, 청렴과 도덕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 연수구의회 본회의 전경. ©연수구의회 제공
인천시 연수구의회 본회의 전경. ©연수구의회 제공

스포츠클럽 육성·지원 조례 3차례 반려

연수구는 지난해 5월에 ‘공공 스포츠클럽 공모’에 선정돼 국비 9억원을 따냈다. 이로써 연수구는 주민들이 탁구와 배드민턴 파크골프 등의 스포츠를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연수구의회가 공공 스포츠클럽을 운영하기 위한 조례를 제 때에 제정하지 않는 바람에 국비를 모두 반납해야 할 위기다.

연수구의회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등 2차례에 걸쳐 ‘연수구 스포츠클럽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부결했다. 공공 스포츠클럽을 더불어민주당 연수구을지역위원회 간부 등이 위탁 운영하게 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잡음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수구는 지난해에 국비 1억8000만원을 반납했다. 

연수구의회는 또 올해 2월16일에도 ‘보조금의 효율적인 관리·운용과 회계책임자를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보완된 조례를 부결시켰다. 이로 인해 연수구는 올해 6월에 국비 1억2000만원을 추가로 반납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도 ‘연수구 스포츠클럽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부결되면, 현재 남아있는 국비 6억원도 모두 토해내야 한다.

연수구의회 A의원은 “조례를 통과시킨 후 투명성을 높일 임시 기구를 만들어 운영하면 될 일인데 문제만 키우는 것 같다”며 “스포츠클럽 확대를 기대하는 연수구민들께 죄송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구의원 겸직 논란…‘내로남불’ 지적

연수구의회 유상균 의원은 올해 1월23일 ‘연수구의회 의원 행동강령 조례’를 대표 발의했다. 각종 심의를 진행할 때 심의내용과 연관성이 있는 구의원을 심의과정에서 배제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는 겸직 논란을 빚고 있는 구의원들의 개인적인 이해관계 범위를 확대해 각종 심의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여서 무난히 조례로 제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연수구의회는 ‘연수구의회 의원 행동강령 조례’를 철회했다. 상위법인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이 2~3개월 후 재개정 된다는 게 이유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제 식구 감싸기’용 ‘셀프철회’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조례가 통과되면 일부 연수구의원은 심의에서 배제되거나 상임위원장직을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에, 연수구의원들이 스스로 ‘연수구의회 의원 행동강령 조례’를 철회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아파트 입주자 대표를 겸직해 논란을 일으켰던 최대성 의원은 자치도시위원장을 맡고 있다. 자치도시위원회는 연수구의 도시계획·건축·건설 등과 관련된 안건을 심의하는 상임위원회다. 최대성 의원은 ‘연수구의회 의원 행동강령 조례’가 통과됐다면 자치도시위원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자치도시위원회 소속 유상균 의원도 사정이 비슷한 상황이다. 그는 민간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연수구의회는 4차례에 걸쳐 윤리특별위원회를 열고 유상균 의원의 ‘겸직’에 대한 징계를 논의했지만, 지난해 1월에 면죄부를 줬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은 “국비 반납의 선례를 남기면 연수구가 정부로부터 페널티를 받아 시민들을 위한 사업이 필요할 때 그 사업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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