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육군’ 위한 혁신 열쇳말은 전문 인재 확보”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4 08:00
  • 호수 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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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육군 싱크탱크 이끄는 배태민 육군미래혁신연구센터장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들의 것입니다.” 

육군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육군미래혁신연구센터’ 배태민 센터장은 2월18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가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준비’를 말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과 인구구조 변화 등 전장의 대변혁이 예고돼 있는 상황 속에서 미래전의 승리를 위해서는 먼저 준비하고, 노력해야 우리가 원하는 모습에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4월 취임한 배 센터장은 육군이 수혈한 민간 출신 전문가다. 30년 가까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과학기술 및 기획 분야를 담당해 온 정책통(通)임에도 ‘미래 육군’으로 가는 길의 열쇳말을 ‘기술’이 아닌 ‘인재’로 꼽았다. 아울러 기존의 육군 조직을 유연하면서도 기민하고 상황 적응성을 가진 ‘레고형 조직’으로 탈바꿈시켜야 다양한 위협에 원활히 대처할 수 있다고 했다. 

ⓒ시사저널 최준필
배태민 육군미래혁신연구센터장 ⓒ시사저널 최준필

‘육군비전 2050’의 핵심 내용이 ‘시간과 공간을 주도하는 초일류 육군’이라는 슬로건에 담겨 있는 듯하다. 무슨 의미인가.

“‘시간의 주도’는 주·야간 및 기후에 관계없이 행동의 자유를 확보하며, 작전 반응 및 수행시간을 압축시킬 수 있는 기민성과 주도적 능력을 의미한다. ‘공간의 주도’는 지리적·지형적 제한을 극복하며, 지상·수중·공중뿐 아니라 우주·사이버 등 어떤 전장 공간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적응성과 통합적 능력을 의미한다. ‘초일류 육군’은 육군비전 2030에서 제시하고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초일류 육군’의 연장선상에서 첨단·정예화돼 어떠한 군사적·비군사적 위협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육군의 모습을 의미한다.”

30년 후 미래 우리 군의 가장 큰 도전과제를 무엇이라 보나.

“미래에는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로 전투원과 자율무기체계가 합동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유·무인 복합전이 필연적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자율무기체계 개발과 활용 개념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 이런 준비가 미흡한 경우에는 자율무기체계로 무장한 적대세력의 위협에 인력으로만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전장의 모든 정보가 빅데이터화되어 클라우드 기반으로 공유되고 인공지능(AI)에 의해 분석돼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네트워크 기반의 전투 플랫폼이 주축이 될 것이다. 한마디로 ‘초지능·초연결’된 작전 환경이 펼쳐지게 된다. 그리고 사이버전도 전쟁 전체의 판도를 좌우할 정도로 핵심적인 분야가 될 것이고, 육군의 중대한 도전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그럼 우리 군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한마디로 과학기술 중심군이 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총아인 AI, 로봇, 뇌 과학 등은 머지않은 미래에 지능화 사회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과학기술은 인류의 생활양식, 가치관, 문화 등을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전장은 무인화, 초지능화되어 기계가 인간을 대체해 전투를 치를 것이며, 첨단 기술 혁신에 성공한 나라와 그러지 못한 나라 간의 미래 군사력 격차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커질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중대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미래의 육군이 국민과 영토를 직접 보호하는 중심군이라는 점은 변함없을 것이며, 첨단 과학기술을 토대로 시대 변혁을 선도하고 어떠한 대내외적 위협으로부터도 국가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변화되어야 한다.” 

기존 육군 조직을 유연성·기민성·적응성을 가진 레고형 부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참신해 보였다. 

“미래에는 거의 대부분의 조직이 인구구조의 변화와 초지능·초연결 기반하에서 불확실하고 다양한 상황변화에 따라 신속하고 유연하게 조직을 변형해 대응하는 것이 공통적인 트렌드가 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군 구조 혁신에도 필수적이다. 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전투에 효율적인 부대 구조를 지향하는 미래 육군에도 꼭 필요한 변화다. 미국, 프랑스 등 해외 주요국들 역시 육군의 구조를 단순화·경량화하기 위한 부대 개편 노력을 하고 있다.”

미래 육군 구조를 전문 인력 중심의 ‘슬림형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안도 밝혔다. 

“우리 사회의 현실적 여건상 현재의 징병제를 보완해 전문 직업군의 비율을 대폭 늘림으로써, 직업적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병력 절감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전투 전문가로서 부사관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 미래 기획 전문가, 빅데이터 및 AI 전문가, 사이버 전문가, 생명윤리 전문가 등의 육성도 필요하다고 본다. ‘육군비전 2050’은 이런 변화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국민적 합의와 심층적인 추가 연구를 통해 마련돼야 한다.” 

인구절벽이 어느 정도의 위기로 다가올까. 

“통계자료에 따르면 현재 병역의무 대상자로서 만 20세 남자 인구는 약 35만2000명 수준이다. 이 가운데 약 22만 명이 현역으로 입대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2035년경 대한민국의 총 병역 가용인구는 약 20만30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경우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군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부대 구조 및 규모에 대해 미리 대안을 모색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구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필요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대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인재 양성을 미래 육군의 제1 과제로 강조하는 모습이다.

“기술은 돈을 주고 살 수 있지만, 사람은 그럴 수 없다. 첨단 기술이나 무기체계는 급할 경우, 예산으로 확보 가능하나 인재는 하루아침에 확보할 수 없다. 장기적 안목과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첨단 무기체계를 통합적으로 지휘·통제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인재 양성 및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개방형 인사제도를 통해 외부로부터 우수한 인력도 확보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민간 전문가 개방형 공모, 군 인력과 공무원 인력의 교환 파견 근무, 군 인력의 민간분야 연수 확대, 계약직 예비군으로 민간 전문가의 장기간 현역 복무 등이 있을 수 있다. 또 석·박사 학위를 가진 이들이 군 복무기간 동안 자신의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해 군 발전에 기여하도록 과학기술병 제도를 확대할 필요도 있다.”

이런 비전이 해·공군은 물론 국방부 차원에서도 마련돼야 시너지가 날 텐데.

“‘육군비전 2050’에서는 우선 육군 차원에서 미래의 모습을 제시했지만, 궁극적으로는 합동성 강화 차원에서 육·해·공군이 다 같이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금번 육군이 제시한 ‘육군비전 2050’과 유사한 장기적인 노력을 타 군도 기울이고 있으며, 국방부 차원의 미래 준비도 진행 중에 있다. 해·공군의 미래혁신 조직과 협업은 금년 중으로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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