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의 ‘상전벽해’가 매력적인 이유 [김지나의 문화로 도시읽기]
  • 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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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리아 관광단지’ 조성돼 관광객 유치 중인 부산 기장

최근 부산으로 여행을 다녀온 지인들은 하나같이 ‘기장’ 이야기를 꺼냈다. 단연 화제가 되는 것은 아난티 코브와 기장 힐튼이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필자에게는 생소한 소식이었다. 기장은 멸치나 미역, 다시마로 유명한 지역 아니었나. 그런 데서 고급 리조트와 호텔의 이름을 듣게 되다니, 고향 부산에 대한 업데이트가 너무 느렸다.

기장이 위치한 부산의 동부 해안은 해운대·광안리로도 잘 알려진 전통적인 관광지다. 떠올려보면, 어렸을 때는 바다를 즐기는 방법이 많지 않았다. ‘라떼는 말이야’ 식의 이야기를 좀 하자면, 어린 시절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해운대는 기껏해야 해수욕을 즐기고 땅콩보트·바나나보트를 타는 즐거움이 전부였다. 밤이 되면 클럽 저리가라는 유흥의 메카로 유명세를 떨쳤을 뿐이다. 2003년 광안대교가 생기면서 바다의 풍경이 바뀌었고, 점차 트렌디한 상가들이 들어서며 여가의 문화가 바뀌기 시작했다.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위치한 리조트 야외테라스에서 바라본 기장의 바다 풍경 ⓒ김지나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위치한 리조트 야외테라스에서 바라본 기장의 바다 풍경 ⓒ김지나

관광단지로 변모 중인 기장

부산의 바다를 즐기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기장의 변화는 그 중 하나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동부산 관광단지 계획이 기장 일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아난티를 대표로 하는 컨소시엄이 이 관광단지의 리조트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아난티코브와 힐튼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오시리아 관광단지’라는 새로운 이름도 만들었다. 기장의 자연 명소인 ‘오랑대’와 ‘시랑대’로부터 이름을 땄다. 미역과 멸치가 연상되던 기장의 이름은 이제 ‘오시리아’라는 새 옷을 입고 다시 태어나는 중이었다.

아난티 리조트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곳이지만 상가와 해안산책로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감각적으로 꾸며진 서점·카페·야외테라스가 부산의 동쪽바다를 즐기는 색다른 배경이 되고 있었다.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투자한 이케아의 매장 오픈 소식도 들려왔다.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라는 것보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처음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부산시민들뿐만 아니라 인근 경남지역의 시민들도 ‘이케아’라는 관심과 논란의 문화를 체험할 기회가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코로나19의 공포가 부산을 덮치기 이전이었던 터라, 매장 안은 평일이었음에도 발 디딜 틈 없이 와글거렸다.

여러 도로 인프라들이 갖추어지면서 기장이 부산 관광의 또 다른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더 커졌다. 부산은 산이 많고 평지가 부족한 탓에 체계적이지 못한 복잡한 도로망으로 악명이 높다. 이것은 관광도시로서 큰 핸디캡이었다. 그러던 와중 2008년에 남항대교, 2014년에 부산항대교(북항대교)가 차례로 건설됐다. 영도 고가교가 이 둘을 이었고, 광안대교와 이어지면서 부산의 동과 서를 잇는 거대한 하이웨이가 완성된 것이다. 게다가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의 개통은 김해공항으로 들어오는 손님들을 기장으로 바로 실어 나를 수 있게 했다.

지난 2월13일 부산 기장에 국내에서 네번째로 이케아 매장이 문을 열었다. ⓒ김지나
지난 2월13일 부산 기장에 국내에서 네번째로 이케아 매장이 문을 열었다. ⓒ김지나

기존의 기장 스토리와 동떨어진 아쉬움도

기장의 상전벽해는 과연 매력적이다. 울산·양산과도 가까워 광역적인 파급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도 있다.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부산을 국제 관광 도시로 선정한 가운데, 기장은 부산을 찾는 관광수요를 늘리는 데 톡톡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화려하고 유명한 자본들로 단장되고 있는 오시리아 관광단지는 부산의 다사다난했던 역사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면 원도심의 속살은 하나도 보지 않고 도시를 빠져나갈 수 있다. 기장을 관문으로 들어오는 관광객의 흐름을 다양한 시간과 스토리의 결들이 쌓여 있는 원 도심으로 내보내는 동력이 필요해보였다. 부산이 국제 관광 도시로 선정된 것은 새로운 시설보다 기존 자원들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가 관건이었다. 기장이 주도하고 있는 이번 변화가 부산이 걸어온 그동안의 기나긴 발자취와 끊겨있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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