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 유탄 맞은 대신증권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5 14:00
  • 호수 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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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신증권 반포WM센터 전격 압수수색…대신증권 측 “직원 개인의 문제로 회사도 피해자”

금융감독원은 2월26일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지 사태와 관련해 대신증권 반포WM센터(이하 반포센터)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하루 뒤인 27일엔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섰다. 금감원 검사와 검찰 수사를 동시에 받게 된 상황. 그야말로 대신증권이 벼랑 끝에 내몰린 형국이다.

대신증권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 중에서도 유독 많은 눈총을 받았다. 라임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받는 게 첫 번째 이유다. 2015년까지만 해도 라임자산운용은 영세 운용사에 불과했다. 그해 자본거래법 개정으로 진입 허들이 낮아지면서 라임자산운용은 2016년 정식으로 자산운용사 등록을 했다. 라임자산운용의 전체 설정액은 그해 초 206억원에서 같은 해 말 2446억원까지 늘어났지만 괄목할 정도는 아니었다.

2월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열린 ‘라임자산운용 사건 관련 엄정수사 촉구 집회’에 참석한 피해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2월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열린 ‘라임자산운용 사건 관련 엄정수사 촉구 집회’에 참석한 피해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최초·최다 판매에 불완전판매 정황도

라임자산운용이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든 건 대신증권과의 협업 덕분이었다. 대신증권은 2017년 1월 국내 최초로 대체투자(AI) 특화센터인 반포센터를 열었다. 여느 증권사 지점과 달리 주식은 전혀 취급하지 않았다. 센터는 사실상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를 전담하는 조직이었다. 반포센터가 투자자들에게 배포한 자료는 라임자산운용과의 협의를 통해 단독 판매가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이를 반포센터의 경쟁력이라고 홍보했다.

반포센터는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반포센터 오픈 직후 대체투자, 금융투자 특강을 하는 ‘대체투자학교’와 ‘열린학교’를 개설했다. 특강의 형태로 잠재적 투자자 유치에 나선 것이다. 대신증권은 그해 4월까지 대체투자에 대한 강의와 홍보를 진행했고, 같은 해 5월부터 7월까지 매달 한 건씩 시범상품을 내놨다. 모두 유명 대·중견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그러나 이후 출시된 상품들은 투자처가 베일에 가려졌다. 담보금융은 대출 금리의 결정이나 사내 정보 유출 등의 이슈로 비밀 유지 계약이 동반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환매 중지로 논란이 된 ‘플루토FI D-1호’와 ‘테티스 2호’ 등도 바로 이런 블라인드 펀드였다. 반포센터는 센터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펀드가 대신증권 리스크심의위원회를 거친다는 점을 들어 블라인드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웠다.

이후 반포센터는 라임 펀드를 공격적으로 판매했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기준 대신증권의 라임 펀드 설정액은 전체 5조7000억원 중 1조1760억원으로 모든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라임 펀드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다른 증권사들도 앞다퉈 판매에 나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반포센터가 제시했던 블라인드 펀드에 대한 대신증권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반포센터가 라임 펀드를 불완전판매했다는 의혹도 대신증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배경 중 하나다. 먼저 상품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단순한 설명 누락이 아닌 아예 다른 상품을 안내했다는 게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실제 반포센터의 라임 펀드 설명 자료에는 ‘상환 능력 검토, 대출 사유 확인, 담보력 확보, 추가 장치 마련(보험 등)으로 발생 가능한 위험을 0%에 가깝게 조정해 뒀다’고 적시돼 있다. 이 밖에 ‘A등급 이상의 안전한 회사만 대상’ ‘6개월 이후 언제든 환매 가능’ ‘확정 이율 8% 이상’ 등 문구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반포센터가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한 건 ‘고위험(1등급)’ 상품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반포센터는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에게 고객용 제안서와 신탁계약서 등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거나, 해당 서류를 아예 제공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또 투자자가 직접 기입해야 할 펀드신청서의 내용 일부를 대신 작성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금감원은 현재 이런 불완전판매 정황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월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신증권 반포WM센터 입구 모습 ⓒ시사저널 고성준
2월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신증권 반포WM센터 입구 모습 ⓒ시사저널 고성준

라임 펀드 판매사, 단체 소송 준비 중

여기에 더해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선 대신증권 반포센터장인 장아무개씨도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라임 펀드 부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것이다. 장 센터장은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뿐 아니라,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로 대신증권 출신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등 회사 주요 관계자들과 친분이 깊은 인물이다. 그는 라임자산운용 설립과 펀드 설계에도 깊숙이 관여했으며, 이 전 부사장과 함께 비상장기업인 바이오이즈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센터장은 지난해 7월 언론 보도와 금감원 조사로 라임 사태가 수면 위로 부상했을 당시 환매 사태를 막기 위해 분투했다. 라임 펀드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공식 설명회를 여는가 하면, 환매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만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대응이 오히려 투자 피해자들을 자극했다. 투자자들은 최근 대신증권과 장 센터장을 검찰에 고소하고, 대신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대신증권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 검사와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입장을 밝히기 적절치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라임 펀드의 불법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우리 역시 이 전 부사장 개인 비리의 피해자”라고 밝혔다. 현재 대신증권 등 라임 펀드 판매사로 구성된 공동대응단은 라임자산운용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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