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發 카드론 부실’ 현실화되나
  • 김희진 시사저널e. 기자 (heehee@sisajournal-e.com)
  • 승인 2020.03.02 08:00
  • 호수 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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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상환력 갈수록 하락…카드사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지 주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불안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손님이 급감하면서 자영업자들의 피해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세제 혜택을 올해 추경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당·정·청이 밝히기도 했다. 코로나19에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에게 임대료를 인하해 주는 ‘착한 건물주’ 캠페인도 최근 지역별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지금과 같이 계속 확산되고, 불안 심리가 커질 경우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줄도산이 불가피하다고 업계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월23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북구 관계자들과 상인회 회원들이 코로나19 예방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2월23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북구 관계자들과 상인회 회원들이 코로나19 예방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로 가면 자영업자 줄도산”

자영업자 의존도가 높은 카드론의 부실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취급액이 최근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BC카드를 제외한 업계 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카드론 이용금액은 31조34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3분기(30조1817억원) 대비 3.86%(1조1654억원)나 늘어난 수치다.

취급액이 증가함에 따라 주요 카드사 전체 취급액에서 카드론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해 카드론 취급액 비중이 5.23%로 전년(5.05%)보다 0.18%p 증가했다. 삼성카드 역시 지난해 전체 이용금액 중 카드론 비중이 6.2%로 2018년(5.8%) 대비 0.4%p 늘었다.

주요 카드사들이 이처럼 카드론 비중을 늘린 이유는 지난해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에 따른 수수료 손실을 메우기 위함이다. 수수료 이익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여타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카드업계 맏형 격인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2조1170억원으로 전년(2조1700억원)보다 2.5% 감소했다. KB국민카드도 지난해 신용카드 수수료 이익이 4242억원으로 전년(4527억원)보다 6.3% 줄었다. 상대적으로 수수료 의존 비중이 큰 하나카드의 경우 지난해 신용카드 수수료 수익이 8061억원으로 2018년 8301억원보다 2.9% 줄었다. 수수료 수익 감소 여파에 따라 하나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63억원으로 전년(1067억원) 대비 47.2%나 급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면서 이를 보전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카드론을 확대한 측면이 있다”며 “수수료 수익 외에 여러 방면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자영업자들의 형편이 어려워짐에 따라 카드사 역시 대출 부실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관련 중소기업 피해현황 및 의견조사’에 따르면 관련 중소기업의 34.4%가 이번 사태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 체감경기가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은 43.2%에 달했다.

어려운 상황을 방증하듯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정부 정책자금 신청에도 소상공인이 대거 몰렸다. 2월13일부터 접수를 시작한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 소상공인 특례보증에는 2월20일 기준 5363건, 1827억원의 자금 신청이 접수됐다. 접수 일주일 만에 신청액이 준비자금인 1000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0억원 규모 소상공인 경영애로자금에도 7617건의 신청이 몰렸다. 신청 금액만 3980억원에 달한다. 신청자 대부분이 이번 사태로 타격이 큰 음식·숙박·소매업종이었다. 이동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사태 여파에 따라 직접적으로는 매출 감소 문제가 제일 크고 중장기적으론 소비심리가 많이 위축돼 언제 경기가 회복될지 예측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고정적으로 나가는 인건비 및 월세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론은 고금리 장기대출로 경기 불황에 상황이 어려운 저신용·저소득자나 영세 자영업자들의 대출 수요가 몰린다. 카드사별로 차이가 있으나 대출 금리는 15~20%로 은행권 신용대출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카드론이 증가하면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카드사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하면 카드론 부실 우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BC카드를 포함한 8개 업계 전 카드사의 고정이하여신 합계는 1조38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21.1%(2417억원)나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이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중 원리금 회수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대출을 의미한다. 또한 해당 시점 1개월 이상 연체액은 1조437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787억원)보다 4.3%(592억원) 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향후에도 건전성 지표는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면 자영업자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져 연체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특히 지난해부터 카드사들이 수수료 이익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카드론 비중을 늘리고 있어 파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급여소득자와 달리 자영업자들은 매출에 따라 소득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로 소득이 줄면서 상환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카드론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제1금융 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 소상공인 및 영세 자영업자들이며, 이들의 상환능력이 저하되면 카드사의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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